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이야기 : "새천년의 선물"]

( 금년 1월에 발행된 새천년 기념주화의 앞면과 뒷면 모습)
새로운 천년이 열렸다. 천년이라는 긴 시간의 길이 앞에서는 매우 짧은 인생이지만 그 한 단편에 서서 천년을 달리하는 변화를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를 반영하듯 세계 각국은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한 갖가지 행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98년 2월 11일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천년의 밤(The Millennium Evening)" 행사 테이프를 끊는 것을 시작으로 백악관 특별강연회, 미국문화기획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하여 왔으며 프랑스 등은 2000년 축제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각종 기념사업을 개최하여 왔다. 우리 정부도 새천년은 문화적 역량이 국가적 운명을 좌우하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하에 새로운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2000년대 문화선진국"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문화비전 2000"의 각종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 및 조폐기관은 2000년을 테마로 한 "새로운 시대 개념"을 화폐에 담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각종 새천년 기념주화를 발행하여 왔다.
한국은행에서도 금년 1월에 새천년 기념주화를 발행하였는데 종래의 기념주화와는 색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우리가 새로운 천년을 지켜보는 격변기에 살고 있음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참신한 새천년의 선물이 될 것 같다. 먼저 새천년 기념주화는 새천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 액면을 전례없이 2,000원으로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중심부분과 바깥부분의 금속 재질이 다른 복재질(Bimetal)의 주화라는 독특함을 갖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천년에는 조상의 얼과 혼을 이어받아 우리의 과학입국의 길을 활짝 열자는 뜻에서 그 앞면에 우리의 귀중한 과학문화 유산인 앙부일귀(仰釜日晷, 해시계의 일종)의 내면 모양과 일월오행성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였던 혼천의(渾天儀)를 결합한 도안소재를 사용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새천년 기념주화와 더불어 자연의 섭리와 과학의 조화를 도모하였던 우리 조상들의 위업과 탐구정신의 자취를 느끼고 그 역동적인 구도에서 국제화시대를 헤쳐 나갈 우리 한국인의 기상을 마음껏 호흡하여 보자.
(이정욱 / 발권정책팀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