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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연 조사역 : 경제관련 용어나 개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 BOK 클래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경연 조사역입니다.
설범영 과장님 : 안녕하세요, 설범영 과장입니다.
정경연 조사역 : 요즘 경제기사를 보면 ‘잭슨홀 미팅까지 변동성을 봐야 한다’ ‘잭슨홀의 계시’ ‘잭슨홀 미팅 발언에 주목하라’ 이런 식으로 잭슨홀 미팅을 거론하는 내용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범영 과장님 : 네, 아무래도 매년 7,8월이 되면 전 세계 금융경제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이벤트가 바로 잭슨홀 미팅이니까요.
정경연 조사역 : 그래서 오늘 복클래스에서는 잭슨홀 미팅이 무엇인지,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과장님, 잭슨홀 미팅은 미국의 12개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라고 알고 있어요.
설범영 과장님 : 공식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입니다. 경제정책 및 금융시장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에 대한 토론과 발표가 이루어지는 학술 심포지엄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심포지엄이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잭슨 홀이라는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흔히 ‘잭슨홀 미팅’이라고 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 잭슨홀은 어떤 곳인가요?
설범영 과장님 : 잭슨홀은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있는 계곡으로 티턴산과 빙하호를 품고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지형이 움푹 파여 구멍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잭슨홀로 불리고 있지요. 또한 해발 2100미터에 위치하여 멋진 만년설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 매년 8월에 휴양지로 휴가가는 느낌일 것도 같은데요, 그러면 잭슨홀 미팅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나요?
설범영 과장님 : 매년 세계 70여개 국의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장관, 그리고 경제학자, 금융전문가들이 참석하는데요, 경제정책 및 금융시장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토론과 발표가 이루어집니다. 매년 150여명 정도가 참석하는데요, 참가자들이 그야말로 전 세계 금융계 올스타전이라고 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겁니다.
정경연 조사역 :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팬데믹 이후의 정책 전망’이라는 세션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바 있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이 잭슨홀 미팅이 처음부터 이렇게 주목을 받은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설범영 과장님 : 잭슨홀 미팅은 1978년부터 시작됐는데, 세계의 이목을 받기 시작한 건 주최측인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1982년 당시 연준 의장인 폴 볼커를 초대하면서부터였어요.
원래는 덴버에서 이 심포지엄이 개최됐었는데, 폴 볼커를 초대하기 위해서 장소를 송어낚시로 유명한 잭슨홀로 옮겼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폴 볼커가 송어낚시를 좋아했다고 하네요.
정경연 조사역 : 물론 미국의 연준 의장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당시 캔자스시티 은행이 그렇게까지 폴 볼커 의장을 초대하려고 애를 썼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설범영 과장님 : 당시의 미국 사정을 좀 알아야 되는데요, 당시 미국은 20여 년 동안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980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무려 전년동기대비 14.8%를 기록할 정도였거든요.
정경연 조사역 :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시기를 말씀하시는 거죠?
설범영 과장님 : 네, 그렇습니다. 그런 와중에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폴 볼커가 1980년부터 1982년까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년 동안 기준금리를 전례없는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최고로 올랐을 때 기준금리가 20%를 넘기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의장과 고금리 정책에 반대하는 경제학자간의 논리싸움이 잭슨홀 미팅에서 벌어진다면 충분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한 거죠.
정경연 조사역 : 실제로 1982년에 폴 볼커 의장이 참석한 이후 잭슨홀 미팅의 위상에 변화가 있었나요?
설범영 과장님 : 네, 폴 볼커의 등장 이후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 총재나 재무장관, 또 저명한 경제학 석학들이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기 시작했고요, 그 이후 매년 잭슨홀 미팅에 미국 연준 의장의 연설이 포함되면서, 잭슨홀 미팅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제이벤트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미국의 연준 의장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별 것 없었다면 세계의 이목을 이렇게까지 집중시키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설범영 과장님 : 맞습니다. 잭슨홀 미팅이 유명해진 몇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는데요, 우선 2005년 잭슨홀 미팅에서 라구잠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실제로 2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잖아요. 그래서 잭슨홀 미팅이 금융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나 봅니다. 그 외에도 잭슨홀 미팅에서 중요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었죠?
설범영 과장님 : 네, 2010년 잭슨홀 미팅에서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었는데요, 실제로 2개월 후에 2차 양적완화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잭슨홀 미팅은 현재의 경제 이슈뿐만 아니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또 해결방향을 고민하는 그런 의미있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거죠.
정경연 조사역 : 잭슨홀 미팅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까 저는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떠오르는데요, FOMC야말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이벤트이잖아요. 잭슨홀 미팅은 FOMC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설범영 과장님 : FOMC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들 7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으로 구성된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바로 이 회의를 통해 결정되죠.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것처럼, FOMC는 미국 경제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요.그런데 잭슨홀 미팅은 참석자만 봐도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나 각국 정부 조직,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세계 경제의 향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니까 일단 그 범위가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정경연 조사역 : 그렇네요. 그런데 잭슨홀 미팅에는 공식명칭에 ‘심포지엄’ 이라는 말이 들어가잖아요. 우리가 흔히 심포지엄이라고 하면 어떤 분야에 대해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고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그런 학술적인 행사가 연상되는데요.
설범영 과장님 : 네, 그것도 FOMC와 다른 점인데요, FOMC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두고 참석자들이 투표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입니다. 그런데 잭슨홀 미팅은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참석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공유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그러니까 잭슨홀 미팅은 주요 정책들이 결정되는 자리는 아니지만, 주요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고, 세계 경제 향방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설범영 과장님 : 네, 그렇습니다. 특히 8월에는 FOMC 회의가 없기 때문에 잭슨홀 미팅이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죠.
정경연 조사역 : 지난해 잭슨홀 미팅이 생각나네요. 당시에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었잖아요. 그런데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발언을 하면서 큰 파장이 있었습니다.
설범영 과장님 : 네, 그랬습니다. 단 8분 50초의 짧은 연설 동안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무려 45차례나 반복했습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아직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라고 강조한 거죠. 결국 금리가 인상되고 달러 강세가 유발되면서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기도 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올해 잭슨홀 미팅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라는 주제로 오는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데요. 잭슨홀 미팅 참가자들은 이 주제를 가지고 어떤 논의를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설범영 과장님 : 네. 저도 상당히 궁금한데요. 무엇보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금리긴축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미 연준의 파월 의장이 과연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전환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보호무역, 분절화로 세계화와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화하고 있고, 기후변화. 챗GPT 등 기술발전 등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참가자들이 어떤 의견을 나눌지, 앞으로의 정책 향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 오늘은 잭슨홀 미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BOK클래스는 다음 시간에도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제 용어와 개념을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