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주원인이 `경기순응성` 이라는데…

구분
금융안정
등록일
2012.07.02
조회수
13142
키워드
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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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신문에서 금융회사들의 경기순응적 행태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경기순응적이라는 단어는 꽤나 생소해서 기사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경기순응성이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경기순응성이 왜 위기의 원인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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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실 경기순응성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어서 생소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해요.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니까 이번 기회에 알아 두면 금융과 실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보다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금융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이란
 
일반적으로 금융의 경기순응성이란 금융회사가 경기가 좋아질 때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나빠질 때 대출을 줄이는 속성을 뜻해요. 다시 말해 금융회사의 대출이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호황기가 되면 전반적으로 위험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면서 금융회사는 대출을 확대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죠. 대출이 늘면 경기는 더욱 확장되겠지요. 반대로 불황기가 되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출을 축소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경기 위축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금융과 실물부문의 상호작용으로 실물경기 사이클이 더욱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죠.

◆경기순응성은 왜 발생할까

사실 금융회사가 경기순응적 대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경기가 좋으면 대출을 보다 늘려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할 것이고 경기가 나쁠 때는 대출을 줄이면서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떼일 염려가 있는데 대출을 마구잡이식으로 늘리진 않겠죠.

금융회사의 경기순응적 대출태도는 개별 금융회사로서는 경기에 대응하는 나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금융회사들이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금융시스템 전체 관점에서는 위험요인이 계속 누적되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이 전체적으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돼 버리는 현상을 가리켜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금융회사에 부과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같은 금융규제 역시 경기순응성을 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어요. 현행 자기자본 규제(바젤)는 자산의 신용위험에 대응해 자기자본을 달리 쌓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경기가 좋아져 자산의 신용위험이 낮아지게 되면 자기자본을 적게 적립할 수 있게 되죠. 자기자본 적립부담이 적어진 만큼 대출여력이 증가한 금융회사는 대출을 더욱 확대하게 되므로 실물경기가 더욱 확장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기순응성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경기순응성이 최근에 주목받게 된 것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금융위기 발생 직전 10여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호황기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지요? 이 기간 동안 가계주체들은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모기지대출을 경쟁적으로 취급했죠.

이렇게 풀린 돈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더 올랐고 기존에 담보로 맡긴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추가 대출여력이 발생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개별금융회사의 건전성은 외형적으로 더 좋게 보이면서도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가 축적되는 전형적인 버블 형성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죠.

수많은 금융위기를 통해 볼 때 버블은 반드시 붕괴될 수밖에 없고, 큰 버블일수록 터질 때 고통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에 두고 학계나 국제금융기구에서는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죠.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은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과 실물부문 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어요. 현재 진행 중인 국제적인 논의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답니다.

먼저 자기자본규제를 만드는 국제결제은행에서는 최근 경기대응완충자본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호황기에는 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해 대출을 억제시키고, 불황기에는 적립한 자본을 소진할 수 있도록 해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자금이 실물부문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도입돼 있는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부동산 버블이 잉태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LTV 비율을 낮춤으로써 부동산담보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LTV 비율을 높여 부동산 버블의 파열을 미리 방지 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답니다.

금융의 경기순응성으로 인해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만을 관리한다고 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이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이해가 되시나요?

이것이 과거에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시에 중점을 둔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금융의 경기순응성 완화를 목표로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LTV 등 거시건전성정책 수단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낙현 <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과장 >


- 2012. 7. 2일자 한국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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