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871회] 최근 북한 금융제도에 대한 이해
(2021.12.10,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김민정 부연구위원)
(김민정 부연구위원)
[표지](p.1)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김민정 부연구위원입니다. 오늘 한국은행 금요강좌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강의할 내용은 최근 북한 금융제도에 대한 이해입니다. 여기서 최근이란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2012년 이후의 시기를 의미하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2012년 이후에 북한은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금융 부분에 있어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북한의 금융제도가 과연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북한이 정보가 굉장히 제한된 상황이라서 금융제도가 어떻게 변화되었다고 단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 말씀드리는 부분은 북한에서 발행된 북한 문헌에 기반해서 분석하고 평가했다는 점을 염두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차례](p.2)
오늘 강의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먼저, 첫 번째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의 특징입니다. 김정은 시대 금융제도의 변화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그 전에 과거에는 어땠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의 금융제도의 특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김정은 시대 금융제도의 변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사점을 전하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 특징](p.3)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p.4)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의 금융제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단일은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현금과 무현금이 구분된 아주 독특한 화폐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일은행제도라는 것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대형은행이 그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발권 기능을 하고 상업은행은 여·수신 업무를 하면서 자금 중개의 기능을 하는 이른바 이원적 은행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그러한 기능이 분리되지 않고 모두 하나의 은행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단일은행 제도를 채택했던 주요한 이유는 계획경제가 국가 재정을 통해서 운용되기 때문에 재정과 금융이 분리될 필요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금융의 기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데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국가은행은 계획경제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에 대한 정보수집 및 통제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화폐의 기능도 계획을 집행하고 생산에 필요한 투입 요소를 매개하는 일종의 회계적인 수단에 국한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기능이 강조된 화폐가 무현금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현금 화폐의 개념이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무현금 화폐라는 것은 생산에 가담하는 기업 간에 결제할 때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로만 가능하고 그 계좌이체에서 이용되는 화폐가 바로 무현금 화폐입니다. 언뜻 들으시기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예금통화에 기반한 계좌이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무현금 화폐는 주어진 목적, 계획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고 또, 현금화해서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구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즉,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수동적 화폐라고도 불립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현금이 있는데요. 현금은 기업이 주민들에게 월급 명목으로 지불하면 주민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현금 화폐가 구매력이 없는 수동적 화폐였던 것과 달리 현금은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능동적 화폐라고 불립니다.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p.5)
지금 보시는 이 그림은 무현금 화폐의 흐름과 현금 화폐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선으로 되어있는 부분은 은행 계좌를 통한 결제로 즉,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 화폐를 통한 결제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요. 실선은 현금 결제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두 기업이 가계에 월급의 명목으로 현금을 발행하면 가계는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아니면 중앙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는 형태로 다시 그 현금은 중앙은행에 환수되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 간의 결제에 있어서는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 화폐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그 때문에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기업의 생산활동에 대한 국가계획이 수립되면 은행은 기업의 모든 생산활동과 거래가 기존의 계획대로 그 지시대로 잘 이행되는지 확인하면서 국가 경제의 흐름을 통제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소련에서는 루블에 의한 통제라고 했고 북한에서는 원에 의한 통제라고 일컫습니다.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 - 북한](p.6)
