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운영 여건]
1. 2023년 6월에서 8월 중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제조업이 부진하였으나 서비스업 호조가 이어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을 보였다. 미국은 서비스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민간투자가 반등하면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유로지역은 제조업의 부진한 흐름 지속에도, 관광업 등 서비스업의 회복으로 소폭 성장하였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위축 및 대외수요 부진으로 2/4분기 이후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었으며, 일본은 자동차 등 재화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서비스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회복세가 확대되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안정화되다가, 8월 이후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하락세가 주춤하였다. 근원인플레이션의 경우 견조한 서비스소비, 타이트한 노동시장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 경기 연착륙 기대 등에 힘입어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이어지다가, 7월 하순 이후 미국 국채금리 상승, 중국 리스크 부각 등으로 변동성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 국채금리는 소폭의 등락을 보이다가 미 경기 연착륙 기대 확대,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상승하였다. 글로벌 주가는 선진국의 양호한 성장세, 기업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지속하다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반락하였다. 미 달러화는 미 물가지표의 예상치 하회 등으로 약세를 보인 이후 견조한 미 경제지표, ECB·BOE의 추가 긴축에 대한 기대 약화 등에 따라 재차 강세로 전환하였다.
2. 국내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다소 주춤하였다. 2/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순수출 기여도가 확대되면서 전기대비 0.6% 증가(전년동기대비 +0.9%)하였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펜트업 수요가 약화된 가운데 잦은 강우 등 일시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감소하였으며, 설비투자는 연초 크게 위축되었던 IT장비 투자가 소폭 반등하면서 증가하였다. 수출은 반도체 경기 부진, 중국경제 회복세 약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감소폭은 줄어들었다. 7월 이후에는 소비와 투자가 기상여건 악화,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 등으로 감소한 반면, 수출은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취업자수 증가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중 제조업 취업자수는 수출 부진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대면서비스업 및 보건복지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였다. 명목임금은 2/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2.9% 상승하며 상승세 둔화 흐름을 지속하였다.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중반 이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6~7월 중 2%대로 낮아졌으나, 8월 중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3.4%로 반등하였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6월 중 상당폭 낮아졌으며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모멘텀이 점차 약화되면서 이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의 경우 3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3/4분기 들어 3%대 초중반 수준을 기록하였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연초대비 낮아진 신규 대출금리 등의 영향으로 금년 들어 하락폭이 축소되다가 7월 중에는 상승 전환하였다. 주택가격전망지수 등 심리지표도 하반기 들어 기준치를 상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전세가격의 경우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금년 들어 하락폭이 축소되고 있다.
4.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기조 강화 및 장기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7월 중 주요국 물가상승률 둔화 등으로 금리와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7월 하순 이후 미 연준의 긴축기조 장기화 기대 부각, 미 국채 수급에 대한 우려 등으로 미 국채금리와 이에 영향받은 국고채 금리가 큰 폭 상승하였으며, 환율도 달러화 강세, 중국경제 우려 부각 등에 영향받아 상당폭 상승하였다.
한편 가계대출은 2/4분기 중 증가로 전환된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지원, 대출규제 완화,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대출도 2/4분기 중 증가규모가 확대된 데 이어 7월에도 상당폭 증가하였는데, 대기업대출의 경우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와 회사채 차환을 위한 자금수요 등으로 확대되었다.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2/4분기 중 순상환 전환되었다. 회사채의 경우 일부 기업들의 차환자금 선조달, 은행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 등으로 발행규모가 축소되었다.
[통화신용정책 운영]
5. 한국은행은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였으며,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유지하였다.
7월에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였지만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6.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우 2023년 9월 현재 프로그램별 한도는 무역금융지원 1.5조 원, 신성장·일자리지원 13조 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 0.3조 원, 지방중소기업지원 5.9조 원,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13조 원, 소상공인 지원 6조 원이며, 기타 한도 유보분 0.1조 원을 포함한 총 한도는 39.8조 원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대출제도를 개편하였다. 은행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시 대출제도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 적격담보범위 등을 조정함으로써 이용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면서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였다. 특히 대출적격담보 범위를 지방채, 공공기관채, 우량 회사채까지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대출가용자원을 크게 확대하였다. 또한 향후 대출적격담보에 은행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제도적 여건이 갖추어진 이후 대출채권을 적격담보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
7. 국내경제는 완만한 소비회복, IT경기 반등, 중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GDP 성장률은 올해 1.4%, 내년 2.2%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 지연, 신규착공 감소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당분간 더딘 회복 흐름을 보이겠으나 연말로 갈수록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개선세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향후 성장 전망경로 상에는 중국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IT경기 반등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수준(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이며,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4/4분기 중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물가는 수요측 물가압력이 다소 약화되었으나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지난 전망치(3.3%)를 소폭 웃도는 3.4%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원자재가격 변화,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8.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