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운영 여건]
1. 2023년 3월에서 5월 중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주요 선진국의 견조한 고용상황, 중국 리오프닝 등에 힘입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은 1/4분기 중 견조한 고용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었으나 고금리의 영향으로 투자는 둔화 흐름을 보였다. 유로지역은 에너지 수급불안 완화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와 고금리, 수출부진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미약하였다. 중국은 리오프닝으로 내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대외교역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으며, 일본은 펜트업 수요, 자동차 업종 등의 공급차질 완화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재개하였다.
글로벌 물가는 에너지·곡물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둔화되었으나 주요국을 중심으로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하였으며,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은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둔화 속도가 더딘 모습을 나타내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3월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 인수합병 사태에 따른 주요국 은행권 불안, 인플레이션 지속 및 경기둔화 우려 부각과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 그리고 미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등 다양한 이슈가 중첩되며 주요 가격변수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불안 우려 등으로 연준의 긴축기조 조기 종료 기대가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상당폭 하락하고 글로벌 주가가 상승하였으며,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5월 중순 이후 미 달러화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에 영향받으며 등락하였고,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는 좁은 범위에서 변동하다가 상승하였다.
2. 국내경제는 민간소비의 회복 흐름이 재개되었으나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1/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0.3% 증가 전환하였으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0.9%)은 지난해 4/4분기(+1.4%)에 비해 낮아졌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방역조치 추가 해제 등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설비투자는 IT경기 하강의 영향으로 위축되었고, 수출의 경우 반도체가 가격 하락 및 전방산업 수요부진으로 크게 감소한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의 제약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를 지속하였다. 4월의 경우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조정받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취업자수 증가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4월 중 제조업 취업자수는 수출 부진 등으로 4개월 연속 감소하였으나,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다. 명목임금은 1/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2.0% 상승하며 오름세가 둔화되었다.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중반 이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며 4월 중에는 15개월만에 처음 3%대 후반으로 낮아졌으며 5월 중에는 3.3% 수준을 나타내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말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둔화 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한편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월 이후 3%대로 하락하였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하락폭이 축소되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 등 심리지표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전세가격의 경우에도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락폭이 축소되었다.
4.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3월 중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 인수합병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고, 미 연준의 긴축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였다. 4월 이후 국고채 금리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다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영향받아 상승하였으며, 환율은 미 달러화 약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적자 지속, 외국인 배당금의 해외송금 증가 등으로 상승하였다.
예금은행 신용공급의 경우 먼저 가계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주택 자금수요 둔화 등으로 올해 1/4분기 중 큰 폭 감소하였다가 4월 들어 다시 증가로 전환되었다. 기업대출은 회사채 시장 불안 완화로 기업들의 직접금융시장 조달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되었다가 4월 중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다소 확대되었다.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은 확대되었다. 회사채는 연초 신용경계감 완화 등으로 투자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상당폭 순발행되었다. CP·단기사채의 경우 일부 기업이 지난해 4/4분기 고금리 CP로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로 차환함에 따라 순발행 규모가 축소되었다. 한편 4월 들어서는 기업 자금조달 규모가 다소 축소되었는데 이는 일부 기업의 대규모 만기도래로 회사채가 순상환된 데 기인한다.
[통화신용정책 운영]
5. 한국은행은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였다.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유지하는 가운데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가기로 하였다.
4월에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5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기로 한 결과였다.
6.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 흐름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우 2023년 6월 현재 프로그램별 한도는 무역금융지원 1.5조 원, 신성장·일자리지원 13조 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 0.3조 원, 지방중소기업지원 5.9조 원,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13조 원, 소상공인 지원 6조 원이며, 기타 한도 유보분 0.1조 원을 포함한 총 한도는 39.8조 원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중 100억 원을 피해 지역을 관할하는 강릉본부에 긴급 배정(4월 17일)하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에 한시적으로 도입한 이후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대상증권 범위 확대조치의 종료 기한을 3개월 재연장하였다. 동 연장 조치는 3월 중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 인수합병 사태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 내 불안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지난해 12월 도입된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출자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RP매입을 지속하였다.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
7. 국내경제는 IT경기 위축 심화,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으로 당분간 부진을 이어가겠으며,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되겠으나 회복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GDP 성장률은 올해 1.4%, 내년 2.3%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는 가계소득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IT경기 위축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하반기에는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와 IT경기 회복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장 전망경로 상에는 IT경기 반등 시기, 중국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 수준(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이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3.0%)를 상회하는 3.3%로 전망된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예상보다 양호한 서비스수요 및 고용 흐름 등으로 지난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및 그에 따른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8.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나갈 것이다.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