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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귀환과 민간소비 부진

등록일
2024.06.11
조회수
14026
키워드
인플레이션 민간소비 물가
담당부서
조사국 거시분석팀
저자
과장 정동재

2021년 이후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였다. 이처럼 빠른 물가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에서 근 10여 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오랜 기간 모습을 감췄던 인플레이션의 갑작스런 귀환으로 물가는 곧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되었다.

물가라 하면 보통 소비자물가, 즉 소비재의 가격을 지칭한다. 사람들이 소비행위로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곧 물가이다. 따라서 물가와 소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둘 간의 관계가 단선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월급이 늘었던 모종의 이유로) 전보다 사과를 많이 소비하고자 하면 시장에서 사과가 귀해지므로 사과의 가격은 상승한다. 이때 사과 소비량과 가격은 모두 높아진다[수요 요인]. 반면 농장에 흉작이 들거나 사과를 따고 옮기는 데 드는 인건비가 올라가면 시장에 사과가 덜 공급되게 된다. 이때에도 귀해진 사과의 가격은 역시 상승하지만, 사람들이 비싸진 사과를 덜 소비하게 되면서 소비량은 감소한다[공급 요인]. 인과관계 측면에서 보면 전자는 소비가 물가를 움직인 것이고, 후자는 물가가 소비를 움직인 것이다. 본고에서 관심이 있는 관계는 후자에 해당한다. 즉 물가가 원인이 되어 소비를 얼마나 낮추었느냐 하는 것이 주된 관심이다.

물가가 소비를 얼마나 움직였느냐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 번째 실마리는 소비와 물가가 움직인 방향에 있다. 앞선 예에서 수요 요인이 발생하면 소비와 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소비↑, 물가↑). 반대로 공급 요인이 생기면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소비↓, 물가↑). 이러한 관점에서 2021년 이후 물가상승기의 소비와 물가 흐름은 어떠했을까? 먼저 소비자물가는 2021년 이후 최근(24.4월)까지 누적 12.8%, 연평균 3.8% 상승하였다. 이는 2010년대 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추세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부진하여 팬데믹의 영향이 상당 부분 소멸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추세를 큰 폭 하회하고 있다[1]. 이러한 물가-소비 간 역(逆)의 관계는 2021년 이후 높은 물가상승이 상당 부분 공급 요인에 따른 것이며, 같은 기간 민간소비의 부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림 1. 누적 물가상승률1) 및 상품·서비스 기여도


주: 1) 2010.1~24.4월중 전월대비 물가상승률을 누적 합산

자료: 통계청, 조사국 추정


그림 2. GDP 민간소비 추세1) 및 흐름


주: 1) 점선은 2015~19년 추세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가계별로 달라
① 실효 물가상승은 고연령·저소득 가계에서 높았지만 
공적이전소득이 이를 만회


물가상승이 소비를 둔화시켰다면 그 영향은 가계별로 고르게 나타났을까? 아니면 누군가 물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계별 소비품목과 재무상황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먼저 물가의 영향은 가계 소비품목(소비바스켓)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가계는 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또 어떤 가계는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따라서 물가상승이 높은 품목을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가계일수록 실제 체감하는 ‘실효 물가상승’이 높아 물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러한 소비품목의 차이를 고려해 실효 물가상승률을 산출해보면, 물가가 크게 상승한 식료품, 에너지 등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고령층 및 저소득층에서 실효 물가상승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0-23년중 실효 물가상승률은 60대 이상 고령층이 16.0%로 여타 연령층 평균 14.3%보다 높았고, 소득 1분위(하위 20%) 저소득층이 15.5%로 고소득층(소득 5분위, 상위 20%) 14.2%를 상회하였다.

이처럼 실효 물가 측면에서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물가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들 가계의 고물가가 고스란히 소비둔화로 이어졌을까? 이에 대해서는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소득의 변화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물가상승만큼 가계소득이 동등하게 상승했다면 해당 가계가 특별히 소비를 줄일 이유는 없다[2].

이들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원천을 살펴보면, 공적이전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공적이전소득은 노후소득 보호,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 정책이 투영되므로 물가상승으로부터 보호되는 소득[3]이다. 실제로 2021년 이후 공적이전소득이 저소득·고령층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하면서 해당 가계의 고물가 영향을 완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그림 3. 연령대별 실효 물가상승률1)


    주: 1) 각 년도 4/4분기 기준, 19년 대비 누적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 그림 4. 소득분위별 실효 물가상승률1)


    주: 1) 각 년도 4/4분기 기준, 19년 대비 누적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 그림 5. 연령대별 공적이전소득 증감폭1)2)


    주: 1) 2019년 4/4분기대비 2023년 4/4분기 증감폭

    2) 공적이전소득에는 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액, 사회적현물이전금액 포함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 ② 가계 보유 자산·부채에 따른 영향은 고령층과 청년층에서 컸지만,
    상당수 가계에서 금리상승의 영향이 이를 상쇄


    둘째로 물가상승의 영향은 가계가 보유한 자산·부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금융자산을 금융부채에 비해 많이 보유한 가계는 물가상승 시 자산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금융부채를 많이 보유한 가계는 부채가치가 떨어져 이득을 본다[4]. 이러한 영향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금융자산을 부채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과 청년층에서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큰 경향이 있었다[5].

