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김민정 조사역: 안녕하세요.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뉴미디어팀 김민정 조사역입니다.
김창호 교수: 안녕하십니까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김창호 교수입니다.
김민정 조사역: 우리가 흔히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표현을 자주 하죠. 여기서 올랐다는 표현은 '물가'를 의미하는데요. 오늘은 일상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교수님, 먼저 '물가'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창호 교수: 말하자면 가격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것인데 일정 시점에서 보면 상품 가격의 변동이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에 개별 상품의 가격을 가지고서는 전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종합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구해야 되는데, 이렇게 구해진 가격 수준을 물가 또는 물가수준이라고 합니다.
김민정 조사역: 그럼 물가지수란 무엇인가요?
김창호 교수: 앞서 설명한 종합적인 물가수준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수로 나타낸 것을 물가지수라고 합니다. 보통 기준연도의 물가지수를 100으로 놓고 어떤 시점의 물가지수와 비교하면 물가의 변동률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령, 어느 해의 물가지수가 105라고 하면 기준연도에 비해서 평균적인 물가수준이 5% 상승하였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물가지수는 상품별로 중요한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서로 상이하게 적용하여 평균하는 방식으로 계산을 하는데 이때 가중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김민정 조사역: 물가지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창호 교수: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물가지수라고 얘기하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를 말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에서 작성하고, 생산자물가지수는 한국은행에서 작성합니다. 이외에도 쓰임새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지수 등이 있습니다. 또 근원인플레이션, GDP 디플레이터 이러한 물가지수도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대표적인 물가지수인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창호 교수: 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의 소비 생활에서 실제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수준을 측정한 것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의 생계비 평균 내지는 구매력의 변동을 측정하고 연금 수령액, 또 노사간이 임금 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이 되고 있고, 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 물가안정목표 대상 물가지수로 이용되고 있어서 일반인은 물론 정책당국과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그런 물가지수입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운수, 통신, 금융, 부동산과 같은 기업 서비스가 국내시장에 출하되어서 1차 단계에서 기업 상호간에 거래되는 가격 수준을 측정한 것입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서 대상 품목의 포괄 범위가 넓어서 전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수급 동향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물가수준의 변동을 판단하는데 유용한 물가지수입니다.
김민정 조사역: 그런데 일상에서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기관에서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창호 교수: 우선, 주관적,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지수물가가 여러가지 상품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종합한 평균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낸다면 이에 반해, 체감물가는 소비자가 구입했던 상품의 가격을 중심으로 한 주관적 느낌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납니다. 즉, 코끼리를 우리가 얘기할 때 지수물가는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보고 얘기한다면 체감물가는 코끼리 일정 부분만 만져보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죠. 다음으로 생활수준의 향상이나 자녀의 성장 등으로 소비지출이 증가한 것을 물가가 오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품질이 향상된 TV, 냉장고를 구입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격차를 전부 물가상승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물가지수에는 품질향상분을 제외한 순수한 가격상승분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체감물가와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지금까지 설명해 주신 주관적, 심리적 요인 이외에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가 또 있나요?
김창호 교수 : 물가지수 작성 방법상의 구조적인 한계에 의해서도 차이가 납니다. 통상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기준연도를 5년마다 개편하고 또 가중치를 조정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소비구조가 급격하게 바뀔 경우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웰빙 붐으로 가계의 소비지출 중에서 문화오락 서비스와 건강 관련 지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가중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체감물가와 지수물가 사이에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만들면서 일반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에 보다 근접한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를 보조지표로 함께 만들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교수님,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인플레이션 하면 돈이 거리에서 막 날아다니는 것이 떠오릅니다. 이런 사례들이 과거에 실제로 있었죠?
김창호 교수: 그런 경우를 초인플레이션, 영어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월평균 물가 상승률이 50%를 초과하게 됩니다. 독일에서는 1920년대 초인플레이션 기간 중에 돈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돈을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어린이들이 딱지 대신에 돈다발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러시아의 경우에도 가격 자유화 조치가 시행된 1992년 한 해 동안 소비자물가가 무려 17배 이상이나 올랐다고 합니다.
김민정 조사역: 물가상승률이 어마어마하네요.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창호 교수 : 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총수요와 총공급이라는 분석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총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물가상승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 하고, 총공급이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물가상승을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는 총수요의 증가는 돈의 양, 소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인해서 가계, 기업, 정부, 국외 등 각 부문에 지출이 늘어남으로써 발생합니다. 또 총공급의 감소를 가져와서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생산원가의 상승이 대표적입니다. 생산원가는 주로 원자재 가격, 환율, 임금, 이자, 세금, 또 부동산 임차료 이런 것 등에 의해서 좌우됩니다.
김민정 조사역: 그 외에도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더 있을까요?
김창호 교수: 네, 복잡한 유통구조, 독과점 등과 같은 시장구조적 요인이 또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농수산물의 경우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높아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할인점, 또 인터넷 쇼핑몰들이 등장하게 되면 시장구조가 보다 경쟁적으로 되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줄어들고 비용이 경감되므로 물가상승이 억제됩니다.
김민정 조사역: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서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각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창호 교수: 네,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물가가 오르게 되면 봉급이나 연금생활자 같이 일정액을 가지고 생활하는 가계는 급여나 연금이 뒤따라 오를 때까지 소득이 실제로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애써 모은 저축의 실질 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나아가 인플레이션은 부의 분배를 왜곡시킬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물가가 오르면 예금, 채권 등 금융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므로 금융자산 보유자는 그 큼 손해를 보는 반면에 채무자는 갚아야 할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익을 보게 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국민경제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저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은 가계예금을 유인하고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금리인상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어렵게 합니다. 또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도 생산활동에 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와 같은 비생산적인 활동에 치중함으로써 생산능력이 저하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은 수출과 수입, 그리고 국제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김창호 교수: 인플레이션은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서 국제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환율이 일정한 상태에서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 상품이 외국 상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져서 수출이 감소하게 됩니다. 반대로 국내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외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수입은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물가상승은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림으로써 국제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그런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을 중심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인플레이션의 장기화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는 것 같아요.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김창호 교수: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고 경기둔화와 금융불안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경제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경제주체들 사이에 확산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어 총수요가 부진하고 실업이 늘어남에 따라 실제 물가하락을 유도하게 되는 자기실현적 기대가 현실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물가하락이 경기둔화를 유발하고 경기둔화가 다시 물가하락을 초래하게 되는 그러한 경제적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담보의 가치를 낮추고 명목금액으로 표시된 채무의 실질 가치를 높이게 되므로 채무를 지고 있는 가계나 기업의 상환 부담이 가중됩니다. 이는 경제주체의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고,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을 초래해서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김민정 조사역: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사례들도 많이 있나요?
김창호 교수: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은 1930년대에 대공황 시기에 미국과 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사이에 장기침체 기간 중 일본의 사례를 제외하면 주요 발생 사례는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아주 크기 때문에 혹시라도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는지 경계심을 가지고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경제주체 모두가 노력해야겠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종합해보면 인플레이션의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중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는데요. 그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은행 즉, 중앙은행이죠. 물가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김창호 교수: 물가안정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는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의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실제 물가상승률이 이 목표치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물가지수는 경제안정을 진단하는 체온계 역할을 한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 흐름을 계속 예의주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마지막 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김창호 교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