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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매입을 통한 시장안정화 조치 이해하기

등록일
2024.12.16
조회수
6274
키워드
RP매입 시장안정화 금융·외환시장
담당부서
금융시장국
저자
국장 최용훈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4일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데 대응하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즉각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하였다.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하였으며,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 경로도 대폭 확충[1]하였다. 현재까지 비정례 RP매입을 통해 총 14.1조원[2]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였는데,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국은행의 RP매입을 통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 등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이번 RP매입이 시장안정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를 살펴보고, 위와 같은 견해가 공개시장운영의 작동 프로세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우려임을 밝히고자 한다.

RP매입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매입기간 종료 후 자동적으로 회수

한국은행은 일상적인 유동성 조절을 위해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RP매각(매매기간 7일)을 실시하여 잉여 유동성을 단기로 흡수한다. 반대로 설·추석 연휴, 분기말·연말과 같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때는 비정례적으로 RP매입을 실시하여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와 함께 이번과 같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경우에도 시장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RP매입이 적극 활용된다.

한국은행 환매조건부(RP;Repurchase agreement) 증권매매는 사전에 정해진 일정 매매기간 동안 자금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거래이다. 가령 RP매입을 통해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의 보유 증권을 매입하면, 그 대가로 유동성이 금융기관에 공급된다. 다만 '환매조건부'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거래는 매매기간 종료 시 자동으로 반대 방향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조건으로 실행된다. 즉, RP매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매입기간 종료시 자연스럽게 회수된다.

이번 RP매입을 예를 들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은행은 12월 4일 시장안정을 위해 10.8조원 규모의 14일물 RP매입을 실시하였다. 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0.8조원 상당[3]의 증권을 받고 그만큼의 자금을 공급했음을 의미한다. 동 거래는 매입기간인 14일이 만료되는 12월 18일에 한국은행이 매입했던 증권을 동일 금융기관에 다시 매각하고 10.8조원에 일정 이자를 더한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종료된다. 따라서 유동성 공급 확대 효과는 매입기간인 14일 동안만 지속되고, 그 이후에는 소멸된다.[4] 즉 동 RP매입은 금융기관 간의 자금 수급이 좀더 원활해 질 수 있도록 매입기간 동안만 유동성의 총공급 규모를 10.8조원 정도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림 1. 매입일 및 환매일의 RP거래 흐름도(12.4일 실시 RP매입 기준)


RP를 통한 유동성 공급 규모는 RP매입액 자체로 보는 것이 합리적

일부에서는 RP매입에 매입기간을 곱한 금액을 유동성 공급 규모로 해석하여 12월 4일의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규모가 151조원(10.8조원×14일)에 달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안정화 조치로서의 RP매입은 매입기간을 고려한 누적규모보다는 실제 RP매입액을 기준으로 유동성 공급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맞으며, 이에 금융기관 입장에서 볼 때 동 거래를 통한 차입규모를 151조원이 아니라 10.8조원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치[5]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국은행은 대외 커뮤니케이션 시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규모를 실제 매입액을 기준으로 발표[6]하고 있다.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가져오는 경제적 비용은 매우 제한적

또한 앞서 설명한 대로 RP매입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매매기간 이후 다시 한국은행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유동성 증대 효과도 매입기간 동안만 유지된다. 즉 RP매입은 본원통화의 규모를 항구적으로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에 짧은 기간의 일시적 유동성 공급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아울러 RP매입은 유동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자[7]를 수취하는 자금대차 형식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비용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RP매입을 통한 유동성의 공급과 재흡수 과정은 자금의 원활한 순환에 기여

한편 RP매입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이 매입기간 종료시 다시 한국은행으로 흡수된다면 당초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및 재흡수 과정은 기관 간 자금 배분의 원활화, 시장심리 안정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단기금융시장에서는 매일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거래를 통해 자금 배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장 내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 금융기관들이 잉여자금을 공급하지 않고 예비적 동기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심화되는데 이 경우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수요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한국은행이 RP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공급하여 필요한 기관이 손쉽게 자금을 구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마중물 역할[8]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한국은행은 평소 금융시장의 자금 배분 기능이 원활히 유지되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은행이 시장에 충분한 수준의 자금이 순환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여 시장참여자들의 보수적 자금운용행태를 완화하는 효과도 발생한다.[9]

실제로 시장안정화 조치 발표 및 두 차례의 비정례 RP매입 이후 단기금융시장이 평소 수준에서 원활히 작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콜금리 및 RP금리는 기준금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그림 2. 콜금리 및 RP금리1)


  • 주 : 1) 콜금리 및 RP금리는 익일물(1일물) 기준
  • 2) 음영은 「금융·외환시장 점검 및 시장안정화 조치 실시」 발표일(12.4일) 이후

  • 앞으로도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안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

    한국은행이 계엄사태 직후 RP매입 등 과감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한 것은 예상치 못한 사태로 시장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초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은 시장의 금융중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추가적인 시장 혼란을 방지한 것으로 경제 전체적으로도 시의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시장도 시장안정화 대책 발표 및 그에 따른 실질적 조치 실시 등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즉 시장내 불안감이나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RP매입은 물론 활용 가능한 추가 조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1] RP매매 대상증권을 특수은행채,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 은행채 등으로 확대하였으며, 대상기관도 기존 기관에 더해 국내은행 및 외은지점, 증권사 및 선물사 전체로 확대하였다.

    [2] 한국은행이 금번에 실시한 두 차례 RP매입의 경우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예정규모를 설정하여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하였다. 매입 예정금액은 4일은 12조원, 6일은 4조원이었으나, 실제로는 각각 10.8조원 및 3.3조원이 낙찰되었다.

    [3] 다만 실제로 한국은행에 납입되는 증권의 규모는 유동성 공급 규모보다 크다. 이는 매입기간 중 증권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유동성 공급 규모 대비 증권 납입 규모를 증거금률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증거금률이 105%라면 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때 1조 500억원의 증권을 납입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대상기관별, 대상증권별 및 만기별로 증거금률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4] 반면 미국, 유로지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시 실시하였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는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과 같은 자산을 중앙은행이 단순매입(outright purchase)하는 조치로서, 자산의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므로 본원통화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낳는다.

    [5] 예를 들어 누군가가 1억원의 은행 신용대출을 30일 동안 쓰고 갚은 것에 대해 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차입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6] 예컨대 연차보고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등에서 일정기간중 RP매입 규모를 언급할 경우 매 입찰 시 낙찰된 실제 매입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7] 7일 이상의 RP매입은 경쟁입찰로 진행되며, 한국은행은 사전적으로 내정한 최저매입금리 이상에서 낙찰금리를 결정한다.

    [8] 자금시장의 참가자로서 자금 배분을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이러한 역할을 최종시장조성자(market maker of last resort)라고 칭하기도 한다.

    [9] 다만 기본적으로 자금의 배분은 금융시장이 담당하는 역할이며, 중앙은행이 자금 배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시장 불안 시에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은행이 평시에 금융시장에서 과도하게 잦은 빈도로 거래하거나 자금수급에 영향을 주어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지나치게 축소시키게 되면 금융시장의 가격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이 저하되고 금융기관의 위험 추구 성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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