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의 액면체계는 국민들의 화폐사용 습관, 거래의 편의, 여타 지급결제수단과의 관계 등이 감안되어 결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화폐 액면의 기본수 체계로 [1, 5] 체계, [1, 2, 5] 체계, 또는 이들을 혼합한 체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1000원권, 5000원권, 10000원권, 50000원권 등의 액면을 갖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권 액면숫자의 첫 자리에 ‘1’과 ‘5’가 반복되므로 [1, 5] 체계이며 1, 2, 5, 10, 20, 50, 100달러 등의 액면을 갖춘 미국의 경우 은행권 액면숫자의 첫 자리에 ‘1’, ’2‘, ’5‘가 반복되므로 [1, 2, 5] 체계이다.
1950년 이후 한국은행이 발행한 우리나라 은행권은 예외없이 액면이 ‘1’ 또는 ‘5’로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한 36개 OECD 회원국은 모두가 액면이 1, 5 이외에 ‘2’로 시작하는 은행권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1단위와 5단위 액면 은행권만을 사용하여 오던 일본도 2000년에 2000엔권을 도입하면서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2단위 액면의 은행권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유통되고 있는 은행권의 액면 종류를 살펴보면 미국이 7개 권종을, 스위스, 터키, 유럽연합(17개국), 멕시코, 폴란드 등 25개국이 6개 권종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칠레 등 7개국이 5개 권종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권 액면은 4종류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적은 편인데, 4개 권종을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 영국, 이스라엘이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초반 10000원권, 5000원권 및 1000원권을 새로 도입할 때에는 은행권의 액면종류가 5개(500원권 및 100원권 포함)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경제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500원권과 100원권이 주화로 전환되었다.

참고로 OECD 회원국에서 가장 액면이 높은 은행권은 콜롬비아의 10만 페소 은행권이며, 가장 낮은 것은 영국의 50파운드 은행권이다. 영국 최고액권 액면 숫자는 콜롬비아 최고액권 액면 숫자의 1/2000 수준이나, 영국 최고액권 달러화 환산가치가 콜롬비아의 최고액권보다 2.3배 정도 높다.(2020년 말 기준)
(화폐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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