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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비스 산업,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할 시간

담당부서
조사국 거시분석팀
저자
정선영 차장, 최 준 과장, 안병탁 조사역
등록일
2025.07.22
키워드
서비스 산업 생산성 서비스 수출 제조의 서비스화 K-pop Demon Hunters
첨부파일

식당에서 “이건 서비스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표현엔 묘한 이중성이 숨어 있다. 왜 우리는 서비스를 “부차적인 혜택”이나 “공짜”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일까? 이는 영어권에서 「무료 제공」을 "complimentary"나 "free of charge"처럼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순한 언어 습관 같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서비스업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여겨온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본 블로그는 우리나라 민간 서비스 산업의 구조를 노동생산성 관점에서 평가하고, 팬데믹 이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마저 생산성 정체를 겪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그 이면의 구조적 제약과 정책 과제를 살펴보았다[1].

우리 서비스업, 덩치보다 체력이 문제다.

민간 서비스업[2]은 2024년 기준으로 GDP의 44%, 취업자의 65%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우리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그림 1>.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같은 고부가가치 업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겉으로는 고도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그림 2>. 하지만 경제 체질을 보여주는 생산성 지표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3]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그림 3>. 우리와 유사하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해도 산업 간 불균형은 우리나라에서 더 고착화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림 1. 산업별 명목 부가가치 비중 추이


  • 자료 : 국민계정
  • 그림 2. 업종별 비중 변화


  • 주 : 1) 고부가가치 서비스: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 2)B2B서비스: 운수창고, 금융보험, 정보통신, 전문과학,사업지원서비스
  • 자료 : 국민계정, 경제활동인구조사
  • 그림 3.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 주 : 1)1인당 노동생산성 기준
  • 자료 : 국민계정, 경제활동인구조사
  • 팬데믹은 우리 서비스업의 취약한 체질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그림 4>.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는 디지털 확산, 비대면 수요 확대에 따른 특수를 누렸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2022년 이후 1인당 노동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지금은 과거 장기추세보다 약 1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림 5>.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는 이동 제약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맞은 뒤 서서히 회복 중이지만, 숙박음식, 사업지원, 보건복지 서비스 등 노동집약적인 업종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전 추세 수준과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그림 6>.

    그림 4. 1인당 노동생산성 추이


  • 자료 : 국민계정, 경제활동인구조사
  • 그림 5. 고부가가치 서비스 생산구조 효율성1)추이


  • 주 : 1) 시간당 노동생산성 기준
  • 자료 : 국민계정, 경제활동인구조사
  • 그림 6. 저부가가치 서비스 노동생산성 추이


  • 주 : 1)1인당 노동생산성 기준
  • 자료 : 국민계정, 경제활동인구조사
  • 서비스업 생산성 제약,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업은 물류, 운송 등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현재도 전체 서비스 총산출의 3분의 1 가량이 제조업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그림 7>. 한편 의료와 교육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고 도소매와 운수·숙박음식업 등은 생계형 자영업으로 인식되면서, 서비스업 전반은 독립적으로 혁신하고 발전하는 산업이라기보다 지원 및 규제의 대상이거나 부수적 역할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인식은 투자와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업은 서비스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도 서비스 기업은 제조업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그림 8>. 정책적 우선순위에서도 서비스업은 늘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그림 7. 서비스업 총산출 내 수출연계 비중


    2020년 기준 서비스업 총산출 중 수출과 연계된 비중을 업종별로 구분하여 보여주는 막대그래프이다.  수출은 통관 기준의 직접수출뿐만 아니라, 여러 생산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수출용 재화나 서비스로 전환되는 생산활동까지 포함하는 직간접수출로 구분된다. 직간접수출은 현 단계에서는 내수로 분류되지만, 이후 가공과정을 거쳐 해외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생산활동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제수지표에서 나타나는 서비스업의 직접수출 비중은 2024년 기준 서비스 총산출 대비 약 9%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는 간접수출까지 포함할 경우 서비스업의 직간접수출 규모는 2020년 기준 총산출의 약 32%에 달한다. 이는 서비스업 생산의 상당 부분이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운수창고업의 수출 연계도가 가장 높아, 직접수출이 18.1%, 직간접수출이 43.5%로 나타나며, ICT·금융·전문서비스업은 각각 6.8%와 28.0%로 집계된다.  자료는 OECD 국제산업연관표(ICIO)이다.
    • 자료 : OECD ICIO

    그림 8. 자본시장 구조


    2025년 4월 기준, 자본시장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회사 수, 시가총액, 거래대금의 세 가지 항목별로 비교한 막대그래프이다.  KOSPI 및 KOSDAQ에 상장된 전체 기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회사 수로 보면 제조업이 전체의 58.9%를 차지해 서비스업(37.0%)보다 우위를 보인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제조업이 64.7%, 서비스업이 31.9%를 구성하고 있으며, 거래대금에서는 제조업이 68.7%, 서비스업은 27.6%로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수치는 자본시장에서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거래 활동 측면에서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비스업 범주에는 부동산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자료는 한국거래소(KRX)를 기반으로 한다.
    • 주 : 1) 2025.4월 기준
    • 2) 서비스업은 부동산업 포함
    • 3) KOSPI와 KOSDAQ 상장기업 전체를 포함한 수치임
    • 자료 : KRX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모두 한계에 봉착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업종은 특성상 해외시장 확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국내 지식서비스 기업의 98%는 내수에만 의존하고 있고, 수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2.2%에 불과하다<그림 9>.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해외 진출이라는 ‘공성전(攻城戰)’에는 소극적이다.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기존 시장을 지키는 ‘수성전(守城戰)’조차 벅찬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도소매, 음식업, 보건복지서비스 같은 저부가가치 업종은 진입은 쉽지만 성장의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이들 업종에 몰려 있고, 그 중 70% 이상이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 형태다<그림 10>. 자영업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반복되는 회전문 경쟁이 이어지고, 규모의 경제는 커녕 공격적 투자나 기술 도입을 통한 혁신도 어려운 구조 속에서 생산성 정체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림 9. 지식서비스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여부


