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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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반란 - 세대전쟁

구분 경제이론·교양
대상 청소년
경제교육기획팀 (--) 2011.06.17 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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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지않은 미래 프랑스. 그 곳에선 더 이상 노인에 대한 공경의 미덕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보장 적자의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노인들 때문에 발생한다는 어느 전문가의 분석에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노인 배척 운동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노인복지 예산이 삭감되는가 하면 인공심장 생산이 중단되기도 하고 시내 레스토랑에서는 ‘70세 이상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이기도 한다. 마침내는 자식들이 부모를 포기하면 정부에서 '휴식·평화·안락 센터'라는 기관에 보내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안락사 시키기까지 한다. 물론 대외적으로 안락사 시킨다는 말은 없지만 노인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던 중 이 센터로 끌러갈 처지에 있던 노인 중 일부가 산으로 도망을 치게 되고 그 곳에서 나름대로 생존해 나가며 정부와 국민들에게 노인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 나간다. 자신들의 입장이 사회에 퍼지고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부도 마음을 고쳐먹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끝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이는 가상의 이야기로 프랑스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집 중 ‘황혼의 반란’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게 먼 나라, 혹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우리 주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연금문제, 실업문제, 주택문제 등 현재 우리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문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세대간의 갈등이 깊게 뿌리박혀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고령화, 출생률 저하, 설계상의 취약성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은 2044년에는 걷는 보험료보다 지급할 연금이 더 많아지게 되고 2060년에는 아예 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연금제도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점점 급여수준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올리는 길 뿐이다. 다시 말하면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이든 세대보다 연금을 더 내고 덜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과연 미래의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젊은이들의 실업이나 임금삭감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8%가 넘는 청년 실업률이나 신입직원 임금삭감의 기저에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의식도 한 몫 한다. 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진입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활발한 고용창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성세대들이 자신이 가진 고임금 구조 등의 기득권을 조금 양보함으로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식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문제도 해결하기 난망한 과제이다. 한 집안에서 아버지는 정규직, 아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주택문제의 경우에도 부동산 불패신화에 젖어 기성세대들이 무리하게 올려놓은 집값 상승의 부담이 결국 젊은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 집을 소유한 기성세대들은 집값이 계속 오르기를, 소유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집값이 계속 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연금, 고용, 집값 등의 세대간 이해상충은 결국 젊은이들의 결혼 적령기를 늦추고, 출생률을 떨어뜨려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선거에서도 지역갈등을 넘어 이러한 세대간 대립의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한 정당은 투표율이 낮게 나오길 바라는 반면 진보성향의 정당은 투표율이 높게 나오길 바란다. 나이 든 유권자일수록 가진 것을 지키려는 보수성향이 강하고 반드시 투표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젊은이들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초처럼 널려있는 세대간 대립의 문제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경제학의 기본 원리로 귀결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원이 무한하다면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문제들은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된다. 그러나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선택과 분배를 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개선점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해 많이 가진 사람이 한 단위 더 가지는 것보다 적게 가진 사람이 한 단위 더 가질 때 추가로 얻게 되는 효용의 크기가 더 크다. 이 경우 많이 가진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 양보하고 그것을 적게 가진 사람에게 분배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효용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굳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희생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얻게 될 부분에서 조금만 포기하고 이를 적게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전체 후생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를 경제학적 용어로 설명하면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득권자의 양보를 얻어내 파레토 개선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더욱 분명해진다. 더 이상 파레토 개선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파레토 최적인 상태(Pareto optimality)를 달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박의성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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