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2022년 하반기 들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금융시장에서 안정성 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우발적인 신용사건이 가세하며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일부 제약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 가 금년 10월 위기단계(임계치 22)까지 상승하였으나, 11월 들어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안정화조치 이후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반면,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약화 등으로 그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되면서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복원력도 다소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은행부문의 양호한 건전성과 복원력에 힘입어 금융기관 전반은 대체로 안정성을 유지하였다. 이를 반영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반적인 금융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 Financial Vulnerability Index)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신용시장에서는 가계신용의 증가세가 상당폭 둔화 되었으나 기업신용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였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하락 하고,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도 매출 회복, 금융지원조치 등에 힘입어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향후 시장금리 상승, 부동산경기 양상 등에 따라 취약 가계·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산시장은 가격변수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며 큰 폭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주가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였다. 정부 및 한국은행의 시장안정화조치와 금융권의 자구노력 등에 힘입어 금융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위험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시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급격하게 확대된 가운데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미분양주택도 증가하고 있어 부동산금융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을 보면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증가, 은행 정기예금으로의 시중자금 유입 현상 등으로 자산 증가세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수익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자산가격 하락,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등으로 보험 회사·증권회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은 은행, 비은행금융기관 모두 대체로 양호한 상황이다.
자본유출입 상황을 보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순유입이 이어졌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달러 강세 등으로 유입규모는 축소되었다. 채권 투자자금은 차익거래유인 확대 등으로 소폭 순유입 되었으나, 주식투자자금은 순유출되었다.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대내외 충격 감내 능력을 의미하는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은행의 양호한 손실흡수 및 유동성 대응 능력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도 대부분 업권에서 자본비율이 규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등 양호한 상태이나,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성수신에 의존 하는 증권회사·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기타금융기관의 외화증권 투자 축소 등으로 순대외채권이 감소하는 등 상반기에 비해 다소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급결제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한은금융망 등 주요 지급결제시스템 결제규모가 금융기관의 증권결제, 개인·기업의 전자자금이체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결제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높은 민간신용 수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증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내외 금리상승 기조 지속, 자산가격 하락, 환율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금년 하반기 이후의 대내외 여건 변화는 우리 금융시스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금융불안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금번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여건 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점검하였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결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간의 가파른 신용축적, 자산가격 고평가 등의 금융불균형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금리상승이 대외 불확실성 증대, 은행채·한전채의 기업 신용채권 수요 구축, 우발적 신용사건에 따른 신용경계감 확산 등과 맞물리면서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또한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으로 기업 및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취약 가계·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의 부실위험이 더욱 증대되는 모습이다. 향후, 금리상승 과정에서 자산가격 하락 및 경기둔화가 함께 나타나더라도 금융기관은 대체로 양호한 복원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자산가격 급락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자본비율이 규제수준을 하회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 및 신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및 건설업·부동산업 대출이 확대된 데다, PF대출 유동화로 부동산 PF 사업과 자본시장 간 연계성도 높아짐에 따라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른 부동산 관련 금융의 취약성이 증대되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경기 둔화 흐름이 우발적 신용사건과 맞물리면서 PF유동화증권의 신규 발행 및 차환이 급격히 위축되었고 PF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회사와 건설사의 유동성 리 스크가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 기업금융의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나, 향후 주택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부동산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기업금융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고 자본여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은행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과거에 비해 환율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그 영향력도 커졌다. 최근 환율 상승이 외화자금시장, 채권시장, 단기자금시장 등에 미치는 효과가 과거 환율 급등기에 비해 커졌으며, 특히 은행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총자본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환율 상승은 환헷지 비용 상승, 외환파생거래 및 외화RP거래에서의 추가 증거금 납입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도 확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들은 그간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 하락 압력을 충분히 감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향후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금융기관 및 자금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이 아닌 시장의 유동성 사정 악화 등의 위험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국지적인 유동성 경색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기조와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미시적 시장안정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기관도 금융시스템 내 원활한 자금순환 및 신용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금리 상승 및 경기둔화 흐름에 대비하여 민간부채에 대한 관리 노력도 유지되어야 한다. 부동산임대업 등 특정부문에 대한 과도한 신용공급을 제한하는 가운데, 가계·자영업자 대출의 분할상환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기존 차주의 대출 상환을 유도하면서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등 선별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제고해야 한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비상유동성 조달 채널을 확충하고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은행의 경우 신용 리스크 과소평가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신용위험평가 및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등을 재점검하는 한편,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리스크가 은행을 통해 금융 시장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외화유동성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장기적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 노력을 강화하고 암호자산시장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여 암호자산시장에 대한 규제체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