    다만, 가계의 자산·부채 가치에는 금리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가 인상된 데 따른 영향까지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가계에서 금리상승이 물가상승의 영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6].


    가계 전체적으로 합산해보면 물가상승이 소비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아


    모형을 통해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면, 2021년부터 급격히 상승한 물가는 민간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 들어 펜트업(pent-up) 소비 등으로 빠르게 회복하던 민간소비는 가파른 물가상승의 영향을 받아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2021-22년 누적 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의 영향은 2023년 이후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 감소요인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이 소비에 미친 영향은 두 가지 경로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첫 번째 경로는 소비자물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소득을 하락시킨 데 따른 영향이다[소득 경로][7]. 물가상승은 이 경로를 통해 2021-22년 누적 소비증가율을 약 4%p 내외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그림6-①>

    두 번째 경로는 가계별 금융자산·부채 실질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을 가계 전체적으로 합산한 것이다[자산·부채 경로]. 분석결과, 자산·부채 경로의 합산 영향도 소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8]. 즉, 물가상승으로 부채부담이 줄어든 가계의 소비개선에 비해 자산가치가 훼손된 가계의 소비위축이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부채 경로의 영향으로는 2021-22년 누적 가계소비가 약 1%p 내외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그림6-②>

    그림 6. 인플레이션 충격의 민간소비 영향



    ① 소득 경로1)


    주: 1) 인플레이션 충격이 각 모형(BOK-DSGE 및 IV-VAR)의 파급경로를 통해 민간소비(전년동기비%)에 미친 영향으로 자산·부채 경로의 영향은 제외되어 있음.

    자료: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조사국


    ② 자산·부채 경로1)(21-22년 누적)


    주: 1)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실선은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소비변화율, 막대그래프는 각 연령대 안에서 순금융자산(NNP)이 음(-)인 가계와 양(+)인 가계 각각의 소비변화율

    자료: 한국은행 조사국



    요약 및 맺음말


    2021년 이후 빠르게 상승한 물가는 민간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상당 부분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며, 가계가 저축해놓은 금융자산의 가치가 훼손된 데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물가로 인한 가계소비의 위축도 점차 약화될 것이다.

    가계별로 보면 고연령·저소득층 등 상대적 취약계층이 물가상승의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가계에서 높았던 물가의 영향은 공적이전소득의 증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소득의 증가 등으로 다소 완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과 저축의 가치를 약화시켜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의 귀환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 하겠다.


    [1] 물가와 소비 흐름을 재화와 서비스로 나누어 살펴보면, 재화소비에서 2021-22년중 물가와 소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뚜렷하였다. 이는 공급 요인 가격상승의 원천인 글로벌 공급차질, 이상기후 등이 원자재, 식료품 가격상승 등을 통해 재화소비 둔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의 바탕이 된 보고서인 「경제전망보고서(2024년 5월)」 핵심이슈 “고물가와 소비 : 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를 참고하기 바란다.

    [2] 좀 더 엄밀하게는 현재 물가수준과 미래 기대 물가수준을 고려한 가계의 실질 항상소득이 유지되고, 가계가 현금흐름 등의 제약하에 있지 않을 경우 가계의 실질소비 수준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는 이후 서술할 가계 보유 자산·부채를 통한 물가의 영향도 무시하기로 한다.

    [3] 특히 국민연금 등 상당수 공적연금은 지급액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함으로써 물가상승의 리스크로부터 연금소득을 보호하고 있다.

    [4] 본고에서는 이를 가계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차감한 지표인 순금융자산(또는 순명목포지션, Net Nominal Position, NNP)으로 측정하였다. 물가상승시 순금융자산이 0보다 크면 자산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0보다 작으면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

    [5] 순명목포지션이 고령층에서 높은 것은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특히 미국, 캐나다 및 유로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령층에서 청장년층으로 부(wealth)의 재분배가 이루어진 효과가 관찰되었다. 반면 청년층은 생애주기상 부채를 많이 보유하는 연령층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거주자의 전세보증금 실질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6] 예컨대 금융자산 보유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가치 하락과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다만 저연령층 전세거주자와 같이 물가와 금리 모두에서 손해를 보거나, 반대로 양 측면 모두에서 이득을 보는 계층도 있었다.

    [7] 가계가 예상하지 못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여 균형 소비수준을 조정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소득(또는 생산) 변화와 금리 상승 등 일반균형적인 영향이 포함된 결과이다.

    [8] 소득 경로의 영향과는 달리 자산·부채 경로의 영향은 모든 가계가 일방향적으로 물가상승의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득을 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가계 전체로 합산했을 때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선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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