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키는 것도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_경제 에세이

구분
화폐·금융
등록일
2017.06.28
조회수
11978
키워드
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02-75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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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가지고 있다. 그것이 소외된 약자를 향한 인권이든, 예술을 향한 열망이든, 안전에 대한 요구이든, 중요한 생명이든...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한 가치를 금전적인 화폐로 환원하려는 요구나 필요성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 가치가 화폐로 바뀌면서 서로 간의 협상과 보상을 계산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중한 가치에 대한 금전적 환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배상금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위안부 피해자들, 보상금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보상금이나 배상금이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는 시선이 있다. 이런 비난들 중에는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입각하여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금전적 배상이나 보상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실 규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일까? 미시경제학의 선호이론을 통해서 소비자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행동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위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시경제학에서는 소비자의 선호가 합리적일 때 선호관계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공리를 만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완비성(completeness)이다. 완비성이란 어떤 재화묶음과 다른 재화묶음이 있을 때, 둘 사이의 선호관계가 확립되며 모순적 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즉 X를 Y보다 선호하면 Y를 X보다 선호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이행성(transitivity)이다. 이행성이란 재화묶음간의 선호관계에서 삼단논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X를 Y보다 선호하고 Y를 Z보다 선호한다면 X는 Z보다 선호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선호관계를 가진 소비자를 미시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행위를 선호이론에 적용시켜 그들의 선호가 합리적인지 검토해보자. 우선 재화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재화묶음에서 1번 재화를 일본의 사과정도라고 하고, 2번 재화를 금전적 보상이라고 가정하자. 위안부 피해자분들은 2번 재화의 양에 관계없이 1번 재화의 정도에 따라 선호를 우선적으로 판별한 뒤, 2번 재화의 양에 따라 선호관계를 판별한다. 1번과 2번 재화의 관계를 올림픽에서 메달순위를 결정할 때 금메달과 은메달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러한 선호는 어떤 경우에도 재화묶음의 선호관계는 명확하게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모순적으로 순위가 나오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비성이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이행성을 검토해보자. X를 (진정성 있는 사과, 10억엔), Y를 (진정성 있는 사과, 0억엔), Z를 (진정성 없는 사과, 10엔)로 정의내리고 세 가지 재화묶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이 소비자는 금전적 보상을 의미하는 2번 재화가 어떻든 간에 1번 재화가 진정성 있는 사과인 경우를 선호하게 된다. 즉, X가 Y보다 선호되고 Y가 Z보다 선호되며 X가 Z보다 선호되어 이행성의 공리도 쉽게 만족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X, Y, Z의 세 가지 경우만 적용해보았지만 다른 모든 경우에도 이행성이 만족됨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인용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2번 재화인 금전적 보상의 값에 관계없이 그들에게 소중한 가치인 1번 재화의 값에 따라 선호를 우선적으로 결정하는 소비자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선호관계를 미시경제학에서는 사전편찬식 선호(lexicographic preference)라고 한다. 사전편찬식 선호의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시경제학에서 접하는 선호관계와 달리, 명시적인 소비함수와 해를 도출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사전편찬식 선호의 경우 미분가능성과 관련된 연속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시경제학 이론에서 접하는 소비함수들은 완비성과 이행성 말고도 연속성을 충족하는 선호관계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명시적인 함수와 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전편찬식 선호는 여전히 완비성과 이행성을 모두 만족함으로 합리적인 선호이다.
 

  각자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보다 그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우선으로 지키려는 행위는 미시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다. 다만 이러한 선호를 가진 사람들의 행위는 연속성이 결여되어서 그들의 소비자 선택 문제를 단순화시켜 자명해를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계산한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복잡하고 무수히 많은 경우를 고려한 집합에서 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17년 경제 에세이
도영웅 조사역(포항 기획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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