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연 조사역 : 경제관련 용어나 개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 BOK 클래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경연 조사역입니다.
김현수 과장님 : 안녕하세요, 김현수 과장입니다.
정경연 조사역 :지난 3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이 뱅크런으로 파산한 SVB사태로 인해 또 다시 금융위기가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김현수 과장님 :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예금인출 사태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급능력에 대한 우려였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복원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그래서 오늘 복클래스에서는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복원력 지표는 어떤 수준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영업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없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과장님, 이런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현수 과장님 :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하는데 핵심이 되는 요소는 재무구조의 건전성입니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자기자본비율이 있는데요, 보통 BIS 비율이라는 용어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BIS 비율, 즉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중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위험가중자산이란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각 자산들을 위험수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그렇다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 부실위험이 높은 자산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자기자본비율은 하락하겠네요.
김현수 과장님 : 그렇습니다. 결국 자기자본비율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손실 발생에 대비하여 평상시에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요구하는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기준으로는 이러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요.
정경연 조사역 :예를 들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위험가중자산이 100억원이라면, 최소 8억원은 반드시 은행 자기자본으로 마련이 되어야 하겠네요. 그런데 은행권에는 왜 이러한 규제가 필요한가요?
김현수 과장님 : 은행은 가계나 기업 등의 예금으로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자금을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처럼 세계화되고 상호연결된 경제 하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규제가 필요하고, 또 이런 규제를 위한 국제표준이 필요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그렇다면 이런 글로벌 규제 기준은 누가 정하나요?
김현수 과장님 : 조금전에 자기자본비율을 BIS 기준 자본비율이라고 부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산하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Basel Committe on Banking Supervision)에서 은행의 건전성 규제에 대한 국제 기준을 설정합니다. 현재 28개 국가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009년 3월에 가입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규제와 감독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요, 바젤Ⅰ, 바젤Ⅱ에 이어서 올해는 바젤Ⅲ 최종안이 전면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변화했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현수 과장님 : 바젤위원회는 앞에서 말씀드린 BIS 비율 산출에 필요한 자기자본과 위험가중자산 산출방법을 개선해 왔습니다. 바젤Ⅰ에서는 신용리스크와 시장리스크를 순차적으로 감안했고, 바젤Ⅱ에서는 기업신용등급에 따른 리스크를 차등적용하고 운영리스크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2010년에 합의된 바젤에서는 위험가중자산 산출방법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자본 인정요건 강화를 통해 자본의 질을 개선하고 이후에 설명드릴 레버리지규제와 유동성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도 크게 증가하였을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자기자본비율 수준은 어떠한가요?
김현수 과장님 : 올해 1/4분기말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5.58%로 8%를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코로나19 이후 대출확대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났지만, 2013년부터 바젤Ⅲ 이행을 앞두고 국내은행이 보통주를 중심으로 자본을 확충해왔고 바젤Ⅲ 적용에 따른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편 등으로 규제비율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네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자본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또 다른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하는 지표로는 레버리지 비율이 있습니다. 레버리지, 우리말로는 지렛대라고 하는데요,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합니다. 레버리지는 흔히 ‘양날의 검’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과장님, 왜 그런가요?
김현수 과장님 : 예를 들어 내돈 10억원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나중에 집값이 11억원으로 오르면 수익률이 10%가 되겠죠. 그런데, 내돈 4억원과 대출 6억원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경연 조사역 :나중에 집값이 11억원으로 오르면 대출 6억원을 갚아도 5억원이 남으니까 수익률은 25%가 되겠네요. 레버리지를 활용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인데요, 하지만 만약 집값이 9억원으로 떨어진다면 레버리지 때문에 오히려 손실이 훨씬 더 커지겠어요.
김현수 과장님 : 네, 이렇게 레버리지는 이익도 손실도 확대폭이 크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고 하는 겁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의 파산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레버리지 때문이었지요.
정경연 조사역 :레버리지와 레버리지 비율은 어떤 관계가있나요?
김현수 과장님 : 네, 통상적으로 우리가 레버리지라고 하면 레버리지 배수를 통해 측정을 하는데요, 레버리지 비율은 동 비율의 역수 즉 총익스포저대비 자본으로 측정을 합니다. 레버리지 비율은 감독기준으로 3%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총익스포저에 대해 은행이 기본자본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우리나라 은행권의 레버리지 비율은 어떤가요?
