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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高인플레이션의 충격을 더 크게 받았나?: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을 통해 본 인플레이션 불평등

등록일
2024.12.20
조회수
2180
키워드
인플레이션 물가 칩플레이션
담당부서
조사국 물가동향팀
저자
차장 조강철, 조사역 위승현

같은 품목 내예 : 소시지류에서도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예 : A소시지,B햄이 있지만, 소비자물가CPI와 같은 공식 물가지수는 대표성을 지닌 특정 상품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된다. 그러나 가계마다 주로 구매하는 상품 브랜드는 서로 다른데, 브랜드별 가격의 수준과 상승률에 차이가 있을 경우, 각 가계가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실효물가와 공식 물가지수 간에 괴리가 발생한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는 저렴한 상품 브랜드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 ‘칩플레이션’cheapflation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1>은 국내 소시지의 각 브랜드별 가격 수준과 상승률을 보여주는데, 2019년 당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상품일수록 이후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여타 품목에서도 이와 유사한 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블로그[1]에서는 국내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하여 팬데믹 이후 저가 및 고가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률에 어떤 차이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실효물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살펴보았다.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하여 가격수준별가공식품 기준 물가지수를 산출

분석을 위해 세부상품별 판매금액·수량 등을 제공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 데이터[2]를 활용하였다. 이중 가공식품 판매정보를 이용하여 산출한 가공식품[3] 스캐너 물가(이하 “스캐너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가공식품 가격과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어,<그림 2> 동 스캐너 데이터가 물가의 미시적 분석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4]

그림 1. 소시지류(햄 포함) 세부 상품별1) 가격 수준2) 및 평균 가격상승률


  • 주 : 1) 19.1~23.9월까지 계속해서 매출이 발생하였던 상품·판매점 대상, 25개 구간으로 구분
  • 2) 상·하위 1% 극단치는 제거
  •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스캐너 데이터 원자료, 저자 작성

  • 그림 2. 스캐너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공식품)


  • 주 : 1) 19.1~23.9월중 계속 매출이 발생하였던 상품·판매점을 대상으로 2019년 가중치 적용
  • 자료 : 통계청, 대한상의 스캐너 데이터 원자료, 저자 작성
  •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저가상품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하여 가공식품 내 세부상품의 가격분위별4분위로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팬데믹 이후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한 칩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상품 가격분위는 같은 품목에 속하는 상품들을 2019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1분위저가부터 4분위고가로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소시지류 품목은 “판매점1 A햄, 판매점2 B햄, 판매점1 C소시지, 판매점3 D햄” 등의 판매점·상품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 중 가격이 가장 낮은 상품이 1분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상품이 4분위로 분류된다. 이렇게 구분된 가격분위별로 2020.1월~2023.9월 기간 중 누적 상승률을 구해보면, 1분위 저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16.4%인 데 비해 4분위 고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그림 3>

    이러한 저가-고가 상품 간 가격 상승률의 격차는 팬데믹 이전에는 미미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크게 확대되었다. 반대로 2023년부터는 그간 크게 올랐던 저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되면서 상승률 격차가 줄어들었다.<그림 4>

    그림 3. 가격분위별 스캐너 물가지수



    그림 4. 소비자물가지수(가공식품) 상승률 및 가격분위 간 상승률의 격차1)



  • 주 : 1) 1분위(저가) 상승률―4분위(고가) 상승률
  • 자료 : 통계청, 대한상공회의소 스캐너 데이터 원자료, 저자 작성
  • 칩플레이션은 수입 원자재가격 급등과 저가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에 주로 기인

    국내 칩플레이션은 주로 ➊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급요인, ➋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수요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는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저가 상품은 제조 과정에서 투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는 가격이 비교적 낮은 수입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가격이 국내산 원재료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였다.<그림 5> 저가 상품의 경우 보통 마진이 작아 비용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부족한데, 이처럼 수입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저가 상품의 판매가격에 상당 부분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칩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 수요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전환된 점 역시 칩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동일한 상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소비행태를 보인다. 실제 연도별로 상품 가격분위별 매출액 비중을 보면, 저가 1분위 상품의 매출비중은 팬데믹 이후 늘어난 반면 고가 4분위 상품의 매출비중은 줄었다.<그림 6> 이처럼 보다 저렴한 상품이나 판매점으로의 수요 전환으로 해당 상품의 가격상승 압력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림 5. 국산·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공급물가


  • 자료 : 한국은행 국내공급물가지수

  • 그림 6. 가격분위별 연평균 매출액 비중


  • 자료 : 통계청, 대한상공회의소 스캐너 데이터 원자료, 저자 작성
  • 칩플레이션으로 저소득층-고소득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

    이러한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inflation inequality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각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의 구성consumption basket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경험하는 물가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소비품목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에도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고소득층은 고가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가 상품과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다르다면 소득계층에 따라 실효물가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소득계층별 실효물가를 추산[5]해본 결과, 2019.4/4~2023.3/4분기중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13.0%은 상위 20% 고소득층11.7%에 비해 1.3%p 높게 나타났다.<그림 7> ➀ 소득계층별 소비품목 구성의 차이에 따른 물가상승률 격차(2019.4/4~2023.3/4분기 기준 1.1%p)에 ➁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에 의한 효과(2019.4/4~2023.3/4분기 기준 1.3%p)까지 더해지게 되면서 가계 소득계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그림 8>

    그림 7. 소득분위별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1)
    (상품 간 가격의 이질성(칩플레이션) 고려 시)



    그림 8. 소득 1분위-5분위 간 실효 물가상승률(누적) 격차1)




  • 주 : 1) 2019.4/4분기 대비 각 연도 4/4분기 기준(2023년 제외)
  • 2) 정동재 외(2024)에서 재인용
  • 자료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대한상공회의소 스캐너 데이터 원자료, 저자 작성
  • 물가안정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
    고인플레이션 기간중에는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할 필요

    이러한 분석 결과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다.

    둘째,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targeted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1] 자세한 내용은 BOK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Cheapflation)과 인플레이션 불평등」(제2024-32호, 조강철·위승현 著)을 참조하기 바란다.

    [2] 3천여개 조사대상 판매점들의 주별·상품별 판매기록을 저장한 데이터이다. 분석 대상기간은 팬데믹 직전부터 최근 자료 구매 시점까지(2019.1월~2023.9월)로 설정하였다. 아래는 대한상공회의소 스캐너 데이터의 한 예시이다.

    설명

    판매시점

    상점코드

    바코드

    품목코드

    품목

    상품명

    판매수량

    판매금액

    20230910 11**HB 8801045***310 010101 식초 C 사과식초 900ML 2 5800

    [3] 가공식품에 포함되는 상품만을 이용하여 스캐너 물가지수를 계산하였는데, 이는 가공식품이 팬데믹 이후 기간중 특히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인 데다 전체 스캐너 데이터 매출액에서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품목 다양성이 높아 저가-고가 상품 간 차이를 살펴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4] 다만 스캐너 물가지수의 상승률 수준(<그림2> 파란선)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낮은데 이는 지수 계산 시 포함되는 상품규격, 가중치 산출방식 등의 차이에 기인하며, CPI와 유사한 방식으로 산출한 고정 바스켓 스캐너 물가지수(<그림2>녹색선)의 경우 상승률 수준도 상대적으로 유사해진다.

    [5] 각 소득계층이 같은 품목 내에서 저가·고가 상품에 대해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영국 데이터를 참조하여 가정한 후 스캐너 물가지수 상승률 데이터와 결합하여 소득계층별 실효물가를 추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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