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높은 제조업 대출 비중과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구조, 그리고 녹색금융상품 취급 인프라 부족 등은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을 어렵게 하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여타 산업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배출량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국내은행들이 금융배출량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은행 기업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4],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유인이 적고[5] 친환경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은행내 녹색금융 분류 기준[6]과 성과지표 체계가 부재한 경우가 많고, 차입자 탄소배출정보 등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은행들이 녹색금융상품 취급을 통한 금융배출량 감축 전략을 본격화하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금융배출량 감축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공시한 목표치와 실적치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은행의 경우 평판리스크에 노출되거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7]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 아울러, 은행들이 공시목표 달성을 위해 단순히 탄소집약적 업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경우,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오히려 저탄소경제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촉진으로 이어지도록 독려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까? 먼저, 금융배출량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 지표를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배출량을 은행의 신용공급 잔액(익스포저)으로 나눈 ‘익스포저 단위당 금융배출량’을 보완지표로 활용할 경우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공급 축소 우려를 줄일 수 있다[8]. 뿐만 아니라, 동 지표 활용시 기업별 온실가스의 상대적 배출 정도를 비교할 수 있고 시점별 개선상황을 점검할 수 있어 차입자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차입자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경우 그 수준을 정량화하여 금융배출량 계산시 이를 차감하거나 별도공시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은행의 금융배출량 축소를 위해 은행 익스포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녹색전환이 긴요한 만큼,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녹색투자를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중견・중소기업의 녹색전환 활동에 대해 높은 투자세액 공제율을 적용하거나 배출권 거래 수익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9]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금융배출량 관리의 객관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기업규모별 공시 범위 및 시기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금융기관들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와 및 산식 등을 표준화하여 제공할 경우 투명성 확보 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녹색여신 관리지침 제정 및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10]시 녹색대출 취급을 위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은행이 녹색대출 확대를 통해 금융배출량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11].
표. 은행 금융배출량 관리 제약요인 완화를 위한 정책 대안
제약 요인
-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 부가가치 대비 높은 탄소배출량
- 은행의 높은 제조업 익스포저
- 중소기업 중심의 여신구조
- 은행의 높은 중소기업 익스포저
- 중소기업의 낮은 탄소감축 유인
- 녹색금융 인프라 부족
- 녹색분류기준, 은행내 성과지표, 차주자 배출정보 등 부족
정책 대안
- 금융배출량 관리지표 다양화
- 기존 총량 기준 외에 배출집약도, 탄소상쇄량 등 대안지표 고려
- 기업의 녹색투자 유인 제고
- 중소기업 녹색전환활동 세액 공제
- 배출권 거래 수익 활용기회 제공
- 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 산업·기업규모별 공시시기 및 범위 확정
- 유형별 금융배출량 지표, 산식 표준화
- 녹색대출 취급절차 간소화
[1]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 수식 이미지
이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 수식은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핵심지표로, 금융기관이 신용공급(대출, 주식,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배출량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Scope 1, 2, 3로 구분되는데, Scope1 배출량은 기업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를 의미하며, Scope2 배출량은 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을, Scope3 배출량은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배출량을 모두 합한 것을 의미한다. 이 중 금융배출량은 Scope3 배출량에 해당한다.
[2] 현재 공시된 정보들만으로는 시점간, 은행간 비교가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여,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기업대출, 채권, 주식 대상) 수준과 변화 추이를 자체 추정하였다. 금융배출량 추정치는 정보제약으로 인해 개별 차입자가 아닌 산업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용하고 있어 산업별 대출의 기업규모 분포에 따라 추정치가 실제보다 과대 또는 과소 추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향후 금융배출량 계산범위를 3개 자산군 이외의 자산까지 확대하는 경우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3] 2021년 10월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까지 확대하는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수정 목표와 그 이행계획을 발표하였다.
[4] 2023년말 기준 우리나라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9.0%에 달한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5] 중소기업은 대부분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배출권거래제 혹은 목표관리제 적용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는 유인이 적다.
[6] 2024년 4월 국내 20개 은행을 대상으로 녹색금융 취급현황에 대해 조사한 한국은행의 서베이 결과 녹색금융 취급 절차를 수립하여 운영 중인 은행은 전체의 35%인 7개사에 불과했으며, 6개사(30%)가 녹색금융 취급을 위한 내부 절차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7] 미국의 BlackRock(2020년), 프랑스의 Amundi(2021년), AXA(2022년) 등은 기후 대응 미흡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회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8] 은행이 친환경 전환자금을 공급할 경우 금융배출량 수준은 상승하는 반면 익스포저 단위당 금융배출량은 하락하므로 동 지표 관리시 은행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속한 기업에 친환경 전환자금을 확대할 유인이 존재한다.
[9] 예를 들어,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구축하는 중소기업이 배출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실적의 측정 및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도 배출권거래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증을 통해 배출권을 취득할 수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여 중소기업이 이를 취득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10] 금융감독원의 녹색여신 관리지침 제정과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이 2024년중 계획중에 있다.
[11] 자세한 사항은 BOK이슈노트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제2024-20호, 박상훈・김재윤・류기봉 著)을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