그렇다면 북한은 과연 어떤 금융제도를 채택했을까요? 먼저, 김정은 이전의 시대를 말씀드리면 북한은 여타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단일은행제도를 선택했습니다. 1976년 조선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단일은행제도를 확립합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조선중앙은행은 북한 원화의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유일한 은행입니다. 그리고 그 산하에 주민들의 저금을 담당하는 저금만이 있고 중앙은행의 업무를 보완하기 위해서 내각 소속의 대외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조선 무역은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당이나 군 등에 소속된 권력기관의 대외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별 전문은행도 있고 외국인 투자 외환 전문은행으로 조총련 등의 합영기업의 외화업무를 담당하는 합영은행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북한의 은행체계에서 중앙은행은 발권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저금도 받고 기업들의 대출을 해주는 상업은행의 기능까지도 모두 함께 수행하는 단일은행 제도를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 - 북한](p.7)
다음으로 화폐 유통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화폐 유통구조 역시 북한의 여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와 같이 현금, 무현금을 완전히 구분했었습니다. 주민들은 현금을 이용하고 기업은 무현금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했는데요. 개인이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만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개인은 계좌이체와 같은 금융서비스는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그래서 저축은 할 수 있지만 대출은 받을 수 없고 또, 계좌를 통해서 결제를 할 수 있는 결제계좌는 없었습니다. 반면에 기업은 현금 사용과 그 보유를 예를 들어 월급을 지불하는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과 주민이 조사 중앙은행에 개설할 수 있는 계좌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은 저축 계좌만 가질 수 있는 반면에 기업은 결제계좌만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이 결제계좌만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 결제 수단으로 현금만을 규정했기 때문에 결제계좌가 불필요했던 것이고 기업이 저축 계좌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는 기업의 결제 수단으로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만을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1. 사회주의 계획경제 금융제도 - 북한](p.8)
지금 보시는 그림은 현금과 무현금을 완전히 구분해서 서로 섞이지 않게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반복해서 말씀드렸다시피 무현금은 구매력이 없는 화폐로써 기업 간의 지급결제를 할 때 은행의 계좌이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현금은 기업이 가계에 월급 형태의 명목으로 지불하면 가계에는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은행이 예금을 하는 형태로 다시 국가에 환수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현금과 무현금을 완전히 구분해서 계획경제의 운용을 화폐의 흐름을 통해 통제하고자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김정은 시대 금융제도 변화](p.9)
그렇다면 최근에 김정은 시대에 금융제도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전통적인 사회경제 계획경제 시스템에서와 같이 북한은 단일은행 제도를 채택하고 현금과 무현금이 완전히 구분된 화폐 유통체계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금융제도에 있어서 몇 가지 주목할만한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물론 김정은 시대 이전에도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에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몇 가지 경제적 개혁을 단행한 적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금융제도에서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변화가 어떤 갑작스러운, 급진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일종에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는 과거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졌던 여러 일들이 제도화되어 수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되는 점입니다. 그러면 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시대에 금융제도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은행체계의 변화, 화폐유통 및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은행체계 변화](p.10)
은행체계에서의 변화입니다. 사실 북한은 일찍이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 법을 개정했었습니다. 중앙은행법은 2004년에 제정했고 상업은행 법은 2006년에 제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법적 기반을 일찍이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상업은행과 중앙은행이 조직이나 기능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점에 북한이 이원적 은행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5년에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 법이 개정됩니다. 그리고 그전에는 없었던 함경북도 은행 또는
자강도 은행처럼 그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은행의 명칭이 북한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었습니다. 다만, 북한 정부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시장경제 제도의 전환과 연관된 이원적 은행제도의 확립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상업은행 법이 제정되고 새로운 상업은행의 명칭이 등장했는데 북한에서 의미하는 상업은행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업은행의 기능이 실제로 잘 구현되고 있는지, 그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법이 제정되었다, 은행이 새롭게 나타났다는 표면적인 현상을 넘어서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제도를 전반적으로 보면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학자 간에도 이 당시에 의견이 서로 갈렸었는데요. 어떤 분들은 북한에 새롭게 등장한 상업은행이 이원적 은행 제도의 도입을 의미하는 상업은행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지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원적 은행제도가 도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했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은행체계 변화](p.11)
