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속의 물가변동을 통해 살펴본 기술진보와 물가의 관계_경제 에세이

구분
경제이론·교양
등록일
2017.06.28
조회수
11262
키워드
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02-75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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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장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자신의 캐릭터들을 육성하는 대부분의 MMORPG 게임속에서는 사이버머니가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조그마한 사이버 경제에도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실세계에서 물가안정이 중요하듯, 잘 만들어지고 인기가 많은 게임일수록 게임내에서 인플레이션을 잘 조절되었다. 이러한 게임속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살펴보고 이것이 현실세계의 물가변동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플레이션을 살펴보기 앞서,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에 전제된 조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물가상승이 존재하려면, 해당 세계에서는 명목과 실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해야만 한다. 만약 명목과 실질이 다르지 않은 일차원적 세계라고 한다면,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은 의미 없는 개념이 되고 만다. 다시 말해 실질가치가 증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명목적으로 표시된 금액만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해야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명목과 실질은 무엇인가? 명목은 게임상에서 거래되는 사이버머니로 표시된 가치를 의미한다. 실질은 실제 게임상에서 유용한 정도 혹은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X라는 게임상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이 있다고 하자. X는 적에게 100이라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100이라는 피해를 입히는 것이 실질 가치가 되는 것이고, X가 게임세상에서 거래되는 사이버머니로 표시된 금액은 명목 가치가 된다. 물론 X의 명목금액은 유저간의 시장거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만약 게임운영자가 사이버머니를 많이 풀어서 게임의 유저들이 보유한 화폐가 늘어나, X의 사이버머니 표시금액은 상승할지언정 적에게 100이라는 피해를 입히는 실질 가치는 변하지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늘면 늘수록 게임운영자들은 사이버머니를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라도 보급을 하고자 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유저가 증가된 정도보다 늘리게 되면 인플레이션 손쉽게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게임속에서 디플레이션은 어떠한 경우에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바로 새로운 아이템의 도입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 게임운영자가 적에게 1,000이라는 피해를 입히는 Y라는 아이템을 새로 도입하고 대규모로 공급을 늘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Y로 유저들의 수요는 몰리게 되고, X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만약 사이버머니 공급이 이전과 동일하다면 X의 사이버머니로 표시된 명목금액은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X의 실질가치인 적에게 100이라는 피해를 입히는 가치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존의 아이템들의 가격 하락현상은 게임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새롭게 고성능의 신규아이템이 등장하면서 발생했다. 이러한 메커니즘 아래에서 게임운영자가 사이버머니의 유동성을 같이 조절해주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게임속의 이야기이므로 웃고 넘길 수 있지만, 현실상황에서의 극심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현실사회에서도 이러한 게임 업데이트와 유사한 디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술진보이다. 기술이 진보하게 되면, 새로운 고성능의 재화가 이 사회에 갑자기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의 유동성이 같이 보조를 맞추어 시장에 적절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시장이다. 반도체 시장은 끊임없이 놀라운 속도로 기술진보가 발생하였다. D램이라는 재화를 비교해보면, D램 가격은 명목기준으로 보면 별로 상승하지 않았지만, 그 실질가치인 저장정도를 살펴보면 엄청난 규모로 증가했다. 즉,  D램이라는 재화는 지속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대략적으로 2년마다 컴퓨터의 성능은 2배 향상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의 가격은 하락한다는 말이다. Andrew McAfee는 IT기술혁명이후에 전반적인 사회의 기술진보에 따라서 물가가 하락하였을 것이라는 주장하였으며, 여러 학자들도 이에 대하여 논쟁중에 있다. 물론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한 주류 견해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견인이 어려운 것은 다른 요인이 존재 가능할 여지를 남겨둔다. 인플레이션의 잘 일어나지 않은 최근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진보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게임속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2017년 경제 에세이
배한이 조사역 (정책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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