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요국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상당기간 지속됨에 따라 통화정책 피벗(pivot, 기조전환)의 시점과 금리 조정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확신을, 어떤 조건 하에서 언제쯤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주요국이 과거 물가안정기로 전환되었던 사례와 그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 국면을 진단한 후 향후 통화정책 기조전환과 관련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2. 과거 고인플레이션기에서 물가안정기로 전환되었던 시기의 특징을 살펴보면, 동 시기에는 인플레이션의 부문간 파급이 줄어들고, 물가-기대간 상호작용이 축소되었으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에 점차 수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가격조정 모멘텀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기술적으로 따라오는 기저효과를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으로 오인(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하면서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완화기조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였다.
3. 현재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국면을 진단해 보면,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 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잔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 및 품목별 분포를 보면 아직 가격조정 모멘텀이 남아있는 데다 비용충격이 추가로 발생할 여지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head fake)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