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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경제학

구분 한국경제
대상 일반인
경제교육기획팀 (--) 2008.12.16 5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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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통해 행복 느끼는 개인 많아질수록 지속 가능한 사회 강화돼 경제 효율성 높아져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한 작년 12월, 기름 유출로 인근 어장과 해안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자 전국에서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이러한 자원봉사 활동 덕분에 한때 기름띠가 가득하던 서해안은 빠르게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한 것처럼 수많은 국민들이 태안반도로 달려간 동기는 뭘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들도 고심하여왔다.
우선 주류 근대 경제학으로는 그 해답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근대 경제학에선 개개인의 이기적 행위가 사회 전체의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기적 행위만을 강조하다 보니 자원봉사 활동 같은 이타심을 설명할 여지가 적은 것이다. 물론 경제학에 인간의 심리 행태를 고려했던 학자는 다름 아닌 근대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였다. 그는'도덕감성론'이란 저서에서 인간 행동의 심리적 원리를 강조하였다. 경제학이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개인의 이기심만 강조한 게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비합리성에 기초를 둔 이타적 행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세기 중반 행태경제학이나 행복경제학이 등장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먼저 행태경제학은 경제 주체의 이기심보다는 이타성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강조한다. 인간 개개인은 합리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측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행태경제학에서 강조하는'협조게임'에 따르면 개인이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나 사회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사 결정을 할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제적 이기심만을 가정한다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즉 '비협조 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에서는 어떤 대안을 제시했을까?
우선 불공정한 경제 활동을 감시하고 규율하는 제도를 만들어 개개인의 인센티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 사이의 경제적 관계를 지속시킴으로써 상대방이 과거에 보였던 비협조적 태도를 협조적 태도로 바꾸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성이 늘어나는 협조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상 4회 정도의 거래 관계가 반복되면 거래 당사자의 90% 이상이 협조적 태도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효용 개념에 개개인의 이타심을 포함해도 협조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이타적 행위를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포함하면 협조 게임의 보수 구조가 변해 협조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 경제 행위와 관련한 뇌의 활동, 호르몬의 작용 등을 연구하는 신경 경제학자들은 호르몬의 일종인 옥시토신이 사람들의 이타심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이타심을 포함한 넓은 가치 개념과 옥시토신의 작용은 사람들이 교육과 이타적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질 수있음을 시사한다.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은 개개인이 상호간의 사전 약속이나 조정 없이도 비슷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군집 행동
 
주요국의 후생지수비교, 한국인의 경제적 행복지수등을 나타낸 그래프 이미지
이 항상 긍정적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주식시장의 바이코리아 열풍, 은행들의 대출 경쟁 등에서 보듯‘쏠림 현상’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행태경제학자들은 개개인의 군집 행동은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감정과 성공한 사람, 존경 받는 사람, 또는 대세에 순응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태안반도 봉사활동규모가 언론 보도와 정치인 배우 등 유명 인사의 참여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에 대한 사람들의 응집력 있는 행동은 우리 사회의 강한 동질성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행태경제학에선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 타인(준거 집단)의 상황을 고려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공동체 의식이 높아 준거 집단의 영향력이 매우 큰 국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행복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태안반도 자원봉사 활동은 사회 후생증진과도 관련이 있다. 행복경제학에선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 문화적 가치의 보존과 발전, 자연환경 보전, 좋은 정부 등의 가치가 중시된다. 따라서 태안반도 봉사활동은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 자연환경 보전 등을 통해 사회의 행복 총량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주관적이지만 최근에는 각종 측정 지표가 개발되고 있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행복행성지수(Happy Planet Index)나 인류발전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있다. 국내에선 경제적 행복지수(Economic Happiness Index)를 꼽을 수 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처음 발표됐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전국의 성인 남녀 713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안정 △경제적 우위 △경제적 발전 △경제적 평등 △경제적 불안 △전반적 행복감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39.3점에 그쳤다.
 
돋보기이미지 해외 자원봉사 사례
사람의 실수나 자연의 거대한 힘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당할 때 태안반도에서와 같은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이 해외에서도 있었다.
1997년 1월 러시아 유조선 나홋카 호가 침몰해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지역 해안이 중유로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몰렸고 결국 3~4개월 만에 유출된 기름을 대부분 제거했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연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 인도의 해안 지역을 덮쳤다. 이로 인해 15만7000명 가량의 사망자와 200만 명 정도의 이재민이 생겼다. 이 때에도 각국정부는 물론 비(非)정부기구에서 지원이 잇따랐고 사비를 털어 구호 활동에 나선 자원봉사자들도 많았다.
이 같은 대규모 활동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남을 돕는 행동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매년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게 좋은 예다. 또 1988년부터 시작된‘밥퍼 나눔운동’에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내내 무료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용어풀이 협조게임이란
경제학에서 유명한 이론 중 하나가 게임 이론이다. 어떤 행동의 결과가 게임에서와 같이 참여자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다른 참여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하에서 어떻게 하면 최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게임이론에서 자주 이용하는 협조게임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A와 B가 함께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이 서로 협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이윤이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둘 중 한 사람이 협조할 때 협조를 선택한 사람의 이윤은 2, 비 협조를 선택한 사람의 이윤은 15가 되고 둘 다 협조적일 때는 각각 10의 이윤을, 둘 다 비협조적일 때는 각각 4의 이윤을 얻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A와 B의 이윤구조를 나타낸 표 이미지
 
두 사람이 각각 자기 이익만 추구해 비 협조를 선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의 총 이익은 8에 불과하다. 반면 두 사람 중 한 명만이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17, 두 사람 모두 협조적이라면 20으로 총 이익이 늘어난다. 개개인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비 협조 균형 상태보다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협조 균형 상태가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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