그러던 중 2016년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투자 안내를 통해서 새롭게 등장한 상업은행이 조선중앙은행에서 조직과 기능을 분리해서 설립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조선대 외 경제투자 협력위원회에서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투자 안내라는 책자를 발행했는데요. 이 책자에 보면 다양한 내용이 있는데 그 가운데 최근 북한의 은행체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자를 살펴보면 북한의 현시기 은행이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금융회사로 구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발권은행, 상업은행은 국가 상업은행, 지역 상업은행 외국 투자은행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가 상업은행은 종전에 대외결제 등 외화업무를 담당했던 외화 전문 은행이고요. 외국 투자은행은 외국 투자은행법에 근거하고 있는 합영은행이나 외국인 은행이 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상업은행과 외국 투자은행은 기존에 대외결제 업무를 담당했던 은행들인데 이러한 은행들이 상업은행의 범주 안으로 분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앞서 함경북도 은행과 자강도 은행 등 새로운 은행 명칭이 등장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지역 상업은행이 평양시 은행, 평안남도 은행 등 12개 은행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서 새롭게 신설된 상업은행은 북한의 도 단위에서 설립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시기에 북한의 상업은행은 기존의 대외결제 업무를 담당했던 외화 전문은행과 합영은행 그리고 지역단위에서의 화폐의 유통과 자금의 중계를 책임지는 지역 상업은행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은행체계 변화](p.12)
더 나아가서 2019년에 북한에서 발권 및 통화조절 방법론이라는 책자가 발행됐는데요. 이 책자에서는 좀 더 분명하게 북한의 은행체계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으로 조직적, 기능적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보시는 표는 책자에 있는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요. 여기에 보시다시피 `현시기 우리나라 즉, 북한의 은행체계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체계로 분리되고 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전문화하는 체계로 이행되었다. 중앙은행은 나라에 유일한 발권은행이고 예금과 대부 업무는 상업은행이 맡아서 수행한다.` 이렇게 명시를 분명히 하고 있어서 최근 북한의 은행체계가 상업은행과 중앙은행이 조직적, 기능적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화폐유통·지급결제 수단 변화](p.13)
두 번째로 화폐유통 및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기업 부문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현금 돈자리가 신설된 것입니다. 돈자리라는 것은 북한 용어로, 우리나라 말로 하면 은행 계좌를 뜻하는 것인데요. 기업의 현금 돈자리가 신설되어서 현금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기업 간에 대금 지급 방식을 형태별로 구분해놓은 것입니다. 파란색 점선으로 되어있는 1번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에서 운용되는 무현금 화폐에 의한 지급결제 방식입니다. 이런 무현금 화폐에 기반한 지급결제 방식이 유지되는 가운데 현금 돈자리가 신설되어서 빨간색 실선인 2번과 파란색 실선인 3번과 같은 지급결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빨간색 실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기업이 현금 돈자리에 현금을 예치했다가 그 현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현금을 인출해서 직접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가능해졌고요. 파란색 실선과 같이 예치된 현금을 계좌이체 하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예금통화에 기반한
계좌이체 형식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현금 돈자리가 신설된 것은 과거 기업들은 무현금 화폐만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 현금을 통해서 국정 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통해서 거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격자유화가 일정부분 수용된 것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화폐유통·지급결제 수단 변화](p.14)
두 번째로 주민들 안에서의 화폐유통 및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주민들은 카드사용을 장려하면서 결제계좌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 커다란 변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주민들은 결제수단으로써 현금을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은행에 결제계좌를 보유할 필요가 없었고 결제계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북한이 여러가지 전자 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이제는 은행에 결제계좌를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아래 표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전자 결제 카드인 나래카드와 전성카드가 있습니다. 나래카드는 2010년 조선무역은행이 발행한 것으로 외화를 충전해서 외화상점이나 백화점, 호텔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이 나래카드는 카드를 발급할 때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아서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요. 전성카드는 은행망을 기반으로 결제 및 계좌이체가 가능한 직불카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유선전화를 사용할 때, 카드결제를 통해서 납부를 한다던지 각 도별 은행에 atm을 사용해서 송금을 가능하게 하는 등 주민들의 금융서비스에 있어서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2015년에 개정된 상업은행법에 은행카드업무가 신설되어 있는데 그러한 법 개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2. 김정은 시대 - 화폐유통·지급결제 수단 변화](p.15)
종합해보면 과거에 가계는 저축 계좌인 저금돈자리만 가지고 있었고 현금은 가지고 있었지만, 결제계좌가 없었던 데에 반해서 최근에는 전자결제 카드를 이용하는 결제계좌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가 있습니다. 기업 부문에 있어서는 과거에는 구매력이 없는 화폐에 기반한 결제계좌는 있었지만 저축 계좌는 없었던 데에 반해서 최근에는 현금 돈자리를 통해서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현금도 보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금 돈자리를 통해서 저축을 할 수 있게 되는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기업 부문에 있어서 구매력이 없는, 주어진 계획 용도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무현금 화폐가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화폐로서 기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변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3. 최근 금융제도 변화에 대한 평가](p.16)
