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소식 23.4월호 ‘화폐이야기’ 코너>
현금 없는 버스
지난 3월 1일부터 서울시 내 현금 없는 버스의 시범운영이 확대되었다. 현금 없는 버스란 버스 탑승구에 있던 요금을 받는 통을 없애고 현금을 더 이상 받지 않는 버스를 말한다.
서울시에서의 현금 없는 버스는 약 1년 6개월 전부터 시작되었다. 2021년 10월, 서울의 일부 시내버스가 ‘현금 없는 클린 버스’라는 포스터를 전면에 부착한 채 운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와 버스조합 간 협의로 진행된 ‘시내버스 현금승차 폐지 시범운영 사업(2021.10.1.~2022.6.30.)’의 일환이었으며, 처음에는 전체 시내버스의 약 2%에 해당하는 8개 노선 170여 개 버스부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1월 18개 노선, 400여 대의 버스로 확대되었고, 2023년 3월부터 102개 노선, 1,800여 대의 버스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현금 없는 버스 확대는 0.6%에 불과한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비중과 꾸준히 줄어드는 시내버스 현금 수입에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높은 현금 유지관리비, 현금함 안전사고, 승객과의 다툼, 현금 납부 및 거스름돈 반환 과정에서의 탑승 지체 등의 요인도 작용했다.
그런데 현금 없는 버스가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보다 3개월 앞선 2021년 7월, 대전시는 1개 노선을 대상으로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2년 6월까지 1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친 후 대전시의 현금 없는 버스는 전체 노선, 900여 대로 확대되었으며, 2022년 10월부터 모든 노선에 전면 시행되고 있다. 인천시에서도 현금 없는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2022년 1월, 2개 노선으로 시작된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영은 2022년 6월부터 17개 노선, 200여 대로 확대되었다.
한편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 운행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도입하였다. 우선 버스 탑승자들은 모든 정류소마다 마련되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타고자 하는 버스에서 현금을 받는지 여부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일 현금을 받지 않는다면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거나 별도의 모바일 교통카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통카드가 여의치 않으면 계좌이체로도 요금납부가 가능하다. 대전시와 인천시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를 주된 지급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대체 지급수단으로 계좌이체 또는 차량 내 구비된 교통카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범운영과 여러 대체 지급수단에도 불구하고 현금 없는 버스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교통카드를 잃어버리거나 잔액이 부족한 경우 등이 특히 그렇다. 버스를 탈 일이 거의 없는 지역의 거주자들은 교통카드를 미처 마련하지 못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교통카드는 두고 다녀도 스마트폰은 가지고 다니므로 동 조치 도입 시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시민홍보를 위해 시범운영 차량 및 전체 정류소에 안내문과 현수막을 부착하였으며 전체 시내버스에 현금 없는 버스 관련 안내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현금승차자 탑승 시 안내 및 민원응대를 위해 운수회사 담당자에 관련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금 없는 버스 확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직도 대중교통에서 현금을 사용하느냐며 현금 없는 버스 확대가 당연한 추세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혹자는 대중교통에의 접근성에 있어 공공성은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교통카드 소지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금 없는 버스 확대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어르신들도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무료 교통카드를 이미 활용하고 있고 신용카드만 소지하고 있어도 편하게 버스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현금 없는 버스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금 없는 버스뿐 아니라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이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는 점차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현금 발행 비용 절감, 거래의 투명성 확대, 결제 효율성 증대 등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도 있지만, 현금은 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 사용되는 결제수단인 만큼,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화폐연구팀 조사역 김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