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문학 속 경제이야기 허생전, 허생전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남산 기슭에 사는 가난한 양반 허생은 과거 시험도 보지 않고 일도 하지 않으며 집안에 틀어박혀 온종일 책만 읽었습니다. 참다못한 허생의 부인은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허생을 질책하고 돈을 벌어오라고 집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반 강제로 집을 나온 허생은 뭔가 결심한 듯 서울 제일의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배짱 좋게 변씨에게 만 냥을 빌립니다.
허생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만냥을 입수하자 허생은 자기 집에 들르지 않고 교통의 요지인 안성으로 가서 각각의 과일을 2배 가격에 몽땅 사 모읍니다. 얼마 후, 시장에서는 과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고, 급기야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내는 형편에 이르렀습니다. 이때를 기다렸던 허생은 시가의 10배 가격으로 과일을 되팔아 큰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잘 보셨나요?
허생전은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점이란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이 오로지 한 기업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일반 기업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받아들이는 가격 수용자인데, 경쟁자가 없는 독점 기업은 가격을 직접 설정하는 가격 형성자가 됩니다. 따라서 독점 기업은 가능한 한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 가격보다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경쟁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므로 많은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독점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시장 진입 장벽을 없애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 입니다. 독점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자유롭게 들어오는 데, 어려움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여, 직접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외국과의 자유 무역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과일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었다면, 허생이 공급을 독점하여 과일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을 경우 주변 나라의 과일 공급자들이 높은 이윤을 쫓아 조선의 과일 수출을 늘렸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독점을 폐해를 규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허생을 통해 당시의 사회 경제적 불합리를 비판하고자 했던 저자 박지원이 만약 오늘날 살아있다면 시장주의자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