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유선희 과장 : 안녕하세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유선희 과장,
김소연 조사역 : 김소연 조사역입니다.
유선희 과장 : 여러분, 미국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메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모두 세계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과 연결된 창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김소연 조사역 :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한국 대학의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지금,
왜 우리는 아직 구글이나 애플 같은 대학 창업 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유선희 과장 : 오늘 BOK 이슈해설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혁신창업의 현주소와
대학 창업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소연 조사역 : 과장님,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왜 지금 대학 혁신창업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걸까요?
유선희 과장 : 대학 혁신창업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히 학생이나 교수가 창업을 한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대학에서의 연구 성과가 학술적인 가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출생, 고령화로 성장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하죠.
김소연 조사역 : 실제 미국 대학에서 만든 기술로 창업한 구글, 애플, 메타 등의 기업들이
글로벌 혁신 기업이 되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 역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인적자본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R&D 인력 역시 많죠.
실제로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국제 특허를 출원한 대학 중 상위 50위안에 우리나라 대학이 무려 8개나 포함되었다는 점입니다.
유선희 과장 : 문제는 이 좋은 기술이 사업화되고, 투자를 받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경로가 아직 연결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김소연 조사역 :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혁신창업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 창업 기업 수는 2011년과 비교해 2024년에 무려 3배나 증가했습니다.
유선희 과장 : 5년차 기업의 생존율도 74%나 돼 OECD 평균보다 높은데요.
이렇게 대학 창업 기업 수 자체는 늘어났지만, 창업 이후 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유선희 과장 : 실제로 기술이 사업화 되는지 보여주는 기술이전율은 약 26%로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김소연 조사역 : 사업화에 성공했더라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대학 혁신창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차에는 1.2%였지만,
3년차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5년차에는 무려 –3.3%까지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유선희 과장 : 수익이 나지 않으면 결국 빚을 내거나 외부 투자에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업 확장을 위한 재투자를 할 여력 역시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김소연 조사역 : 과연 이런 결과가 기업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업 기업들은 사업 초기 단계에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학 혁신창업 기업의 경우에는 이 죽음의 계곡이 사업 초기뿐만 아니라 사업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 단계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유선희 과장 : 대학 혁신창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죽음의 계곡’.
정확히 ‘죽음의 계곡’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김소연 조사역 : 죽음의 계곡이란 기술은 있지만 아직 사업화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생기는 자금 공백을 의미합니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정부 지원은 줄어들고, 사업화가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는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자본이 부족해서 기업이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한 구간이라고 볼 수 있죠.
유선희 과장 : 더 큰 문제는 대학 혁신창업은 한 번도 넘기 힘든 ‘죽음의 계곡’이 두 번이나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대학 혁신창업은 IT, 바이오, 반도체 소재처럼 딥테크나 지식산업 성격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야는 기술이 상용화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요.
그래서 창업 직후에 첫 번째 죽음의 계곡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사업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 다시금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자금 공백을 겪게 되는 거죠.
김소연 조사역 : 실제 대학 창업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6%가 최근 3년간 어떠한 외부 자금도 조달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유선희 과장 : 그래서 저희는 대학 창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에 빠지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지 점검해보았습니다.
김소연 조사역 : 먼저 대학 창업의 ‘성장 사다리’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사업 착수. 두 번째, 사업화. 세 번째, 스케일업.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후속 투자 및 회수의 단계입니다.
유선희 과장 : 한국 대학 창업의 성장 사다리가 단계별로 끊어져 있다는 것은 이 그림을 보면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글로벌 혁신 기업을 배출한 대학들의 성장 사다리를 보면,
두 번의 ‘죽음의 계곡’을 통과할 수 있도록 통합된 파이프라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부터 초기 투자, 사업화, 민간 투자까지 하나의 코스처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김소연 조사역 :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 창업 지원의 그림을 보면,
각 단계마다 분절되어 운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창업 기업들은 단계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유선희 과장 : 맞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대학 혁신창업 기업들이 단계별로 부딪히는 한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소연 조사역 : 첫 번째, 사업 착수 단계에서는 대학 내부의 제도가 한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원이 창업을 하더라도 업적 평가에서 창업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는데요.
