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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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경제발전

구분 경제이론·교양
대상 일반인
경제교육기획팀 (--) 2008.12.16 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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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경제 발전시킨다?

 

종교와 경제 발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언뜻 보면 신학대학에서나 다룰법한 주제 같지만 사실 최근 경제학계에서 주목받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2004년 7월'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를 쓴 케빈 클라센 연구원과 프랑크 시미트 연구원은 생산성과 투자 같은 전통적인 경제 성장 요인 외에 비전통적인 경제 성장 요인이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종교와 경제의 상관 관계가 높다고 밝혔다. 지옥이 있다고 믿는 국민이 많은 나라('지옥믿음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 소득이 높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 나라의'국민들 중 지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과 1인당 국민소득(2001년 기준)을 보면 미국이'71%-3만4320달러'인 데 반해 아일랜드는'53%-3만2410달러', 일본은'32%-2만5130달러', 영국은'28%-2만4160달러', 불가리아는'10%-6890달러'로'국민들 중 지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과 소득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도 2003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전 세계 59개 국가 국민들의 종교 집회 출석률과 천국, 지옥, 신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설문 내용을 토대로 종교와 경제 성장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앙심이 강한 국민이 많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았다는 것. 다만 종교 집회 참석률만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종교 집회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경제 발전에 쓰일 수 있는 시간과 재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여져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란게 배로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종교와 경제 발전은 자본주의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세시대만 해도 부(富)의 축적은 죄악시됐다. 부의 축적은 다른 사람들의 부를 빼앗은 결과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개혁 과정에서 등장한 청교도 등'프로테스탄트'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정당한 부의 축적을'신의 축복'으로 합리화했다. 당시 이 같은 논리는 봉건 지주세력과 싸우며 사회지배세력으로 떠오르던 부르주아지(자본가)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라는 책을 통해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 탄생의 토대가 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다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종교와 경제 발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이론틀도 있다. 바로'레몬시장 이론'이다. 레몬은 고장이 잦고 허접한 중고 자동차를 뜻하는 영어 속어다. 레몬은 향이 좋고 색깔도 맛있어 보이지만 먹기엔 너무 시다는 점에서 겉만 그럴 듯한 중고차를 레몬에 빗댄 것. 잠시 중고차 시장을 생각해 보자. 이 시장의 특징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자신의 차에 대한 정보를 다 갖고 있다. 몇 번 사고를 냈는지, 어떻게 관리했는지, 특별한 하자는 없는지…. 반면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 아는 것이 없으니 단지 값을 깎는 것으로 혹시 모를 손실을 벌충하려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세계 종교인 비율과 1인당소득, 국민들 신앙심 높을수록 성장률 높지만, 종교집회 참석률 높을수록 성장률 떨어져 라는 그래프 이미지

결론은 중고차 시장에서는 항상 품질 나쁜 차만이 거래된다는 것이다. 품질 좋은 중고차를 가진 사람들은 낮은 가격에 팔려 하지 않고 수요자들은 품질을 믿지 못해 가격을 깎으려고만 하다 보니 중고차 시장엔 질 나쁜 중고차만 넘쳐나게 된다는 것이다. 조지 애컬로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이런 설명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좋은 것은 다 빠져 나가고 나쁜 것만 남는 것을 경제학에선'역(逆)선택'이라고 부른다. 다수의 사람들이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역선택이 나타나는 이유는 중고차 시장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자리 잡고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면 역선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종교의 역할이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덜 타락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덜 속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역선택은 줄게 되고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정보화 경제의 사회 전체적 후생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경제 발전의 관건은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가 자신의 저서'트러스트'에서"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신뢰"라며"각 사회가 지니고 있는 신뢰의 정도가 그 사회의 경제적 특징을 결정 짓고 경제 발전의 관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분명 옳은 말이다.

 

돋보기 이미지금융시장도 율법을 따르네

 

02년~06년 전세계 수쿠크 발행액을 나타낸 그래프 이미지경제 활동에 종교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 사례가 이슬람 금융이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금융 거래를 뜻한다.

이슬람 율법은 이자 받는 것을 금하고 있다.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시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조치다. 하지만 율법을 피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령 주택담보 대출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갚는다. 하지만 이슬람권에선 이것이 율법에 어긋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쓴다. 가령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은 은행과 공동으로 집을 구입한다. 이 때 소유권은 은행에 있다. 대신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은 은행에 일정 기간 임대료를 지급한다. 임대료 지급이 끝나면 집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전통적인 주택담보 대출과 다른 점은 이자가 아니라 임대료 형태로 은행에 돈을 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슬람 금융은 최근 고유가로 중동 산유국들에 돈이 넘쳐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슬람권의 자금을 끌어 쓰려면 이슬람 율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세계적 은행들은 이미 이슬람 금융 전담 자회사를 두거나 이슬람 국가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자 대신 배당을 받는 수쿠크(sukuk ; 이슬람 채권) 시장도 커지고 있다. 연간 수쿠크 발행액은 2000년만 해도 3억3600만달러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24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불과 6년 만에 71배나 규모가 커진 것이다.


돋보기이미지逆선택 예방법도 가지각색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생기는 역선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거래 쌍방 간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를 해소하면 된다. 다시 말해 모자란 정보를 채우거나 상대방이 자신만 아는 정보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선 역선택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가령 생명보험사는 계약 전에 가입자들의 건강 검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병이 있는데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할 여지를 없애고 가입자 본인도 모르는 질병을 미리 발견하는 이점이 있다. 자동차 보험에는 자기부담금 제도가 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입자 차량 수리 비용의 일부를 가입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도 수요자들에게 정보를 채워 줌으로써 역선택을 줄인다. 중고차 중개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고차 매물의 사고 수리 부품 교체 등 차의 이력을 제공하고 신차처럼 일정 기간 품질 보증도 해 준다.

은행에선 대출자에 대한 신용 조사를 강화해 대출금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채용 기업들은 인턴사원 제도를 통해 취업 희망자들이 열심히 일할 사람인지 아닌지 미리 검증할 기회를 갖는다.

요즘 결혼 전에 신용 조회를 해 보는 경우가 있고 중·고교 시절 졸업 앨범을 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혹시 결혼 상대방이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결함이 있는지 알아 보자는 것으로 역시 역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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