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어 환율이 상승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
지난해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유동성(M2)이 과도하게 늘어 원화 가치가 하락하였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실제 데이터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합리적이지 않은 환율 절하 기대를 촉발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하에서는 통화량 및 환율과 관련한 이러한 주장을 크게 네 가지 이슈로 나누어 데이터를 통해 평가해 봄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① 통화량 증가율이 최근 들어 과도하게 높아졌는지?
⇒ 최근 통화량 증가율은 과거 대비 낮으며, 주요국 중 중간 수준
통화량(M2) 증가율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하다가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하였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림 1>. 팬데믹 이후로 보면 2020~21년 중 코로나19 대응으로 11~12%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4~5%[1] 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최근의 M2 증가율은 주요 10개국[2] 중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주요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팬데믹 기간중 확대 →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으로 둔화 → 최근 소폭 상승’의 패턴을 보였으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율이 미국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통화량 증가율은 양적완화 기간 중 전년동기대비 최대 25~27%까지 확대되었다가 양적긴축 국면에는 -4~-5%까지 하락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큰 폭의 변화를 보이면서 주요 10개국 중에서도 가장 크게 변동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미국의 통화량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2>.
한편 최근 일각에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RP매입을 통해 488조원 규모의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RP 매입액을 단순히 누적 하여 매입 규모를 크게 과장한 것으로, RP거래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RP매입의 만기는 2주에 불과하며, 만기가 지나면 자동으로 반대거래가 일어나 자금이 회수된다. 일례로 10만원씩 일주일 만기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하는 일을 1년 동안 반복한 경우 지갑에는 520만원(10만원×52주)이 아니라 10만원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RP매입 규모는 거래액을 단순누적한 금액이 아니라 평균 잔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RP매입은 다양한 공개시장운영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통화안정증권, RP매각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개시장운영은 지급준비금을 대규모로 ‘흡수’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3].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은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재정‧금융 활동 결과에 의해 변동하는 지급준비금 총량이 필요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사후적인 조절 수단일 뿐이며, 시중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고자 하는 능동적인 수단이 아니다[4].
그림 1. 우리나라 M21) 증가율 추이
-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 자료 : 한국은행
그림 2. 주요 10개국 M21)증가율 범위와 한국과 미국의 M2 증가율2)
-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 2) 음영은 주요국의 최대‧최소값 범위
- 자료 : 각국 중앙은행
② GDP 대비 통화량의 최근 수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은 최근 안정되었으며, 국가 간 차이는 금융시장 구조를 반영
GDP 대비 M2 비율은 2022년 4/4분기 이후에는 소폭 하락한 후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3>. 이러한 최근의 안정세는 그간 한국은행의 금융불균형을 고려한 통화정책과 정부와의 거시건전성정책 공조 노력 등으로 가계부채가 디레버리징 흐름을 이어가고, 기업대출도 둔화되었던 것에 주로 영향받았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보면 GDP 대비 M2 비율이 상승해 온 것은 사실인데, 이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Financial Deepening)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부문이 꾸준히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지원을 강화한 데 주로 기인한다.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은 국가 간 편차가 큰데,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중간보다 높은 편이다<그림 4>. 하지만 동 비율의 국가 간 차이는 각국 금융시장의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유동성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M2는 경제주체들이 예금취급기관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GDP 대비 M2 비율은 은행(예금취급기관)과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상대적 중요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주체들의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GDP 대비 M2 비율이 높고,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캐나다 등은 동 비율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그림 5>. 특히, 금융시장 중요도나 규모가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큰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GDP 대비 M2 비율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로 주요국 중 가장 낮게[5]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우리나라 GDP 대비 M21) 비율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자료 : 한국은행
그림 4. 주요국 GDP 대비 M2 비율1)2)
주 : 1) 2025.3/4분기 기준
2) M2를 발표하지 않는 호주·뉴질랜드는 이와 유사한 지표를 사용
자료 : 각국 중앙은행 및 통계청
그림 5. M2/GDP 비율과 금융산업내 은행 자산 비중1)
주 : 1)2023년말 기준
자료 : FSB(2024), 각국 중앙은행 및 통계청
③ 통화량 증가가 최근의 환율 상승을 초래한 것인지?
⇒ 통화량이 늘어 환율이 상승했다는 주장은 통계적인 근거가 없음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통화량 증가율이 높은 나라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이로 인해 통화 가치가 절하된다는 구매력평가설(Purchasing Power Parity) 이론에 기반한다. 다시 말해 국내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국내 재화에 대한 수요가 해외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4년 말 이후 한국과 미국 간 통화량 증가율은 유사한 수준이고 물가상승률은 미국이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의 원화 약세가 이러한 통화량 증가율을 통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림 6>. 보다 긴 시계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의 경우 2010년대 중반 이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안정되어 있어, 통화량 증가가 물가에 영향을 미쳐 환율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일부에서 특정 기간의 통화량 증가율과 환율 데이터만을 이용하여 두 지표 간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맞지 않는 접근이다. 두 지표 간 상관관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긴 기간의 데이터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장기간의 한·미 통화량 증가율 차이와 원/달러 환율의 관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간에서 두 지표 간 상관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그림 7>. 또한 2005년 이후 긴 시계의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더라도 한‧미 통화량 증가율 차이와 원/달러 환율 상승률 간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0.10)으로 나타난다<그림 8>.
