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운영 여건]
1. 2022년 12월부터 2023년 2월 중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지속, 중국의 감염병 확산 등으로 성장세 둔화흐름이 이어졌으나 그 정도는 예상보다 양호하였다. 미국은 견조한 고용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4/4분기 중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였으며 금년 1월 취업자수와 소매판매도 확대되었다. 유로지역은 경기 둔화흐름이 지속되었으나 에너지 대체 및 수요 감축 노력과 함께 온화한 날씨로 에너지 수급이 악화되지 않으면서 우려와 달리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중국은 지난해 4/4분기 중 코로나 확산 등으로 성장이 부진하였으나 금년 들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 일본은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 모멘텀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지나 점차 둔화되고 있으나 대다수 국가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었으나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둔화 속도는 빠르지 않은 모습이다. 유로지역 물가는 에너지가격 오름폭이 축소되었으나 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식료품가격 등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물가 오름세 둔화에 따른 주요국 통화긴축 우려 완화, 중국의 방역조치 조기 전환 등으로 금년 1월까지 위험회피심리(risk-off) 완화흐름이 이어졌다. 미국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 둔화 등을 배경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확산되면서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글로벌 주가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 약세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2월 이후 발표된 미국 실물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재차 부각됨에 따라 주요국 장기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소비 회복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흐름이 지속되었다. 지난해 4/4분기 중 민간소비는 줄어들었고 설비투자는 개선흐름이 약화되었으며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IT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큰 폭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4/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4% 감소(전년동기대비 +1.3%)하였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펜트업 수요 약화, 원리금상환 부담 증대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였으며,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감소한 가운데 기계류가 반도체제조용장비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되었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가 단가 하락 및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크게 위축되고 대중국 수출 부진도 지속되면서 감소로 전환하였다. 1월 이후에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약화되었다.
고용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금년 1월 중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일상회복에 힘입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제조업 취업자수는 수출부진 등으로 15개월만에 감소로 전환하였다. 명목임금은 상용직 정액급여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둔화흐름을 이어가다가 올해 1월 중 전기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다소 상승하였다. 그러나 2월 중 석유류 및 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5%를 다소 밑도는 수준으로 낮아지며 둔화흐름을 이어갔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낮아지기 시작하여 금년 2월 중 4% 수준으로 더디게 둔화되었다. 한편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대 후반에서 2월 들어 4% 수준으로 높아졌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금리상승, 매수심리 악화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지속되었다. 다만 금년 1월 들어 정부의 규제완화로 인해 하락폭이 축소되었다.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높은 대출금리 수준에 따른 전세수요의 월세 전환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4.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금리·환율 등이 주요국 통화정책 기대에 주로 영향받으며 큰 폭 하락하다 2월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다. 12월 이후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국내외 경제지표 부진 등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등의 영향으로 큰 폭 하락하였다. 그러나 2월 초 미국의 고용지표 및 물가상승률 발표 이후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우려 재부각 등으로 반등하였다. 한편 강원도 PF-ABCP 관련 이슈 이후 금리가 큰 폭 상승하였던 CP 및 신용채권시장은 한국은행과 정부의 시장안정화 대책 등에 힘입어 금리가 하락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예금은행의 신용공급은 가계대출이 대출금리 상승,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 등으로 감소하였고, 기업대출도 회사채 시장 불안으로 대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대출이 높은 대출금리,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상당폭 둔화되며 증가세가 다소 축소되었다.
한편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대체로 부진하였다. 다만 1월 들어서는 연초 기관의 자금운용 재개, 투자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회사채가 순발행 전환되고, CP·단기사채(일반기업 기준)의 순발행도 지속되면서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되었다.
[통화신용정책 운영]
5. 한국은행은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였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였다. 이러한 정책기조 아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3년 1월에 0.25% 포인트(연 3.25% → 연 3.50%) 인상하였고, 2월에는 3.50%에서 유지하였다.
1월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는데 이는 국내경제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2월에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6.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우 지난 1월 13일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여 대출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연 2.00%로 0.25% 포인트 인상하였다. 다만 지난해 9월 말로 신규지원이 종료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에 취급된 대출에 대해 만기(최대 1년)까지 지원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또한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연 0.25%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3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대상증권 범위 확대조치의 종료 기한을 종전 1월 말에서 4월 말로 3개월 연장하였다. 또한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의 단계적 인상 계획도 이에 맞추어 3개월 추가 이연하였다. 이외에도 연말을 앞두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 확산 및 단기금융시장 경색 심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3.23조 원 규모의 RP매입을 실시하여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였다. 또한 채권시장 안정펀드 출자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2022년 12월 및 2023년 1월 중 총 3차례에 걸쳐 RP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였다.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
7.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성장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경기 회복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GDP성장률은 올해 1.6%, 내년 2.4%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실질구매력 둔화, 원리금 상환 부담 증대, 주택경기 위축 등으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보이며, 설비투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융비용 증대로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둔화와 정부의 SOC예산 감소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수출은 당분간 둔화흐름이 이어지겠으나 하반기 이후 중국 및 IT경기가 회복되면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중국경제의 강한 회복, IT경기의 빠른 반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조기 완화 등은 상방 리스크로,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응한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분절화(fragmentation) 심화, 국내 주택시장 부진 심화 등은 하방 리스크로 각각 잠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낮아지고 경기가 둔화되는 등 공급 및 수요측 물가압력이 모두 약화되면서 지난해(5.1%)보다 상당폭 낮아진 3.5%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 전망경로는 다양한 상하방 리스크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방 리스크로는 국제유가 상승폭 확대, 예상보다 빠른 국내외 경기회복, 원/달러 환율 재급등 등이 있으며, 하방 리스크로는 국내외 경기 둔화세 심화, 공공요금 인상 억제,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등이 있다.
8.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