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한동안 움츠렸던 경제도 다시 활력을 되찾는 듯하지만, 우리 수출은 작년 하반기 이후 부진한 모습이다. 최근 2/4분기 들어 부진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출 흐름을 살펴보면 일부 품목과 지역에서 호조를 보이는 등 과거와 달리 품목별·지역별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IT품목들은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수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 2차전지 및 전기차 등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사들은 3년치 일거리가 가득하여 이제는 가려가며 수주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역별로는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부진한 수출을 미국과 EU로의 수출이 일부 만회하는 모습이다. 이에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우리 수출은 중국·IT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진
최근의 수출 부진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위축에 따른 글로벌 공통현상 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및 IT 의존도가 높은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고 글로벌 IT 경기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및 IT 수출 비중과 최근 수출증가율의 관계를 보면 대체로 대중국 또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을수록 최근 수출이 더욱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다.
품목별·지역별 차별화
최근의 수출 흐름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IT품목이 부진한 반면 자동차, 선박 등 일부 비IT품목은 호조를 보이면서, 최대 수출품목이 반도체에서 자동차(부품 포함)로 변화하였다.[1] 또한 지역별로는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부진하지만 대미국‧EU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금년 상반기중 대미국 수출 비중이 2002년(2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7.9%로 확대되어 대중국(19.6%)과의 격차가 1.7%p까지 좁혀졌다.
그림 3. IT·비IT 수출
자료: 관세청
그림 4. 주요 수출대상국별 수출
자료: 관세청
최근의 수출 흐름에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이처럼 최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역별 수출의 변동 요인을 정량적으로 분석[2]해 보았는데,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봉쇄조치 이후인 2022년 4~12월 대비 2023년 1~4월중 수출 감소의 65%가 주로 중국 자체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적 요인에 기인하고, 35%는 중국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한 경쟁력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중간 경쟁력을 세계시장 점유율, 수출품 비교우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한 결과, 2010년과 2021년간 양국간 격차가 크게 축소되었다. 반면 대미·EU 수출의 경우에는 수요 요인이 소폭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나 경쟁력 요인은 오히려 수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국별 경기 및 산업정책의 차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각 시장내 경쟁력 변화와 수출 다변화 노력도 수출의 지역별 차별화를 확대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5. 대미·EU·중 수출 변동 요인 분해1)
주: 1) 22년 4~12월 기간 대비 23년 1~4월중 수출에 대한 불변시장점유율 분해
자료: CEIC, 자체 시산
그림 6. 한중간 경쟁력 격차
자료: 자체시산
하반기 점차 개선되겠으나 과거와 같은 큰 폭 반등은 어려울 전망
향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품목별·지역별 차별화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수출구조를 감안할 때 글로벌 IT경기가 회복될 경우 IT 비중이 높은 대중국‧아세안 수출의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 수출은 대기수요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미국‧EU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최근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효과적 대응 여부에 따라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출구조 다변화,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통관수출에서 반도체 수출 비중은 22년 19.3%에서 최근 14.1%로 낮아진 반면, 자동차(부품 포함) 수출 비중은 22년 11.4%에서 최근 15.4%로 높아졌다.
► 반도체 수출 비중(%) : 11년 9.2→15년 12.0→18년 21.4→20년 19.9 →22년 19.3→2023.1~6월 14.1
► 자동차 수출 비중(%) : 11년 12.3→15년 13.5→18년 10.5→20년 10.9 →22년 11.4→2023.1~6월 15.4
[2] 분석에 활용된 불변시장점유율 Constant Market Share(CMS) 분석 방법에 대해서는 BOK이슈노트 제23호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과 시사점’ 〈BOX 1〉을 참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