그렇다면 최근에 이러한 북한 금융제도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북한이 이런 금융제도의 변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 말씀드림으로써 이러한 변화의 의미에 대해서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변화의 실태에 대해서 평가하기 위해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루어졌던 금융제도의 개혁과 비교해서 평가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금융제도 개혁의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17)
그러면 먼저, 북한이 금융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이 금융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여타 경제개혁 조치의 윤활유로써 금융 부문의 개혁도 모색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 계획경제가 축소되고 시장경제가 확대되는 방향의 경제개혁 조치가 이루어졌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농업 부문에 있어서는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작물을 선정하고 생산한 후에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기업들도 자율적인 생산과 가격결정을 통해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외경제 부문에서도 자체적으로 수출입 품목과 수량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기존에 있었던 중앙계획지표는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시장경제 영역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표가 등장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경제 영역이 운용되는 부문에 있어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가격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금 및 예금통화에 기반한 결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여타 경제개혁 조치의 윤활유로서 화폐 금융 부문에 있어서의 변화도 모색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18)
두 번째로는 공금융 기능 정상화를 모색하게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금융에는 크게 세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달러라이제이션이 심화한다는 점, 세 번째는 공금융이 아닌 사금융이 발달했다는 점입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19)
이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북한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어왔습니다. 시중에 유통통화량이 증대되어서 결국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인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2000년대 이후에 시장화가 확산하면서 개인들, 북한 주민들이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비공식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형태가 확산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무현금 화폐로 거래하는 것은 국정 가격에 기반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유롭게 시장가격에 의해 결제할 수 있는 현금결제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계 부분을 통해서 유통된 현금은 원래는 국영상점에 물건을 구입하고 또, 은행에 예금을 통해서 중앙은행으로 다시 환수되어야 하는데 그 현금이 다시 중앙은행으로 환수되지 못하고 누수되는 현상, 그래서 그 현금 누수가 점점 확대되면서 시중의 유통통화량이 점점 확대되고 결국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20)
지금 보시는 이 그래프는 북한의 시장가격 중 시장 쌀가격과 환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3년~2020년 중에 북한의 시장환율은 약 8,000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기간에 북한의 국정 환율은 약 100원대로 시장환율과 국정 환율 간 약 80배 정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쌀가격은 동기간의 2013년~2020년 중에 약 5천 원대 수준인데 이 기간에 북한의 국정 쌀 가격은 약 46원대로 10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북한은 시장가격과 국정 가격이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러한 갭을 줄이기 위해서 북한 당국은 2002년에는 7.1조치, 그리고 2009년에는 화폐개혁을 통해서 그 갭을 메꾸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도가 다 실패하고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었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21)
두 번째 북한의 금융 부분에 있어서 큰 문제는 외화통용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이 심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9년 화폐개혁에 있습니다. 북한은 2009년 화폐개혁을 하기 이전에도 4차례에 걸쳐서 화폐개혁을 한 적이 있는데요. 2009년의 화폐개혁이 다른 화폐개혁과 달리 몰수적 화폐개혁이라고 하는 이유는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기간도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한도를 제한한 데 있습니다. 가구당 구권 기준으로 10만 원을 교환할 수 있었고 이후에는 50만 원으로 상향되었지만 이렇게 교환 한도를 제한했기 때문에 교환되지 못한 구권은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시장 활동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교환하지 못한 화폐들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된 징벌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22)
그리고 결과적으로 2009년의 화폐개혁은 실패하게 되고 그 결과 북한의 외화통용이 심화하게 됩니다. 달러라이제이션이라는 것은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위안화나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거래 수단, 교환수단,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자국 화폐보다는 외화를 더 선호하는, 그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것을 외화통용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아래 보이는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 대비 이후에 위안화나 달러화의 외화자산 비중이 굉장히 급증하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 원화나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외화통용이 심해지고 주민들의 저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결과적으로 공금융의 기능을 저하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됩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23)
