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융의 최근 변화와 개혁과제(금융경제연구 제236호)
저자: 문성민 차장(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본 연구에서는 1990년대 중반이후 북한 금융의 환경변화와 제도변화를 분석‧정리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개혁과제를 제시하였다.
북한은 경제난으로 재정규모가 축소되어 종전에 국가가 지원하던 기업 운영자금을 국가 재정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자금난이 심화된 북한 기업은 경영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기업의 대출수요가 증가하였으며 은행의 대출재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에 북한은 1995년경 은행대출을 늘리기 위해 대출재원 관련 원칙을 완화하였으며 대출대상을 확대하고 대출 금리를 저금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하였다.
이와 같은 은행대출 증가는 현금통화 증가로 이어져 시장물가 상승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2002년 7.1조치 이후 대출이 현금으로 인출되는 합법적인 경로가 생기면서 대출증가와 이에 따른 현금통화 증가가 시장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현금만을 대상으로 하던 통화조절사업을 무현금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나름대로의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가의 재정지원 축소로 기업의 자금부족 현상이 확산되면서 기업간 거래에서도 물품구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구매자의 은행잔고를 확인한 후 거래하도록 하는 정도의 미봉책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금기피현상과 사금융 확산, 이중환율구조와 외화선호 확산 등에도 불구하고 저금제도나 환율 및 외화관리 제도의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북한의 금융환경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제도개선을 통한 금융기능 향상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증대되었다. 이에 북한 금융당국도 나름대로의 제도변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추진한 금융제도의 변화는 개혁적 성격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며 따라서 금융기능 향상을 위한 제도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대출의 증가로 부실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져 대출심사기능 확충을 비롯한 대출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유휴자금 흡수를 위해 저금금리를 인상하는 등 저금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