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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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등록일
2008.12.16
조회수
14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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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악화 없는 경기부양 해법 없을까?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중시되는 개념이‘재정 여력(fiscal space)’이다. 재정 여력이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추가로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같은 개념이 중시되는 이유는 대다수 선진국들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경기 부양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물론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하면서 정부가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 데 반해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등으로 인해 세수 기반은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시간이 갈수록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 정부가 대규모 세금 환급을 실시한 것도 경기 부양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선 가뜩이나 안좋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직까지는 재정 건전성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단적인 예로 통합재정 수지는 최근 수년간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철도, 댐 이미지와 02년~07년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 통합재정수지, 복지분야 재정 지출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하는 젊은 층은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세입은 줄고 정부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최근 수년간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감세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점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가령 법인세 인하의 경우 외국기업 유치와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도 재정 측면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일본이 고질적 재정 악화에 빠진 것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당시 잘못된 경기부양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당시 일본의 경기 침체는 나중에‘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릴 정도로 길고 긴 경기 침체였다. 하지만 버블 붕괴 초창기에 일본 정부는 상황을 오판했다. 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일시적 현상으로 잘못 진단하고 재정 지출을 통해 섣불리 경기 부양을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 회복에는 실패했고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이다.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이미 1970년대 중반 제1차 오일 쇼크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많은 회원국들이 잠재 성장률이 급락하는 구조 변화를 겪었지만 이를 일시적인 경기 둔화로 해석하고 성급하게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폈다. 결론은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 경기 회복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재정 수지가 한 번 악화되면 영영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채는 정부의 빚이다. 정부 수입이 생기면 상당 부분은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이는 다시 재정 수지를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재정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그만큼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다. 다른 한편으론 세수 기반을 넓혀야 한다. 반면에 조세 제도를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한다. 세금은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감세 정책을 펼 때는 세입의 대폭적인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칫 세금을 깎아 주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세 정책을 펼 때도‘무조건 내리고 보자’는 식보다는 장기적인 세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구체적으로 미래 투자로 연결되는 이익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적 자본 축적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돋보기그림 관리대상수지란‥실질적인 국가 살림살이 지표

02년~07년 관리대상수지를 나타낸 그래프한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관리대상 수지를 꼽을 수 있다. 관리대상 수지는 통합재정 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리대상 수지는 4년 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2002~2003년 흑자를 보이던 관리대상 수지는 2004~2006년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그러다 지난해 3조600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통합재정 수지는 최근 수년간 계속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33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통합재정 수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수입의 경우 조세 수입이 전년 대비 23조4000억 원 증가했고 국민연금 등 기금운용 수익도 7조5000어원가량 늘었다. 반면 총 지출은 3조9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재정부 관계자는“지난해 조세 수입과 기금운용 수익 증가 등으로 총 수입은 크게 늘어난 반면 공적자금 원금상환 종료로 총 지출이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통합재정 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였고 이에 따라 관리대상 수지도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수 호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이후 2년 연속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은 경기 상승에 따른 일시적 요인뿐 아니라 과세 기반 확충 등 근본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돋보기 그림 늘어나는 조세·국민부담률, 美ㆍ日보다 높아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세(稅) 부담을 파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지표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다. 조세부담률은 총 조세 징수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고 국민부담률은 조세와 국민연금보험료, 의료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액을 모두 합한 금액을 명목 GDP로 나눈 것이다.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이 증가하고 있다면 전반적인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90년 17.8%에서 2006년에는 20.5%로 늘어났다. 1990년에서 97년까지는 거의 늘어나지 않다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비 지출증가,교육비 및 국방비 증가 등으로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04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5%로 미국(18.8%)과 일본(16.5%)보다는 다소 높지만 OECD 평균치(26.5%)보다는 아직 낮다. 국민부담률도 24.6%로 OECD 평균인 35.9%보다 낮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조세부담률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고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 기여금도 급속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세 부담이 다른 OECD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증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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