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역성장 빈도가 증가
올해 우리경제의 GDP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년간 분기 성장률이 두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역성장[1] 발생 빈도는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낮아졌으나 2020년대 들어 다시 높아지면서 최근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그림 1~2>. 이에 본고에서는 주요국의 역성장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와 비교함으로써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 주 : 1) 해당 기간중 역성장 발생 횟수
- 자료 : 한국은행
주요국에서 분기 성장률의 평균이 낮고 변동성이 클수록 역성장 빈도가 높아지는 모습
먼저 주요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평균 성장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역성장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20개[2] 선진국과 신흥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전체 기간과 금융위기 이후 기간 모두에서 성장률이 낮을수록 마이너스 성장 발생 횟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3>
그림 3. 주요국의 평균 성장률과 역성장 빈도1)
- 주 : 1) 평균 성장률은 해당 기간중 분기 성장률의 평균이며, 역성장 빈도는 해당 기간중 역성장 발생 횟수를 5년간 발생 횟수로 환산
- 2) 중국은 분기 실질GDP(계절조정 기준) 자료가 2011년 이후부터 가용
- 자료 :OECD, CEIC
다만 분기 역성장 빈도의 흐름은 국가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분기 성장률이 0.5~0.6%(연율 2% 내외) 이상에서 유지되고 있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역성장 빈도가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않고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그림 4~5>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률이 경기변동 충격에 대해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에 반해 분기 성장률 평균이 0.2~0.3%(연율 1% 내외)로 크게 낮아진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역성장 빈도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면서 높은 수준을 나타내었다.<그림 4~5> 이는 성장률이 0%에 가까워질 경우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경제충격에도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을 반영한다.
- 주 : 1) 매 분기마다 직전 5년간의 분기 성장률 평균 및 역성장 발생 횟수를 순차적으로 시산(5년 롤링)
- 자료 :OECD
다음으로 성장률의 평균과 함께 변동성도 역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3] 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외의존도가 높을수록 성장률의 변동성이 크고 역성장 빈도도 높아지는 것[4] 으로 나타났다.<그림 6~7> 이러한 현상은 수출입 비중이 높을 경우 대외충격 발생시 무역경로 등을 통해 경기의 진폭이 더 커지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6. 주요국의 대외의존도와 경기 변동성1)
그림7. 주요국의 경기변동성1)과 역성장 빈도2)
- 주 : 1) 대외의존도는 2000~24년중 명목GDP 대비 수출입 비중의 평균이며, 경기 변동성은 동 기간중 분기 성장률의 표준편차
- 2) 역성장 빈도는 2000~24년중 역성장 발생 횟수를 5년간의 횟수로 환산
- 자료 :OECD, CEIC
최근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 증가에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낮아졌던 역성장 발생 빈도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2> 과거 1960~70년대에는 경제 규모가 작고 산업구조도 취약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경기가 큰 폭으로 변동하였고 이에 따라 역성장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후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주력 산업도 다양해짐에 따라 외환위기와 같은 큰 경제위기시를 제외하고는 역성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동 기간중 성장률 평균이 빠르게 하락하였으나 분기 성장률이 1%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변동성은 추세적으로 낮아졌다.<그림 8> 이러한 모습은 앞서 언급한 미국 등 평균 성장률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안정된 국가들의 특징과 유사하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 이후 성장률의 평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변동성은 확대되면서 역성장 빈도가 높아졌다.<그림 8> 2010년대에는 2017년 4/4분기중 전분기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역성장이 한 차례 발생하였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외에도 다양한 대내외 충격에 영향받아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역성장이 발생했다. <그림 2> 이에 따라 정규분포 가정하에서 직전 5년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산출한 역성장 발생 확률[5] 도 2014년 평균 4.6%에서 2024년에는 13.8%로 3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9>
그림8. 우리나라 분기 성장률의 평균 및 변동성1)
- 주 : 1) 외환위기(97.4/4~98.2/4), 글로벌 금융위기(08.3/4~09.2/4), 코로나19 위기(2020년 전체) 기간을 제외한 5년 롤링 기준으로 산출(우리나라의 경기순환주기가 평균 4~5년임을 고려)
- 2) 역성장 확률은 매 시점마다 직전 5년간 분기 성장률의 평균 및 표준편차를 정규분포에 적용하여 산출
- 자료 :한국은행
이러한 분석결과는 최근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 증가가 경기적 요인과 함께 국내 성장잠재력 저하, 대외충격에 대한 취약성 등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분 영향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가능인구 감소, 산업경쟁력 저하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초 5%에서 최근 2%를 밑도는 수준까지 큰 폭 하락하였으며, 이러한 하락 속도는 주요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매우 빠른 편이다.[6] 잠재성장률 둔화는 평균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분기 역성장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도 성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그림 10> 대외의존도는 2015년 75%에서 2021년 이후 83%로 높아졌으며, 수출 품목 집중도도 0.148에서 0.184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경제구조는 최근과 같이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가 큰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대외충격의 영향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7]<그림 11>
그림10. 대외의존도1) 및 수출 품목 집중도2)
- 주 : 1) 명목GDP 대비 수출입 비중의 2011~24년중 평균
- 2)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방식으로 2011~23년중 평균을 시산(0~1사이의 값을 가지며, 수출이 특정품목에 집중될수록 상승)
- 3) 해당 기간중의 표준편차이며, 위기 기간은 제외
- 자료 : OECD, CEIC, UNCTAD
단기적 경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 시계의 구조개혁이 긴요
최근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이 증가한 것은 평균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장률 평균이 일본 등 저성장 선진국 수준까지는 하락하지 않아 동 국가들에 비해 역성장 확률이 낮은[8] 수준이나, 향후 평균 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경우 역성장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과 함께 중장기 시계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경기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성장동력 확충, 저출생·고령화 대응 노력 등을 강화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대외충격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1] 본 블로그에서 역성장은 분기 실질GDP(계절조정 기준)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로 정의된다.
[2] 선진국은 미국·독일·영국·일본·호주·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페인·뉴질랜드·스웨덴(12개국), 신흥국은 중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남아공·멕시코·대만(8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3] 분기 성장률이 0.3%(2000~24년중) 미만인 저성장 선진국의 경우 역성장 빈도가 성장률 평균에 주로 영향받고 변동성의 영향은 작은 점을 고려하여 제외하고, 분기 성장률이 0.3% 이상인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4]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패널분석(2000~24년)에서도 평균 성장률과 함께 대외의존도가 분기 역성장 빈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5] 매 시점마다 직전 5년간 분기 성장률의 평균 및 표준편차를 정규분포에 적용하여 산출하였으며, 위기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코로나19 등 주요 위기 기간을 제외하였다. 이처럼 동 확률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산된 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6] 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은경·천동민·김정욱(2025),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블로그(6.10일 게시)를 참조하기 바란다.
[7] 아울러 최근 들어 민간소비의 변동성도 확대되었는데, 가계부채 누증 등으로 민간소비의 경기, 금리 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8] 우리나라의 2024년 평균 역성장 확률(5년 롤링 평균 성장률 및 변동성 기준)은 13.8%로 일본 48%, 이탈리아 26%, 프랑스 2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