학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창업휴학제 같이 창업을 장려하는 학사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 참여와 활용은 저조했습니다.
대학별 표준 조건이 없어 나타나는 문제도 있었는데요.
이러면 창업자는 대학이 요구할 지분율, 로열티, 수익 배분 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별도로 탐색해야 돼 부담이 됩니다.
또 창업 실패 시 안전망이 미비한 것 역시 한계점입니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창업자 개인이 지게 되는 부담이 매우 높고요.
다시 학교로 돌아오거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복귀 경로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전 자체가 부담스러운 거죠.
유선희 과장 : 성장 사다리의 두 번째는 바로 사업화 단계입니다.
대학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치를 평가하고, 기업이나 투자자와 협상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기인데요.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대학 내에 변리사나 기술거래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기술이 시장으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뿐 아니라 기술이 실제 실현되고 시장에 적용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기술실증(PoC) 과정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실제로 운영해 본 조직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한계점으로 나타납니다.
김소연 조사역 : 세 번째 단계는 스케일업 단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초기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사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마주하게 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보통 대학 창업 기업들은 스케일업 단계로 넘어갈 때
필요한 시장 적합성 검증이나 글로벌 네트워킹, 전문 경영 인력 매칭, 민간 투자 연계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더 깊은 자금난을 겪으며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선희 과장 : 마지막 네 번째는 후속 투자와 회수 단계입니다.
투자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국내 벤처 투자 회수시장은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IPO, 즉 기업공개 구조가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창업 이후 IPO까지 평균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 자금이 묶여 투자 생태계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있죠.
김소연 조사역 : 이렇게 단계별로 살펴보니 우리나라 대학 혁신창업은 전 과정에 걸쳐 구조적인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바꾸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요.
유선희 과장 : 맞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학 혁신창업의 성장 사다리가 단계별로 끊겨 있었다면,
해법 역시 단계별로 이를 이으면 되겠죠. 그래서 저희는 크게 네 단계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각 단계별로 함께 살펴볼까요?
김소연 조사역 : 먼저 첫 번째 사업 착수 단계에서는 대학 제도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교원 업적 평가에 기술이전이나 창업 실적도 추가로 반영하고,
기술이전 수입이나 투자 유치, 매출과 고용 등의 성과도 보완 지표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과 창업자 간의 기술이전 계약 역시 표준화 되어야 합니다.
지분율이나 로열티, 수수료 같은 조건들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창업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유선희 과장 : 두 번째, 사업화 단계에서는 전문성을 키우고 인프라를 늘릴 필요가 있는데요.
대학은 기술 공급과 초기 검증에 집중하는 대신 기술이전은 변리사, 기술거래사 중심의 조직에게 맡기고
기업 운영은 외부 전문 경영인을 활용하는 것이죠.
김소연 조사역 :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이 존재하는 세 번째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금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금보다 창업 기업이 첫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기술 과제를 제시하고,
대학 창업 기업이 시제품을 납품해 성과 검증을 받는 시범구매 제도를 도입해볼 수 있습니다.
또 정부가 모든 투자를 대신하기보다는 민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림과 같이 정부가 민간과 같이 공동 출자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부 지분을 민간이 인수할 수 있도록 설계해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거죠.
유선희 과장 : 마지막으로 네 번째 후속 투자와 회수 단계에서는 회수 경로를 다양화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상장할 때까지 10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면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투자자가 기업 성장 과정 중간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중간 회수시장을 보완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 혁신창업 기업의 기술을 인수하는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M&A를 활성화하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김소연 조사역 : 오늘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대학에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인재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 곳곳에서 성장 사다리가 끊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유선희 과장 :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성장의 과정까지 정책적으로 함께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김소연 조사역 :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복복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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