북한의 저축률이 굉장히 낮고 은행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저축 수준이 굉장히 낮고 북한 원화에 대한 불신으로 외화를 선호하는, 즉, 외화통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캄보디아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개혁개방 초기부터 저축률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초기에는 월급을 은행 저축 계좌에 입금시키고 생활비를 수령하는 형태, 일종의 강제적인 저축의 형태였는데 이후에 생필품의 가격이 안정화되고 예치된 월급에 금리가 쌓이면서 시스템이 안정되고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중국의 저축률은 굉장히 높아집니다. 지금 보시는 이 그림은 아시아개발은행에서 매년 발간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 가운데에서 예금통화의 비중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예금통화의 비중이 높고 결국 2000년대 초반에 80%에 가까운 수준에 달합니다. 그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캄보디아인데요. 캄보디아의 경우에는 북한처럼 외화통용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금통화의 비중을 보면 90년대의 10% 수준에서 점점 낮아져서 2004년에는 3%에 불과한 굉장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높은 외화통용 수준과 낮은 예금통화의 비중이 모두 관찰되는 점에서 북한과 캄보디아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평가 - 금융개혁 추진 배경 및 목적](p.24)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런 공금융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변화들 예를 들어서 기업들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현금 돈자리가 개설되고 주민들은 전자 결제카드사용을 장려하고 또, 주민들이 저금을 잘하도록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이런 변화들은 결국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시중에 유통된 화폐들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결과적으로 공식 금융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모색한 것이라고 이해해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에 보시는 표와 그림은 북한의 정기예금 이자율을 몇 가지 조사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북한의 정기예금이자율이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이 5%로 중국의 1.5%보다 3배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은성신용합영은행의 홍보물인데 이 홍보물에서는 1년 정기예금이 약 7.5%로 5%보다 더 높게 예금을 유치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3. 평가 - 변화의 실태 및 비교](p.25)
세 번째로 북한이 이러한 금융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IT기술 발전에 기반한 북한 당국의 경제 전반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된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의 대형은행이나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 화폐를 이용한 원에 의한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경제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원에 의한 통제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나 북한이 무현금 화폐를 구매력이 있는 예금통화로 전환하고 있는데, 반해서 대부분 구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체제 내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금통화와 무현금 화폐를 구분하는 화폐 제도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북한과 과거 구사회주의 국가 간의 이러한 차이가 보이는 데에는 아이티 기술 발전의 차이에도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이러한 변화는 IT기술 발전에 기반해서 은행 전산망을 구축하고 전자 상거래, 카드 결제 등을 장려함으로써 북한 당국은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종전의 단일은행제도를 고수할 필요성은 약화하였고 이완적 은행제도를 제도적으로 도입할 개연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평가 - 변화의 실태 및 비교](p.26)
다음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실태를 평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이원적 은행제도가 구현될 수 있는 그런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 법이 제정되어서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고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러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조직적, 기능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여지고 그러한 분리된 기능들이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여타 금융제도. 예를 들어서 아까 말씀드린 화폐 유통구조의 변화도 같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여타 금융제도의 변화도 함께 동반되었다는 측면에서 최근 북한의 금융제도는 이원적 은행 제도가 구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제도적 여건은 조성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서 실효성 측면에서는 개혁 수준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3. 평가 - 변화의 실태 및 비교](p.27)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여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개혁과 비교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최근 북한 금융제도 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서 구소련과 중국에서 은행체계의 변화가 모색되었던 시기와 함께 비교해보았습니다. 구소련의 경우에는 페레스토레이카 시기 중에서 은행체계에서의 변화가 모색되었던 1988년 ~ 90년을 비교 기간으로 설정했고요. 중국은 개혁개방 시기 중에서도 은행체계에 있어서 변화가 모색되었던 1978년 ~84년의 시기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비교하는 평가지표는 앞서 지속적으로 살펴보았던 은행체계에 있어서의 변화, 화폐유통 및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를 함께 비교해보았습니다.
