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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하였다. 이는 지난해 8월 첫 인상 이후 다섯 번째 기준금리 인상인데, 금번 정책결정의 주요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
우선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크게 높아져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고, 5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2012년 10월(3.3%)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상승하였다.
이러한 물가 오름세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년 초 7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최근에는 1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전쟁에 따른 작황 부진 우려와 일부 국가의 수출제한 등으로 국제 밀 가격이 금년 들어 50% 가까이 오르는 등 곡물가격도 큰 폭 상승하였다. 중국의 봉쇄조치는 공급망 교란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이후 중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적체가 늘어나는 등 글로벌 공급차질이 재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편 미 연준은 지난 5월에 이어 6월과 7월에도 정책금리를 50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빠른 정책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수요 압력 증대를 반영하여 금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림 1. 소비자물가 및 기대인플레이션
자료: 통계청
그림 2.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
자료: Bloomberg
국내경기는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
두 번째는 국내경제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대외 여건들은 물가의 상방위험 요인인 동시에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도 각각 봉쇄조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급차질 등으로 글로벌 재화 시장에서 초과수요 상황이 여전한 만큼 전반적인 수출 흐름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외 리스크가 증대되었지만 대내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3월 이후 순차적으로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동성지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액도 3월부터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도 경기 회복세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차 추경이 민간소비 증대를 통해 금년도 성장률을 0.2~0.3%p 가량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소비 개선, 추경, 수출 증가세 지속 등에 힘입어 금년 중 국내경제는 2%대 후반의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3. 일평균 통관수출
자료: 관세청
그림 4. 이동성지수1) 및 신용카드 사용액
주: 1) 7일 이동평균
자료: Google, 신한카드
금융불균형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
마지막으로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고려되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금년 들어 신용대출 순상환이 지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에는 소폭 증가로 전환하였다. 주택가격은 대체로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비율이 106.5%(2021년말 기준)로 OECD 37개중 4번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이며, 주택 매수심리와 주택가격전망CSI가 3월 이후 반등하는 등 주택 수요 및 가격상승 기대도 여전한 모습이다.
미 연준 등 주요국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신흥시장국의 취약요인이 외국인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취약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최근의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둔화 추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그림 5. 가계대출 및 아파트매매가격
자료: 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그림 6.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자료: ECOS, IIF, CEIC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
한편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여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 등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 소비자물가 상승률, GDP 성장률 등 앞으로 입수되는 주요 경제지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등이 주요 고려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P.S.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숙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숙제를 틈틈이 미리미리 해두면 마감일이 다가와도 초조함이 없었다. 그러나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 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