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코로나19에 대응한 각국의 금융지원 조치가 정상화될 경우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각국의 기업 도산제도(특히 채무조정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충격이 큰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현재화되면서 부도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산제도(채무조정제도를 중심으로)의 개선 방향과 주요국 개편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기업 채무조정이란 상환기일 연장, 원리금 감면, 출자전환 등과 같은 채무사항의 변경을 의미한다. ‘존속가치 ›청산가치’인 회생가치 높은 기업은 해체하기보다 가능한 존속시킴으로써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의 제도이다. 채무조정 방식은 크게 회생절차, 혼합형 워크아웃, 강화된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 4가지로 구분되는데, 법원이나 제3자 개입 여부 등에 따라 이해관계자에 대한 구속력의 정도가 다르다.
최근 금융안정위원회(FSB),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향후 코로나19 지원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과다부채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도산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채무조정제도의 선제적 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예컨대,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채무조정, 법원외(out-of-court) 채무조정 등 다양한 방식 도입, 중소기업을 위한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채권단의 출자 전환시 세제 혜택 부여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은 원활한 기업 채무조정을 도모하고자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채무조정제도를 개편하였다. 첫째, 회생가능한 채무조정 기업의 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 호주 등은 채권자의 권리행사 유예, 채무자인 기업(이하 “채무자 기업”) 이사의 책임 면제, 채무자 기업의 거래 보호 등을 개시하였다. 둘째, 채무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영국, 독일 등은 법원의 인가시 일부 채권자의 반대가 있더라도 채무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법원의 강제인가 제도를 도입하였다. 셋째,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의 도산 대비 필요성이 급증함에 따라 호주, 싱가포르는 중소기업의 채무조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중소기업의 법률비용 부담을 완화하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몇 차례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효율적이고 다양한 기업 채무조정제도를 구비한 것으로 평가된다(Bauer et al., 2021). 우리나라 기업의 채무조정제도는 법률에 기초한 강화된 워크아웃(enhanced workout), 회생 전문법원의 설치·운영, 중소기업 회생절차 간소화 제도 등이 특징적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적 펀드를 통한 기업 채무조정의 촉진, 중소기업 회생절차의 간소화 노력 지속, 소규모 중소기업을 위한 선제적·자율적 구조개선 프로그램 도입 등과 같이 기업 채무조정제도를 꾸준히 개선하여 왔다.
그럼에도 최근 국제기구의 논의 및 주요국의 제도 개편 사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채무조정 활성화, 법원외 채무조정 절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도산실무가(restructuring practitioner) 제도의 한시적 도입,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외 채무조정 확대 등의 보완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