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도시라고 해도 정주 여건이 상당히 쾌적하며, 그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에도 여유가 넘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는 인구밀도가 낮다는 데 있을 것이다. 통계청 장래 추계인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인구규모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향후 50여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줄어들면 인구밀도만 낮아지는 게 아니다. 필연적으로 고용 규모가 축소되고 고령화로 인한 경제・사회 구조변화가 수반된다. 과연 고용감소 시대에 우리는 아무 대가없이 북유럽 선진국들처럼 풍요롭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고용 규모는 완만하게 둔화
먼저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취업자수 추세를 추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코호트 모형'[1] 을 이용하여 장기 취업자수를 전망해 보았다.[2]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취업자수 증가폭은 추세적으로 둔화하여 2030년경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그림 1> 이에 따라 취업자수의 총 규모는 2050년에는 현재의 9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 25년후에도 고용이 90%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세간에서 회자되듯 머지않아 ‘고용절벽’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전망처럼 보일 수 있다.
고용감소는 완만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
취업자수의 총 규모는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우선, 성장부터 문제가 된다. 취업자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요소중 하나인 노동투입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30년대초부터 노동은 GDP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마이너스 기여도는 점차 확대되어 2050년경이 되면 GDP성장률은 자본투입과 생산성의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0% 중반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은경 외(2024)[3] 성장률이 낮아지는 데 그만큼 인구도 감소한다면 1인당GDP 증가율은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후생지표인 1인당GDP도 급속한 고령화로 증가세가 점차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GDP 증가는 생산성 등 다른 조건이 일정[4] 할 경우 취업자수 증감률과 인구 증감률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IMF, 2024).[5] 즉, 인구가 감소하는 것보다 취업자수가 더 빠르게 감소한다면 이는 1인당GDP 증가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활동참여 정도가 낮은 고령층의 인구비중이 확대되면서 2030년경부터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보다 고령화로 인해 취업자수가 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내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낮아질수록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작아지듯이 2030년경부터는 1인당GDP 증가율도 구조적 하락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림 3> 부양부담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GDP 대비 연금·의료지출 부담은 연금의 소득대체율 등 다른 조건이 동일[6] 할 때 고령층 비중과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라 결정된다(IMF, 2016).[7]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경제활동참여 정도가 낮은 고령층 비중이 늘어나 부양부담이 크게 증대된다. 추정 결과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면 고령화와 경제활동 감소로 인해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현재 GDP 대비 10% 수준에서 2050년 20% 수준으로 2배 가량 확대된다.<그림 4>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
인구감소 시대에 우리가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은 인구감소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이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전반에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고학력자 비중이 큰 은퇴연령층의 인적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계속근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겠다. 청년층과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 장벽들도 적극 해소해야 하겠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도기에 있어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여 인력공백을 메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구조개혁이 결실을 맺어 경제활동참가율이 2050년까지 기본 시나리오대비 4% 가량 높아질 수 있다면[8]<그림 5>, 고용 감소가 성장과 소득수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연금과 의료지출 부담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6>,<그림 7> 또한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와 더불어 경제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고용감소 시대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더 줄어들 것이다.
[1] 코호트 모형은 연령, 코호트 특징, 사회제도적 영향을 반영하여 성・연령별 22개 인구그룹에 대한 경제활동참가율 추세를 추정하는 모형으로 연준, ECB 등에서 추세 취업자수를 추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 자세한 내용은 이슈노트 제2025-17호(2025년 6월) “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을 참조하기 바란다.
[3] 이은경·천동민·김정욱·이동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제2024-33호, 2024
[4] Cobb-Douglas 생산함수에서 1인당GDP 증감률은 “생산성 증가율 + 자본의 소득분배율(α) × 근로자 1인당 자본량 증감률 + 취업자수 증감률 – 인구 증감률”로 분해된다. 생산성 증가율과 근로자 1인당 자본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하였다.
[5] International Monetary Fund, Middle East and Central Asia Dept, “2. Reversing the Trend: Enhancing Medium-Term Growth Prospects,” Regional Economic Outlook, Middle East and Central Asia, October 2024
[6] GDP 대비 연금지출 비율 추정시에는 연금 소득대체율, 연금 수혜비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하였으며, 의료비지출 비율 추정시에는 고령층의 상대적 의료비용 등이 일정하다고 가정하였다.
[7] Amaglobeli, M. D., and Shi, W., “How to assess fiscal implications of demographic shifts: A granular approach,”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6
[8] 기본시나리오에 비해 매년 지난 10년(15~24년) 동안의 평균 경제활동참가율 상승폭만큼 추가 상승하는 경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