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도안이야기 - 만인의 우상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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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폐이야기
등록일
2018.03.17
조회수
1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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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폐이야기 | 은행권 도안이야기 - 만인의 우상찾기

(1972년 발행공고 마쳤으나 발행되지 못한 만원권)과 (1973년 6월 최초 발행 만원권) 사진

화폐의 도안 소재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동식 물, 문화유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중 화폐 앞면의 주 소재로는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에서부터 저명한 학자, 예술 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역사적 인물초상이 널리 사용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은행권에는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의 모습이, 미국 달러화에는 워싱턴, 링컨 등 역대 대통령의 모습이, 영국 파운드화의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중국 위안화에는 마오쩌둥 등의 모습이 들어있다.


그러면, 이처럼 인물초상이 화폐의 도안소재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물초상은 다른 소재에 비해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장 압축적이고 대내외적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화폐에 사용된 인물의 위엄과 훌륭한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소재에 비해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친근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물초상이 이러한 장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인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화폐도안으로 적합한 인물은 업적과 품성이 위대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오랜 세대에 걸친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쳐서도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평범한 이웃집 철수와 순이의 얼굴보다는 세종대왕의 얼굴이 우리의 화폐를 품위 있게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것이 돈의 얼굴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권당국인 중앙은행의 화폐 도안소재 결정과정은 바로 이러한 요건을 갖춘 인물이나 도안소재를 찾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하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 여론조사에 기초하여 역사 학자 등 각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정된 도안을 화폐에 담아 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승인은 물론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친 화폐도안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화폐사용자인 국민들 대다수의 보편적인 정서에 맞지 않거 나 국민들의 의견이 서로 대립적으로 나타날 경우 교체를 바라는 다양한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각국 발권당국에서는 화폐도안으로 넣을 인물을 선택함에 있어 그 상징적 지위에 의해 자연스럽게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왕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현존인물을 피하는 관행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화폐도안의 인물 후보군에 대한 정기 적인 여론조사 실시 등을 통해 변화하는 국민여론을 다각적으로 수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화폐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보면서 화폐도안에 들어갈 만인의 우상 찾기가 쉽지 않음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한국은행이 발행공고까지 하고도 발행되지 못한 최초의 만원권!

지난 1972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재인 국보 제24호 석굴암의 본존 석가여래좌상을 앞면 소재로 하고 불국사 전경을 뒷면 소재로 한 당시 최고액면인 만원권을 발행키로 하고 각 언론사와 관보를 통해 발행공고까지 마쳤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는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나섰고, 불교계에서조차 신성한 부처님을 지폐에 담았다는 비난을 거세게 제기 하였다.


이들 반대입장과는 달리 찬성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석굴암 석가여래좌상과 불국사는 종교적 상징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므로 국민이 늘 사용하는 화폐의 도안소재로 이를 채택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도안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자 한국은행은 부득이 최초의 만원권 발행을 취소하고 이듬해인 1973년 앞면 세종 대왕상, 뒷면 경복궁 근정전을 소재로 한 만원권을 발행하여 도안소재로 인한 시비를 일단락 지었었다.


한국은행의 슈퍼모델은 세종대왕

세종대왕이 우리나라의 화폐도안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1960년에 발행된 한국 은행 천환권이다. 세종대왕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되면서 화폐 도안 모델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의 만원권에 이르기까지 40년을 넘게 훌륭 한 모델 역할을 하여 왔다.


하지만 세종대왕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없었던 관계로 화폐도안에 사용된 세종대왕의 초상도 다섯 번이나 모습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초상을 제작하는 작가나 고증방법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종대왕 초상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제작(작가 김기창)하여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 소장하고 있는 정부표준영정 (1973년 지정)을 근거로 1975년에 한국은행이 화폐도안용으로 개작(작가는 동일)한 초상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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