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제주체의 소비 성향에 관하여_경제 에세이

구분
경제이론·교양
등록일
2017.06.28
조회수
14383
키워드
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02-75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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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지만 가격 대비 맛이 괜찮은, ‘가성비’ 좋은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그다지 비싸지 않지만 사진이 그럴싸하게 나오는 디저트 집을 찾아 본인의 SNS에 음식 사진과 식당 사진을 게시한다. 평소에는 최대한 돈을 아끼는 한편, 휴가철에는 해외여행을 떠나 아낌없이 돈을 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소비 행태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일부 중년층은 ‘그렇게 해외여행 가는데 돈을 펑펑 써서 언제 돈을 모으겠냐’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SNS에 게시된 소비의 흔적들을 보고 ‘허세를 부린다’고 면박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소비 행태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는 물론, 10년 전과도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왜 이러한 행태를 보이게 된 걸까?
 

기초적인 미시경제이론에 따르면 개별 경제주체는 본인에게 주어진 예산제약 하에서 본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소비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들어 4%를 하회하고 있고, 최근 3년간은 2%대에 머무르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으나 음의 경제성장률은 기록하지 않고 있다. 즉 1인당 평균소득은 천천히나마 증가하고 있으니 예산제약은 평균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휴가철에 국내여행이 아닌 해외여행을 가고, 가끔은 공연을 보는 등 비교적 비싼 지출을 하는 빈도가 기성세대보다 늘어난 이유의 일부를 이로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의 증가가 소비 행태 변화 이유의 전부라면 ‘가성비’ 열풍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할 경우 한계소비성향과 소득 증가율의 곱만큼 소비가 증가하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소득이 증가했다고 개인들의 평균 소비가 일제히 증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올해 3월의 청년실업률은 11.3%로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은 최근 3년간 3%를 밑돌고 있다. 또한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의 심화로 국민연금이 수십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이 되어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청년층이라면 본인이 현재 소득이 있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여 마냥 과소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미래보다 현재가치에 대한 효용이 훨씬 높은 청년이라면 이러한 상황과 관계없이 현재의 기쁨을 위해 무한히 소비를 할 수도 있으나, 대개 현실의 경제주체들은 어느 정도 미래를 대비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늘어난 평균 소득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최고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소비재를 찾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맬 상황에서도 해외여행, 공연 관람, 밥보다 비싼 디저트 등 ‘사치재’를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성세대와의 선호 체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문화 인프라가 지금처럼 풍요로워진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들 사치재의 공급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지금보다도 훨씬 높았으며, 따라서 진입 장벽도 매우 높았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는 이들 사치재를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사치재의 소비 여부는 경제주체의 효용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재화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해외여행의 예를 들자면,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에 따른 항공사간 가격 경쟁 심화, 최근의 저유가 기조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하 등으로 항공운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고, 이에 따라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여행경비가 국내여행 경비보다 저렴해졌다. 이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에 따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주변인들의 소식에 노출되기도 훨씬 쉬워졌다. 이로 인해 해외여행 여부에 효용이 크게 영향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평소 식단의 질을 낮추는 등 필수재의 소비를 희생시키는 것보다 해외여행 한번이 더 큰 효용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개별 경제주체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예산제약 하에서 최대의 효용을 얻는 방향으로 소비 내역을 결정한다. 그리고 각 경제 주체의 효용함수는 본인의 소득, 재화의 가격 등 정량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만, 국가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한 기대, 주변인들의 소비 패턴 등에 따른 경제 주체의 심리 변화 등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과거에 비해 많은 여건이 변화했다.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와 현재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17년 경제 에세이
오지윤 조사역 (통계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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