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화폐 | 고려
성종 15년(996년)에 건원중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로 된 주화가 만들어졌다. 원래 건원중보는 중국의 당 숙종 2년(759년) 부터 주조된 엽전인데 고려에서는 중국 건원중보와 구별하기 위해 동전 뒷면에 우리나라 화폐임을 표시하는 ‘동국(東國)’자를 넣었다. 그러나 이러한 철전의 주조에도 불구하고 당시 민간에서는 쌀(米)과 포(布)가 교환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강력한 주화유통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고 목종 5년(1002년)에 철·포 겸용책이 채택되었다.
그 후 약 100여년 뒤인 숙종 2년(1097년)에는 화폐를 만들고 관리하는 주전관이 설치되고 4년 후에는 은병(銀甁)이 처음으로 발행되었으며 숙종 7년(1102년)에는 소액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해동통보가 발행되었다. 한편 충렬왕 13년(1287년)에는 소액 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쪼개어 사용할 수 있는 쇄은(碎銀)이 유통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동전과 은병 등의 화폐는 상류층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을 뿐 여전히 쌀과 베 등의 물품화폐가 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