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자원봉사의 날을 정하여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과의 따뜻한 소통을 나누는 한국은행 직원들은 폭염의 특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월 11일(토) 독거노인,노숙자, 소년소녀가장, 결식아동들에게 무료급식 제공 및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나눔의 둥지를 방문하였습니다.
아래의 글은 송글거리는 봉사의 땀방울을 흘렸던 아름다운 직원(분석총괄팀 박성경 조사역)의 봉사후기입니다.
나눔의 둥지는 종교단체가 운영하지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도 않는 순수 비영리민간봉사단체이다. 매일 독거노인, 노숙자 등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무료공부방을 운영하여 소년소녀가장, 결식아동들에게 자원봉사자를 연결하여 공부를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위치는 은평구 대조동 한 골목길 지하이다. 은평구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었지만 나눔의 둥지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비몽사몽간 버스를 타고 은행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은행 버스로 방금 전에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오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에 접어들자 ‘나눔의 둥지’라 박힌 간판이 보였다. 작은 간판이다. 근방에 살고 있는 나도 몰랐던 이곳에서 일년 365일 매일 한결같이 자원봉사자들의 일손이 바쁘게 돌아가고 하루 백명이 넘는 분들이 식사를 하러 드나드셨다.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간판 탓으로 돌려도 되려나.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였다. 문을 들어서니 벌써 할머니들은 급식소에 모여 앉아 계셨다. 앙상한 팔로 연신 부채질을 하고 계신다. 봉사활동 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식사를 손수 챙겨드실 수 없는 독거 노인분들이 더운 날씨에 삐걱거리는 탁자에 모여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렸다. 저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사전 지식이나 요령이 필요한 건 아닌지. 내가 저 분들을 위한다고 하는 행동이 도리어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입구를 들어서는 짧은 시간에 갖가지 생각이 스쳤다.
식사 준비는 아홉시 정도부터 시작했다. 워낙 대량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처럼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달라붙어 분주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두둑한 후원금 덕분에 쇠고기를 많이 사두셨다고 한다. 불고기감 고기를 자르고 겉절이할 배추를 다듬었다. 나는 봉사활동 나온 한 어린 학생과 함께 양파를 썰었는데 안경을 끼고 있었음에도 눈이 시끈거리는 통에 무슨 서러운 일 있는 마냥 나란히 서서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좁은 주방에서 복작거리면서 일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무실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뵈었던 분들이 앞치마 두르신 채 고기를 다듬고 파를 다듬고 또 실수도 하시고... 황승호 팀장님은 주방일을 능숙하게 하시는걸 보니 댁에서 가사일을 잘 도우시는 것 같다. 임종현 과장님도 뭐든지 척척 하시고 가정적이신 것 같아 보였다. 손민규 조사역님은 본인이 부친 전이 그럴듯하다며 스스로 감탄했다. 주부이신 조사역님들께서 워낙 능숙하셔서 일사천리로 음식이 준비되었다. 미각이 많이 파괴된 노인분들을 위한 음식이라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소 짜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간을 한다고 한다.
배식은 11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대부분 거동이 편치 않으신 노인분들이셔서 봉사자들이 배식을 하여 가져다 드린다. 좁은 급식소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직원들, 봉사나온 학생들 할 것 없이 쉬지 않고 배식판을 날랐다. 이 곳에는 노인분들 말고도 노숙자 분들과 정신지체자들도 오신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직장을 구할 수도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어 어디에서도 한 끼 식사조차 얻을 수가 없는 분들이다. 이렇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범죄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원장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무료 급식소는 참 열악한 환경이었다. 주방은 바닥에 배수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물 일을 하고 나면 물이 흥건해진다. 워낙 더운 날씨인데다가 음식에서 나오는 열기에 급식소를 가득 채운 사람들 체온까지 더해져 주방이며 급식소며 찜통이었다. 선풍기를 트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전기로 밥을 하는 동안에는 선풍기를 틀게 되면 전기에 과부하가 걸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모두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맛있게 먹었다...감사하다...할머니들 말씀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내가 듣기 과분한 말인 것 같고 매일같이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송구스러웠다.
나눔의 둥지는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비를 털어 만들어져 운영되는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최소한 내가 베푼 것만큼 나에게도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내가 상대에게 더 많은 성의를 보인 것, 더 준 것을 아까워하고 상대를 좀 더 사랑한 것에 억울해한다.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일이 곧 생활이신 이 곳 나눔의 집 봉사자분들에게 하루하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고 계산하고, 사소한 일에 감정을 소모하는 내 일상이 어떻게 보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총평 자리에서 가정이 없으면 나라도 없고 한국은행도 없는거라고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화목한 가정만 있다면 독거 노인분들도, 이런 단체도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가족 간의 불화로 가족이 있음에도 혼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이렇게도 많았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항상 의지하고 기대는 우리 부모님도 그 분들처럼 연세가 드시겠지. 그때가 되면 내가 부모님께 의지가 되어드려야 할텐데..막연한 책임감이 들었다. 나눔의 둥지에 계셨던 노인분들과 정성스럽게 봉사하시는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겸손해지고 성숙해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