김현수 과장님 : 올해 1/4분기말 기준 국내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은 6.51%입니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가계 및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총 익스포져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충분한 자본 적립에 힘입어 2018년 규제도입이후 6% 내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정경연 조사역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많은 금융기관들이 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도가 났습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처럼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과장님,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유동성 지표로는 어떤게 있을까요?
김현수 과장님 : 우선 유동성커버리지비율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은행이 30일간의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의 단기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지표입니다.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자산 비율 산출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고유동성자산이라고 하면 현금, 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가치손실이 없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일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현수 과장님 : 네, 앞서 자기자본비율 산출시 은행이 보유한 개별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감안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고유동성자산의 경우에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가치하락이 없이 현금화할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할인율을 곱해 산출합니다. 예를 들면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의 경우 할인율이 없지만, 회사채는 신용등급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정경연 조사역 :과장님, 바젤Ⅱ에서는 이런 유동성 규제가 없었는데, 바젤Ⅲ에서 새롭게 도입된 거죠?
김현수 과장님 : 네. 바젤Ⅲ에서는 금융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100%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그런데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국내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100%를 하회하였던 것 같아요.
김현수 과장님 : 그렇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은행들이 고유동성자산을 적극 활용하여 신용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기준을 하향 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처분제한이 없는 고유동성자산은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시 방어벽이 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100% 이상을 유지하여야 하지만, 이를 통해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는 고유동성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감독기준을 한시적으로 85%로 하향하여 금융시장 안정화를 우선 한 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여 올해 7월부터는 다시 10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바젤Ⅲ에서 도입한 또 다른 유동성 규제가 있는데요, 바로 순안정자금조달비율입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현수 과장님 :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단기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라면 순안정자금조달비율은 1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에서 은행이 필요한 자금에 대비하여 안정적인 자금 조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은행의 자산 항목 중 향후 1년 이내에 현금화될 가능성이 낮아 1년 이상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요구되는 금액 대비 부채와 자본 중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향후 1년 이내 이탈가능성이 낮은 안정적인 조달금액의 비율로 볼 수 있어요.
정경연 조사역 :은행들이 단기 도매자금조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행태를 제한하기 위해 장기 운용자산의 일정부분을 안정적인 부채나 자본으로 조달하도록 규제하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유동성 지표는 어떤가요?
김현수 과장님 : 올해 1/4분기말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114.0%였고, 순안정자금조달비율은 110.8%로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지금까지 주로 은행권의 복원력 지표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은행 외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조합,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같은 비은행금융기관들도 있잖아요. 이런 비은행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복원력 지표에 대해서도 알아봤으면 좋겠어요.
김현수 과장님 : 우선 보험회사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 ratio)이 있습니다.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급여력금액, 예를 들어 자본금, 잉여금 등 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 그러니까 보험회사에 내재된 위험액의 규모를 측정하여 산출된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정경연 조사역 :쉽게 말해서 보험회사의 모든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동시에 해약했을 때 자기자본으로 보험금을 어느 정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어떤가요?
김현수 과장님 : 2022년말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5.9%였습니다. 그러니까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00%가 넘는다는 것은 동시에 모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발생하더라도 파산하지 않을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다음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조정자기자본비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과장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앞에서 본 BIS자기자본비율과 뭐가 다른가요?
김현수 과장님 : 여신전문금융회사란 신용카드업, 캐피탈, 리스 등 수신기능 없이 여신업무만을 행하는 금융회사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만으로는 자본적정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자기자본이나 총자산에 위험요소를 반영한 조정항목을 가감한 후, 조정자기자본을 조정총자산으로 나눈 조정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합니다.
정경연 조사역 :그럼 조정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우리나라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어떤가요?
김현수 과장님 : 조정자기자본비율의 감독기준은 7~8%로 규제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18.3%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의 복원력 지표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과장님,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대내외 충격 감내 능력을 의미하는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현수 과장님 :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자본적정성 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규제 기준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자기자본비율 등이 규제수준을 상회하고는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복원력이 다소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와 외부 충격에 대비하여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라든가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경연 조사역 :오늘은 금융기관의 복원력 지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BOK클래스는 다음 시간에도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제 용어와 개념을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