[3. 평가 - 변화의 실태 및 비교](p.28)
비교 결과를 말씀해보자면 구소련과 중국은 북한과 달리 은행법을 제정하기 이전에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조직적, 기능적으로 분리된 것이 먼저 이루어졌습니다. 구소련의 경우에는 1988년 다섯 개 국영 전문은행을 설립해서 상업은행의 기능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앙은행법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90년에 제정합니다. 중국의 경우 1984년에 공상은행을 설립하면서 민간 부분에 있어서의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업은행 법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95년에 제정합니다. 구소련과 중국이 실질적인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기능이 분리된 이후에 법적 기반이 마련됨과 달리 북한은 법적 기반이 먼저 이루어지고 은행의 기능과 조직이 분리된 것은 그 이후, 최근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상업은행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구현되었는지와 관련되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구소련은 1988년 협동조합 법이 제정되면서 민간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합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공상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이 예금을 유치하게 위한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고 또, 은행 간의 거래가 허용되는 등 그런 경쟁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라는 측면에서 상업은행의 기능이 구현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업은행의 기능 구현 측면에서는 북한이 그러한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데 반해서 구소련과 중국은 동시기에 그 기능이 잘 구현되었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화폐 유통구조와 관련된 변화를 비교해보겠습니다. 화폐 유통구조의 경우에는 구소련과 중국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과거 구소련의 경우에는 무현금 화폐 즉, 구매력이 없는 계획에 의해서만 운용될 수 있는 무현금 화폐와 현금을 구분하는 화폐 구분제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현금과 무현금을 구분하는 이러한 구분이 1980년대에 걸쳐서 사라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현금 화폐를 통한 결제가 얼마만큼 완화되었는가는 가격자유화의 진정 수준과 맥을 같이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구소련의 경우에는 가격자유화가 굉장히 미진했던 데 반해서 중국은 가격자유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전을 보였습니다.
[3. 평가 - 한계](p.29)
종합해보면 김정은 시대에 북한 금융제도의 개혁 수준은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시기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 보여드린 다섯 개의 평가지표들에 대해서 동일한 가중치를 주었을 때 유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업은행의 기능 구현 측면에서는 북한이 구소련이나 중국보다 굉장히 미흡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은행의 기능이 구현되는 실효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중국의 개혁개방 결과가 실패와 성공의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금융제도의 성패는 계획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 수준이 페레스트로이카 수준으로 가느냐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3. 평가 - 한계](p.30)
그렇다면 북한의 최근 금융제도의 변화가 실효성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가장 큰 한계는 근본적으로 북한 공금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은행의 예금 수치가 굉장히 저조한데 이러한 저조한 예금 수치는 결국 상업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제약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저금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데 북한 문헌을 보면 상업은행의 은행 대부 원천 자금 중에서 주민들의 저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저금 실적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인데도 전체 대부 원천에서 그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것은 기업의 은행 예금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북한의 상업은행이 대부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제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대부금을 받을 경우에 거의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하고 재예금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상업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방해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평가 - 한계](p.31)
두 번째로 중요한 한계점은 결국은 전면적인 개혁이 아닌 부분적인 개혁에 그치기 때문에 상업은행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부분적인 가격자유화는 결국 무현금 화폐라는 것이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금을 계속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북한에서 문제가 되는 현금 누수 현상이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적 소유권의 제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북한은 여타 제도 변화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미진한데 이런 사적 소유권에 대한 미진한 변화는 상업은행의 자금이 기업투자로 연결되는데 제약 요인이 됩니다. 중국의 경우에 구소련과 달리 개혁이 성공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성공의 이유에 대해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비국유 부분에서의 경제 주체의 창출에 있다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렇듯 계획경제가 유지되는 여건에서 가격자유화와 사유화의 개혁이 함께 추진되기는 어렵고 이러한 제도적인 제약은 결과적으로 금융 부분의 성장을 유도하는 데 한계를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시사점](p.32)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말씀드린 북한 금융제도의 변화와 평가를 통해서 시사하는 바를 말씀드리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시사점은 북한이 공금융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상업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혁이 아닌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 조치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격자유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현금 누수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사적 소유권에 대한 개혁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업은행의 자금이 기업투자로 연결되지 못해서 상업은행의 발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개혁이 제도화되어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결국 개혁에 대한 신뢰가 근간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관되고 지속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북한이 고강도 대북 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오늘 설명해 드린 것과는 결이 다른 시장경제의 기능을 위축하고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조취들을 취해 왔는데요.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일시적인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에 과거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동안 공식 금융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결국은 공금융의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Thank you](p.33)
이상으로 오늘 강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강의의 내용은 2021년도 2월 BOK 경제 연구로 발간된 논문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BOK 경제 연구 김정은 시대 북한 금융제도의 변화와 관련된 책자의 내용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고요. 혹시 다른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이메일을 주시면 제가 아는 선상에서 성실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