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5-28호]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전환 촉진방안: 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 검토

구분
경제일반
등록일
2025.09.29
조회수
19513
키워드
기후변화 녹색금융 기후 벤치마크 주식시장
담당부서
지속가능성장기획팀(02-750-6833, 6746)
1. 국내 녹색금융은 그간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녹색대출 및 보증, 채권시장에서의 녹색채권 발행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주식시장은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이는 일차적으로 채권 및 대출 시장의 경우 녹색 제도와 인프라 기반이 비교적 잘 갖춰진 데 반해, 주식시장은 기후 관련 정보 인프라와 성과평가 체계 등이 미흡하여, 녹색금융 활성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

2. 반면 유럽은 2019년 ‘EU 기후 벤치마크* 제도(EU Climate Benchmarks)’를 도입하여, 투자자들이 이를 녹색투자의 기후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에 본고는 주식시장을 활용한 국내 녹색금융 발전 방안의 일환으로, EU 기후 벤치마크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3. EU는 파리협정 경로에 부합하는 탄소감축을 목표로 하는 기후 벤치마크(이하 ‘PAB・CTB')의 최소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지수에 한하여 ‘EU PAB 및 EU CTB’*라는 명칭 사용을 허용하였다. 과거 민간에서 개발된 다양한 기후지수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후성과**를 평가하는 벤치마크로 활용되었으나, 이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기후지수’로 홍보되거나 성과 목표・지표 등이 상이하여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였다. 이에 EU는 ①탈탄소화, ②투자배제, ③산업구성 등 기후 벤치마크 구성의 세부 요건을 표준화하여 제시하였다.

4. 이러한 PAB・CTB 지수는 금융상품의 신뢰성・투명성 제고, 투자자의 책임투자 이행 지원, 기업의 자발적 탄소감축 유인 강화, 정책당국의 탄소중립 이행 수단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PAB・CTB 지수상품을 투자・운용 시 공시(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부담이 완화되고, 전환금융으로도 인정받는다.

5. 제도 시행 이후 PAB・CTB 지수상품 시장은 글로벌 지수사업자(MSCI, S&P 등)와 자산운용사(BlackRock, Amundi 등)들이 동 요건을 반영한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빠르게 조성되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PAB·CTB 지수 추종 펀드 규모는 2021년 이후 크게 확대되어, 2025년 6월말 기준 1,559억 달러에 달한다(EPFR 기준).

6. EU 기후 벤치마크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EU 요건을 반영하여 국내 기후 벤치마크 지수(이하 ‘K-PAB·CTB’)를 시산해 본 결과, 모지수(KOSPI)를 안정적으로 추종*하면서도 탄소집약도는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지수와 비교하여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투자 비중(종목 구성비)이 확대되는 등 자본이 고탄소 기업에서 저탄소 기업으로 재배분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및 과학기술업을 중심으로 탄소집약도가 개선되는 등 전환리스크가 의미 있게 축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7. 다만, 현재 K-PAB・CTB 지수의 도입 및 활용에 있어서는 국내 기후 데이터 제한, 저탄소 투자수요 부족 등으로 제약이 큰 상황이다. EU 요건에 부합하는 지수 산정을 위해서는 기업의 탄소배출량(Scope1·2·3)과 화석연료 관련 수익 등 상세한 기후 데이터가 요구되나, 우리나라는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또한, 국내 저탄소 펀드가 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관 및 일반 투자자의 수요가 미흡한 점에 비추어, 현재로서는 K-PAB・CTB 지수의 활용성 및 관련 시장 조성에 한계가 예상된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K-PAB・CTB 지수는 파리협약에 부합하는 정량적 저탄소 투자기준을 제시하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지수를 활용함으로써 국내 기후금융의 질적 개선과 투명성 제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신뢰성 있는 기후 관련 정보 공개는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주식시장 전반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식시장에서 다양한 녹색 제도 및 인프라를 설계하고 기준을 구체화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9. 결론적으로, 향후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 확충(지수의 투명성・신뢰성 제고), 정부의 실효성 높은 기후정책과 기관투자자의 저탄소 투자 확대(수요 기반 확대) 등이 뒷받침될 때 K-PAB・CTB 지수의 완결성이 높아지고 관련 시장 조성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기후공시 도입은 지수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선결 요건이다. 더불어 탄소배출권 가격 현실화, 정책자금을 활용한 기후금융 육성, 연기금 등 장기 기관투자자의 탈탄소화 계획 수립과 저탄소 투자 확대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10. 마지막으로, 국내 유관기관 간 협력을 통해 한국 실정에 부합하는 기후 벤치마크를 설계・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U 요건을 참고하되, 고탄소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와 전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도 기업의 전환 노력을 장려하는 방식의 새로운 벤치마크(ITBs; Investing for Transition Benchmarks) 도입 필요성이 제안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가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범 지수를 산출・운영해 보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선점과 한계를 점검하는 등의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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