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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와 기업의 경쟁력

구분 한국경제
대상 일반인
경제교육기획팀 (--) 2008.12.16 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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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중시 채용풍토가‘무늬만 인재’양산

 

최근 신정아씨의 예일대 가짜 학위 파문으로 우리사회의‘학벌주의’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이미 채용된 교수나 직원들의 학력 신고내용을 출신학교에 확인하는가 하면, 일부 유명연예인들의 허위학력‘고백’도 잇따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3년 전국 학부모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인 ‘학부모의 학력주의 교육관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90%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학력수준으로 4년제 대학 이상을 선택했다. 또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에 대해서는‘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해서(5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우리사회의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일류대학 위주의 취업구조(39%)’를 1순위로 꼽았다.

‘학벌주의’의 폐해와 해결방안에 대해선 그 동안 많은 발표와 토론 등이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업의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요즘 같은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의‘생명’이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다. 따라서 기업마다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당수 기업은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의 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서류전형과정에서는 지원자 수가 많기 때문에 각 회사별로 나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응시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다. 주로 출신대학 학점, 어학성적, 봉사활동 등이 선별기준이 되고 있다.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지원자 자신보다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정보의 비대칭성 하에서의 불리한 선택’이라고 한다. 이 같은 불리한 선택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선별하기’를, 지원자들은‘신호 보내기’(석?박사학위,자격증 등 제시)를 활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출신학교를 차별하는 이른바‘학벌주의’다. 이 학벌위주의 선발은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좋은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벌이 좋은 사람이 능력도 우수할 수 있지만 학벌에 비해 능력이 못 미치는‘무늬만 우수한 불량품’을 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비용 상승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대학도 학벌주의가 통하다 보니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대에 이른다.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대학진학률 평균은 60%대 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가기가 다른 나라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도 된다. 졸업률도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 진학생 중 6년 이내에 졸업하는 비율이 60%에 못 미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졸업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낙제학점(F)을 받더라도 재수강해 이를 A학점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편리한 학점세탁제도(?)까지 구비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전세계 유명대학 가운데 차지하는 순위가 보잘 것 없는 것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는 이유이러한 대학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학벌주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먼저 기업은 다양한 선별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직원채용 시 천편일률적으로 학벌에만 우선순위를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직무 특성에 맞춰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험을 잘 치르고 학교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반드시 영업업무 등 대 고객업무까지 잘 수행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1차 전형에서 학벌만을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실제 대 고객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사람이 탈락될 수 있다. 따라서 직무그룹별로 다른 선발 및 평가기준을 개발해 1차 전형 때부터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은‘학벌’이 우수한 사람이 바로 진정한‘실력’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들의 임용과 승진기준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카이스트의 개혁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위주의 평가를 부추기는 또 다른 문제는 평가방법에 있다. 즉 입학 또는 선발시험에만 큰 비중을 두고 그 다음 과정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소위‘명문’학교에 입학한 것만을 높이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입학 이후에도 열심히 노력해야 졸업할 수 있고, 대학졸업 이후에도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고 보상해 주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에서 진정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양성될 수 있고, 이들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학벌위주 폐단 개선하려면

돋보기 학벌위주 폐단 개선하려면

기업의 경력직 채용 비율학벌위주의 폐단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로또식’이 아니라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패자부활 전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일등을 못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패자부활 전 제도’는 오랫동안 강성했던 로마제국에서도 통용된 방법이다. 로마제국은 패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반면 로마에 패망한 카르타고는 전쟁에 패한 장수에게 사형 등 강력한 벌을 줬다고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동안 사법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밝은 미래가 보장돼 왔다. 사법시험 제도의 이러한 매력 때문에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하게 사법시험 준비에 나섰고, 그 결과 대학교육의 파행을 우려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사법시험 제도를 개혁하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기득권층의 반대로 개혁이 어려웠다. 늦게나마 로스쿨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제도 도입을 계기로 판?검사 임용제도가 개선돼 변호사 중에서 경험과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판?검사로 임명하고 변호사와 판?검사 간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초기에 판?검사로 임명되지 않더라도 원할 경우 열심히 노력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중간관리자의 수시채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입사원으로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데 실패한 사람이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제2, 제3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실망이 크지 않을 테고, 기업 역시 특정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두루 뽑아 쓸 수 있어 유리하다.

대학교육도 학생들의 졸업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편입제도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편입생 비율은 전체 재학생의 5% 내외지만 미국은 20~30%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입시과열 풍토를 진정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까지가 험난하다면 지금처럼 너도나도 입시에‘올인’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용어풀이

용어풀이 정보의 비대칭성 이론

경제학에서 말하는‘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하에서의 불리한 선택(adverse
selection)’이란 상대방에 비해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자신의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 정보가 적은 쪽이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불리한 선택’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선별하기(screening)’다. 이는 정보가 부족한 쪽이 상대방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다. 또 하나는‘신호 보내기(signaling)’다. 이는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의 사적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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