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년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던 2014∼15년중 제기되었다가 이후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관련 논란이 그친 바 있다.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될 경우 자기실현적 소비 이연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디플레이션의 개념은 통상적으로 물가수준의 하락이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기대 경로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러한 정의에 입각하여 평가해 보면,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물가하락의 ①광범위한 확산성 및 ②자기실현적 특성 측면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③제도적 특이요인도 상당 부분 가세한 결과로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중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품목수의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광범위한 확산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고 있어 자기실현적 물가하방 압력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안착점(anchor)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현재 우리 경제는 교육·의료·통신 관련 복지정책 강화 등으로 수요측 압력과 관련성이 낮은 요인에 의한 물가의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 경제는 향후 예상 밖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점에서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 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종합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를 산출해 보면,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에 대한 경기적 요인 외 구조적·제도적 요인 등의 영향을 감안할 때, 최근의 약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우려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플레이션은 현재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나 분명 경계해야 하는 현상인 만큼 물가 여건과 함께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