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5-14호]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구분
경제일반
등록일
2025.06.05
조회수
4146
키워드
일본 고령화 저출산 구조변화 성장
담당부서
아태경제팀(02-759-4220, 5280)

①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지금 한 세대에 한 번이나 경험할 만한 대내외적 격변의 현장에 서 있다. 먼저 대외적으로 보면, 그간 순풍으로 우리 성장을 뒷받침해 주었던 글로벌 통상질서는 이제 오히려 역풍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국가간 첨단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경학적 안보를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으며, 중국은 첨단⋅범용 기술에 기반한 생산자립과 내수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② 또한 내부적으로는 과거 뜨거웠던 성장엔진이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표면화되면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인구고령화가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2021년(UN통계)부터 인구 축소사회로 진입인구(Bonus ⇒ Onus 시대)하였다. 그 결과 인구의 잠재성장률 기여도(BOK이슈노트, 24.12월)는 2000년대 0.7~0.9%p에서 21년 이후 0.2~0.3%p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더해 민간부채 누증에 기반한 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된 결과, 高생산성 분야로의 자원배분이 미흡하여 우리 경제의 생산성 증가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③ 그러면 우리 경제는 이러한 안팎의 도전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본고는 우리와 유사한 성공경험과 구조변화를 겪었던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감안하여, 일본 경제가 글로벌 벤치마크 성장모델로 자리잡았다가 버블붕괴 이후 장기간 저성장을 경험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일본이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당시 상황 속에서 내렸던 사회적 의사결정들이 오늘날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떠한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의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는 또 실패대로 배운다면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④ 버블붕괴 전후의 일본은 장기간의 저성장⋅저물가를 낳은 부채⋅인구⋅기술 세 측면에서의 구조변화에 직면해 있었다. 즉 자산시장發 부채누증, 인구고령화, 글로벌 수평분업화라는 삼각 파고가 중첩된 상황이었다. 물론 일본사회 내에서 이러한 구조변화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나, 이에 대응한 구조개혁은 과거의 성공경험에 대한 기억, 이해당사자의 강한 정치적 반대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구조개혁만이 해결책인데, 보완수단인 경기대응 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한 결과 정부 재정여력은 소진되었으며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오랜 기간 제약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십년간의 장기침체를 겪고 나서야 마침내 노동력 확보여성·고령층·외국인, 디지털 전환, 첨단산업반도체 등 재건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며 재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⑤ 우리가 지금 처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發 가계부채가 우려할 수준까지 누증된 결과, 민간레버리지 비율(GDP대비, 23년 207.4%, IMF)이 일본 버블기 최고치(94년 214.2%)에 근접하였고, 인구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글로벌 수평분업체계에 적극 참여하여 對중국⋅IT 수출 주도로 성장해왔는데, 그 근간인 글로벌 통상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중국 특수도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도 조만간 재정건전성이 악화(인구고령화)되고 통화정책 운용이 제약(가계부채 누증)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⑥ 그러면 우리는 일본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며, 또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가? 본고는 다섯 가지 교훈에 주목하여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⑴ 부동산發 부채누증에는 사전에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부채가 이미 부실화되었을 경우에는 이를 신속히 구조조정하여야 한다.

    ⑵ 저출산·고령화는 일본경제가 결국 장기침체에 들어서게 된 주된 요인이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큰 비용을 오랫동안 치러야 한다.

    ⑶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모델로 성공하였다. 그러나 과거의 강력한 성공경험은 이후 국내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⑷ 인구고령화로 인한 경직적 재정지출(연금·의료보험) 증가는 정부 재정여력을 빠르게 소진시키는 핵심요인이다. 이해당사자 반발, 정치적 부담 등의 이유로 사회보장지출(고령화 관련) 증가에 선제 대응하지 않는다면, 재정의 경기대응능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신인도까지 영향받게 된다.

    ⑸ 전통적이든 비전통적이든 통화정책은 경기대응수단이지 경제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다.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통화정책은 이를 경기적 측면에서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


⑦ 만약 일본이 구조변화에 적시에 대응했다면 어떠했을까? 일례로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여 2010년부터 인구감소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2010~24년중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은 0.6%p 상승하고 정부부채비율(GDP대비)은 4.5%p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반 0.6%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BOK이슈노트 제2024-33호, 24.12월). 그러나,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노동의 질 개선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상당부분 만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⑧ 우리 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고, 노르베르그(역사학자)가 「Peak Human」에서 설파한 바와 같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다.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내외 여건이 우리에게 양호하였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우리 경제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단기간 도약한 것처럼 저력이 있다. 또 끊임없는 혁신노력으로 제조공정분야에서는 여전히 선두권의 경쟁력이 있으며, K-콘텐츠 등 서비스업종에서도 소프트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 결국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노후화된 경제구조를 혁신(창조적 파괴)해야만이,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용한 정보가 되었나요?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국 디지털미디어기획팀
전화번호
02-759-5393

내가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