    2021년 기준으로 총 14만 7,116개 지식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종별 해외시장 진출 비율을 나타낸 가로 막대그래프이다.  전체 지식서비스 기업의 평균 해외 진출률은 2.2%에 그쳤으며, 대부분의 업종에서 진출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게임콘텐츠가 10.8%로 가장 높은 해외 진출률을 기록하였고, 그 뒤를 연구개발(6.5%), 영상콘텐츠(4.3%), 통신(3.2%), 시스템통합·플랫폼(3.0%), 소프트웨어(2.7%) 등이 이었다. 반면, 정보(1.9%), 출판(1.6%), 경영지원(1.5%), 공학기술(1.2%) 등은 해외 진출 비율이 2%를 밑돌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 미루어볼 때, 국내 지식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은 전반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며, 콘텐츠 및 연구개발 업종에 편중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는 「지식서비스산업실태조사」에 기반한다.
    • 주 : 1) 2021년 조사(14만7,116개 업체 대상) 기준
    • 자료 : 지식서비스산업실태조사

    그림 10. 산업별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


    2024년 기준, 산업별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과 그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율을 나타낸 수평 막대그래프이다.  전체적으로 서비스업, 특히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자영업자 비중은 22.4%로 가장 높았고, 이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73.0%로 나타났다. 민간서비스업 전체도 자영업자 비중이 20.0%에 달하며, 이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72.3%에 달해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반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자영업자 비중이 9.3%로 낮았으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64.4%로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은 8.6%,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51.5%로 가장 낮아, 자영업 중심 구조가 서비스업에 더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 주 : 1) 2024년 기준
    • 자료 : 경제활동인구조사

    서비스업의 전략 산업화 첫걸음 : 규제혁신 및 법‧제도 정비부터

    우리 서비스업이 정체된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술을 키워낼 정책의 틀과 산업적 인식이라는 ‘그릇’이 충분히 크고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은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지만,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하면 여전히 성장 여력은 크다. 이제는 민간과 공공이 함께, 서비스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한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제조와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융복합 산업을 유연하게 담아낼 규제혁신 및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범부처 컨트롤타워 체계 구축, 디지털 인프라·표준화·데이터 연계 등 공통기반 마련,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의 체계적 정비 등이 법안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이러한 기반들을 마련함으로써 서비스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키워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형 서비스로의 확장 : 제조와의 융합으로 시너지 극대화

    최근 크게 흥행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는 한국적인 무형의 자산이 글로벌 대중에게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중요한 건, 이런 무형의 강점을 어떻게 산업화하고 수출로 연결하느냐는 점이다. 앞으로는 제조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조화 등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서비스 수출의 외연을 전략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제조업에서 축적된 기술 역량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AI·데이터 기반의 산업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같은 고성장 서비스 분야는 제조 기술과 결합할 때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가진 복제 가능성과 수익성 한계를 물리적 기술과 설비가 효과적으로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접점을 넓혀갈수록, 한국 고유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결합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내수기반 서비스업에는 혁신 : 자영업간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규모의 경제로

    수출로 외연을 넓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선봉이라면, 내수 기반의 저부가가치 서비스는 후방을 든든히 받치는 버팀목이다. 내수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뿌리이고, 이 뿌리가 튼튼해야 바깥으로 뻗는 성장도 지속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저부가가치 서비스는 자영업 중심의 생계형 구조에 머물러 왔지만, 이제는 기업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력 있는 산업 생태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자본을 축적하며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자영업자에게는 더 나은 임금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법인화, 직영 프랜차이즈처럼 책임 있는 기업 경영모델을 확산하고, 창업과 폐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환 구조도 필요하다. 내수 서비스가 소모적인 경쟁만 치열한 정체된 시장이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가 살아 숨 쉬는 산업이 될 때, 우리 서비스업 체력도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

    서비스 ‘산업’, 이제는 날개를 달 시간

    우리의 서비스업이 뒤처졌던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산업으로 키워낼 구조와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서비스 ‘산업’은 덤이 아닌, 고유한 역할과 독자적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서 제 이름을 되찾아야 할 때다. 우리의 서비스 산업이 수출 전략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축으로, 산업정책의 후방이 아닌 전방으로, 국가 성장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나서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1] 본 글은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5-18호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적 대응 방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2] 민간 서비스업은 전체 서비스업 중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한국표준산업 대분류 O)과 부동산업(대분류 L)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의미한다.

    [3] 1인당 노동생산성은 실질 부가가치를 취업자수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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