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과 수시 채용이 꾸준히 증가
최근 들어 신입보다 업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채용 방식도 정기 공채 중심에서 경력직 채용에 적합한 수시 채용 위주로 바뀌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기업들의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력직 비중은 2009년 17.3%였으나 2021년에는 37.6%로 큰 폭 늘어났다.[1]<그림 1> 또한, 채용 방식도 경력직 채용에 주로 활용되는 수시 채용의 비중이 2019년 45.6%에서 2023년 48.3%로 증가하였다<그림 2>. 이에 본 블로그에서는 경력직 채용 증가가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았다.[2]
그림 1. 경력직 vs 신입직 채용 계획
자료 : 한국경영자총협회(2017년), 한국고용정보원(2021년)
그림 2. 수시 vs 정기 공채 채용 계획
자료 : 이상준 외(2023)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된 데 따른 현상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 측면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 신입직 채용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와 같다고 여겨진다.(Rynes et al., 1997)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평생직장을 추구하지 않게 되면서 이직이 늘면, 기업이 체감하는 근속 기간 대비 교육・훈련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신입을 뽑아서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다. 또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의 고도화로 현장훈련(On-the-Job-Training, OJT)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는 본격적인 업무 투입을 지연시켜 신입 채용의 기회비용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긍정적 영향도 있겠으나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
경력직 채용 증가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 선택인 만큼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무 경험이 있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경력 개발 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선, 경력직 채용이 늘어남에 따라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1.4%/월)은 경력자(2.7%/월)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그림 3> 이는 20대 청년층 고용률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의 경우 이전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의 비중이 높은 만큼, 경력직 채용 증가에 따른 취업 기회 제약의 영향을 타 연령층보다 크게 받기 때문이다.
그림 3. 상용직 취업 확률 추이1)

주 : 1) 실업자 및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1달 이내에 상용직에 취업한 비율, 5년 이동평균 기준
자료 : 한국노동패널조사, 저자추정
사회 초년생의 고용률이 낮아지고 생애 총 취업 기간 및 소득도 감소
실제로 기업과 근로자 간의 탐색-매칭(search and matching)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17%p) 중 7%p는 경력직 채용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채용 확대로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이 낮아지면서 20대와 30대 모두 상용직 고용률이 하락했으나, 비경력자의 비중이 높은 20대의 하락폭이 10%p(44% → 34%)로 30대(3%p, 54% → 51%)를 상회하면서 두 그룹 간의 고용률 격차가 10%p에서 17%p로 확대되었다.<그림 4>
또한, 비경력직에 대한 수요 감소로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사회 초년생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 기간[3]이 21.7년에서 19.7년으로 2.0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5> 그리고 그 결과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4]도 13.4% 낮아지는(3.9억원 → 3.4억원) 것으로 분석[5]되었다.<그림 6> 나아가, 경력직 채용의 증가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고용률, 취업 기간 및 소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6]
그림 4. 경력직 채용 증가와 고용률1)
주 : 1) 상용직 고용률 기준
자료 : 저자 추정
그림 5. 경력직 채용 증가와 사회 초년생의 생애 총 취업 기간
자료 : 저자 추정
그림 6. 경력직 채용 증가와 사회 초년생 생애 소득의 현재가치1)
주 : 1) 연 5%의 할인율을 적용
자료 : 저자 추정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도울 필요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의 직업관과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우선, 학교, 기업, 정부 등이 산학협력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훈련 제도를 통해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년층 채용시 발생하는 교육・훈련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함으로써, 청년들이 대기업・정규직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 중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중은 10.1%에 불과하고 76.3%가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표 1> 특히,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임시직 비중은 가장 높은 반면 정규직 전환율은 가장 낮은 편이다.<그림 7>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동 단절과 이중구조하에서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경력을 개발해 나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제도 개선, 중소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충 지원 등을 통해 이중구조를 완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표 1. 고용상태 전환율
주 : 1) A상태의 근로자 중 1년 후 B상태인 비중, %
자료 : 한국노동패널(2010~2019), 저자 추정
그림 7. 국가별 임시직 비중 및 정규직 전환율1)2)
자료 : Eurostat, 경제활동인구조사, 한국노동패널, 저자 추정
[1] 채용시 ‘직무관련 업무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비중도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증가했다.
[2] 자세한 내용은 이슈노트 제2025-1호(2025년 2월)“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을 참조하기 바란다.
[3]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회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였다.
[4] 연 5%의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 기준이다.
[5] 다만, 동 모형에서는 경력직 채용 증가로 경력자들의 재취업 및 이직 확률이 보다 증가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반영할 경우 생애 총 취업 기간 및 소득에 대한 영향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6]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모형에서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진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20대 청년들의 고용률이 현재보다 5.4%p 낮아지면서 30대와의 격차가 1.1%p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경우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이 1.6년 더 줄어들면서 생애 소득의 현재가치도 10.4% 더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