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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사회성공 지름길인가

구분 한국경제
대상 일반인
경제교육기획팀 (--) 2008.12.16 7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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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화 사회에선 투자 불확실성 커져

 

‘기러기 아빠, 대전살이(대치동 전세살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을 해외로 보내거나 생활비 부담을 무릅쓰고 강남으로 이사가는 부모들을 빗댄 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부모들의 생활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열풍은 여전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8만8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이고 실제로는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또 초?중?고등학생에게 들어가는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20조400억 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같은 사교육비 지출은 경제학적으로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게 보기 힘든 측면이 많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이란 비용 대비 성과가 극대화될 때를 말하는데 사교육비의 경우 비용(사교육에 드는 돈과 시간)은 분명한 반면 성과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흔히 기대되는 사교육의 성과는 당장 학교 성적이 오르는 것과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그리고 대학 졸업 이후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것 등이다. 그런데 사교육이 곧바로 학교 성적 향상이나 명문대학 진학으로 연결되는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나중에 높은 임금을 받는 데 도움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기존 기술의 반복과 모방이 생산 활동의 주류를 이뤘다. 이른바‘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였다. 똑같은 제품을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이다. 이 시대에는 획일적인 교육만으로도 사회가 원하는 노동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교육도‘암기식’이나‘반복적인 문제 풀이’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입시 위주의 사교육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된다. 단지 시험 성적이 좋다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와 정운찬 교수는 이를 두고“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로이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능력은 입시 위주의 사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의 성과가 과거에 비해 불확실해진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입시 위주의 사교육이 학생들의 창조성을 망가뜨려 오히려‘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임금체계가 연공서열 위주에서 점점 연봉제로 바뀌는 추세인 점도 사교육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공서열제에선 근무기간이나 나이와 함께 학력이 임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였다. 하지만 연봉제에선 학력보다는 실제 능력이나 업무 성과가 중요한 평가잣대가 된다. 창조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아무리 학력이 높아도 소득이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사교육비 증가는 우리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

총 사교육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율,

연봉제 도입 기업 비율

 

 다. 과도한 사교육비로 가계 저축률이 하락하고 고령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데도 노후대책은 후 순위로 밀리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출산율 저하도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 있다. 자녀 한 명을 가르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면서‘적게 나아 잘 기르자’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이 나뉘면서 사회 양극화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처럼 비용 대비 성과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부작용이 뒤따른다면 투자(사교육비 지출)를 줄이는 게 경제 원리에 맞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당장 다른 집 아이들이 모두 과외를 받고 있는데‘우리 집’아이만 과외를 받지 않으면 왠지‘내 자식만 뒤처지는’느낌이 든다. 또 미래의 성과를 위해 당장의 비용 부담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인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불확실하더라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설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공교육(학교 교육)의 부실을 탓할 수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의존해서는 원하는 교육 성과를 내지 못하니까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이 과연 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창조성이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입시 위주의 사교육 투자는 더 이상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교육 참여자의 일반교과 수강 목적

돋보기 꺼지지 않는 사교육 열풍 왜?

사교육 참여자의 일반교과 수강 목적학생들은 왜 사교육을 받을까. 통계청이 지난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선행학습(31.8%), 학교수업보충(27.5%), 진학준비(24.2%), 불안심리(14.0%) 때문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 중 선행학습과 학교수업 보충, 진학준비 등은 따지고 보면 입시 준비와 연관이 있다. 결국 입시준비와‘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어떻게 되나’하는 불안심리가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받을지 여부를 누가 결정할까. 교육 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학부모와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사교육 의식조사’를 보면‘어머니’라는 대답이 68.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학생 본인(23.0%), 아버지(7.3%)의 순이었다.

특히 학생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어머니의 결정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의 경우 79.6%, 중학생의 경우 65.1%가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사교육을 받고 있다.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 스스로 원하는 경우가 55%(일반계 고등학교 기준)로 비교적 높았다.

사교육 정보 획득 경로는 76.2%가‘친구와 주변 학부모’라고 밝혔고 이밖에 학원 전단지(9.3%), 언론과 인터넷(7.8%), 학원 관계자(4.9%)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원인에 대해‘기업에서 인력 채용 시 학벌 중시’와‘수능과 논술 위주의 대학입시’를 꼽았다.

 

대학졸업장 있으면 능력 상관없이 좋은 대우

돋보기 대학졸업장 있으면 능력 상관없이 좋은 대우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이만큼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는 거의 없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나도 대학에 가야지’라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 일종의‘쏠림현상’이다. 사회적으로 체면이 중시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 대학에 가야 나중에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를 꼽을 수 있다. 대학 졸업장이 있으면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을‘학위효과(sheepskin effect)’라고 한다. 옛날 대학 졸업장이 양가죽(sheepskin)으로 만들어진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위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학위효과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교육이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더 많이 받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임금이 높은 것은 교육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원래부터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대학에 들어간 것은 그 사람들이 능력이 높다는 신호(signal)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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