그림 6. 한국‧미국 물가상승률 추이
자료 : 국가데이터처, FRED
그림 7. 한국‧미국 M21) 증가율 차 및 원/달러 환율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자료 : 한국은행, FRED
그림 8. 한국‧미국 통화량1)2)증가율 차이와 환율 상승률
주 : 1)원계열 말잔 기준
2)05.1월~25.10월(금융위기 기간 제외)
자료 : 한국은행, FRED
이와 같은 통화량 증가율과 환율간의 낮은 상관관계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림 9~11>. 이러한 통계적인 근거에도 불구하고 통화량 증가가 파급경로 없이 곧장 환율 상승을 유발하였다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 시장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되고 실제로 환율 상승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림 9. 유로 ‧ 미국 통화량1)2)증가율 차이와
환율 상승률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2) 05.1월~25.10월(금융위기 기간 제외)
자료 : ECB, FRED
그림 10. 캐나다 ‧ 미국 통화량1)2) 증가율 차이와
환율 상승률
주 : 1) 원계열 말잔 기준
2) 05.1월~25.10월(금융위기 기간 제외)
자료 : BOC, FRED
그림 11. 호주 ‧ 미국 통화량1)2) 증가율 차이와
환율 상승률
주 : 1)원계열 말잔 기준
2)05.1월~25.10월(금융위기 기간 제외)
자료 : RBA, FRED
④ 통화량 증가가 아니라면, 최근 환율은 왜 상승한 것인지?
⇒ 최근 환율 상승은 펀더멘털 외에도 시장심리, 수급 여건에 크게 영향받은 결과
최근 환율이 높아진 데에는 내외금리차, 경제성장률 차이 등의 장기적 요인들이 배경으로서 일부 작용했을 수 있고, 이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근의 움직임을 이러한 펀더멘털 요인만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먼저, 한‧미간 금리차 역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5월 이후로 보면 정책금리차는 200bp에서 125bp로 축소되었고, 장기 국고채금리(10년물) 기준으로 보더라도 170bp 수준에서 70bp대까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작년 1/4분기 0.0%에서 4/4분기 중 1.8%(2025년 11월 전망치 기준)로 높아지면서 한-미간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었지만, 동 기간중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였다<그림 12><그림 13>.다른 나라에서도 성장률 및 내외금리차와 환율간 관계가 일관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유로지역의 경우 성장률 및 금리 차이가 미국에 비해 확대되었지만 유로화는 지난해 큰 폭 절상된 바 있다<그림 13>.
따라서 최근의 환율 상승에는 내외금리차, 성장률 격차 등 경제 펀더멘털 외에도 수급여건, 시장심리 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중 경상수지 흑자는 1,018억달러였지만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이를 큰 폭 상회하는 1,294억달러로 증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은 금년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그림 13. 한국과 유로지역의 성장률1)차이와 환율 추이
- 주 : 1) 빗금은 전망치
- 자료 : 각국 중앙은행, Bloomberg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임
최근 원화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최근의 환율 상황은 시장심리 및 수급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어 경제 펀더멘털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인식 하에서 그간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해왔으며, 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기대와 수급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 개선을 위한 성장 잠재력 제고와 자본시장 개선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그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경제구조 개혁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으로 직접 대응할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환율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으며, 정책결정 과정에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만일 한국은행이 환율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경기에 대한 부작용이 커져 여러 경제주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오히려 환율 안정도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환율의 물가에 대한 영향,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운영함으로써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구 지표 기준으로는 이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ETF 등 수익증권이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다. 한편, 최근 한국은행은 IMF 개정 통화금융통계매뉴얼을 반영하여 통화지표를 개편하고, 수익증권 등을 제외한 신 M2를 2003년 10월까지 소급편제하여 2025년 12월부터 발표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M2 증가율 변화로 인해 단기간에 추진된 조치가 아니며, 2023년 1월 제3차 국가통계발전기본계획에 2025년까지 완료하기로 반영하여 장기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표 변경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구 지표를 1년간 병행하여 발표하고 있다.
[2] 미국, 영국, 캐나다, 유로지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 총 10개국 기준
[3] 만일 한국은행이 의도치 않게 지급준비금 총량을 필요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공급했다면, 지급준비금 시장 내 가격지표인 콜금리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하회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지난해 콜금리는 대체로 기준금리를 소폭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4] 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은행이 RP매입으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는 주장의 심각한 오류, 한국은행 블로그(2026.1.16일)」를 참조하기 바란다.
[5] 우리나라는 전체 금융기관의 금융자산에서 은행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45~46% 정도인 반면, 미국의 경우 그 절반인 2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차이는 GDP 대비 M2 비율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