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김민정 조사역 : 안녕하세요.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뉴미디어팀 김민정 조사역입니다.
감충식 교수 : 안녕하세요.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감충식 교수입니다.
김민정 조사역 :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올라감에 따라 국제경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국제경제는 왠지 국내경제에 비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제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 없을까요?
감충식 교수 : 국내경제는 우리나라 돈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늘 접하고 있는 데 반해 국제경제는 사용하는 화폐도 다르다 보니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경제 현상 역시 국내경제 현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국내경제가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국제경제는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 간의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우리들이 물품을 사고팔고 하듯이 국가 간에도 무역을 통해 물품을 사고팔고 하는 거군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무역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감충식 교수 : 좋은 지적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급자족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분업화와 전문화를 통한다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직접 농사를 지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옷을 만드는 재주가 더 뛰어나다면 옷을 만들어서 번 돈으로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을 살 수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무역을 통해서 분업과 전문화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면 모든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더 선호할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많은 나라들이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 않나요?
감충식 교수 : 자유무역이 양쪽 국가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각국은 정치나 안보적 이유 등으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산업을 포기하게 되면 설사 지금 당장은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농산물 수입규제는 식량 안보를 위한 대표적인 보호무역입니다. 보호무역을 위한 수단으로는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장벽뿐 아니라 수량할당, 수출자율규제,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들도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그럼 우리들이 가계부를 적어서 소득과 지출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듯이 국가도 가계부 같은 것을 작성하나요?
감충식 교수 : 그럼요. 국가도 여러 가지 장부를 작성합니다. 특히 국가간 거래 내역을 정리하고 기록한 장부를 국제수지표라고 합니다. 국제수지표는 한 나라의 거주자가 일정기간 동안 비거주자와 행한 모든 경제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표로서 국가 전체의 대외거래 가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경상수지가 '흑자다, 적자다'하면서 매달, 매분기, 또는 매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통계 말씀이시죠?
감충식 교수 : 네 맞습니다.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자본·금융계정으로 나누어집니다. 경상수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교환거래의 결과를 말하는데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등으로 세분할 수도 있습니다. 대개 나라살림이 대외적으로 '흑자다, 적자다'라고 하는 것은 상품의 수출입이 대부분을 이루는 경상수지가 적자 또는 흑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 및 금융계정은 외국으로부터 차입 또는 투자를 유치하거나 반대로 외국의 대출 또는 투자를 실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외화의 유출입 차이를 나타냅니다.
김민정 조사역 :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서 우리나라가 장사를 더 잘했다는 뜻이니까 되도록이면 경상수지 흑자가 많을수록 좋겠군요.
감충식 교수 :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소득과 고용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외환은 원화로 환전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일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는 무역 상대국의 적자를 의미하게 되므로 대규모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는 상대국과의 무역마찰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국가 간의 무역을 하게 되면 우리가 받는 수출대금은 외화로 받아서 원화로 바꿔야 사용이 가능하고 반대로 우리가 외국에 지급해야 할 수입대금은 외화로 지급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율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언제 환전을 하면 좋을지 알고 싶어 하는데 막상 환전할 시기를 찾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감충식 교수 :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언제 환전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이익이 될까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환율의 예측에 대해서는 일단 환율에 대한 기초개념을 이해하고 난 뒤에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환율은 서로 다른 두 나라 화폐 간의 교환비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제학에서 교환비율이라는 것은 곧 가격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환율이라는 것은 '매매 대상이 되는 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그 가격을 다른 나라의 화폐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달러를 환율로 표시할 때 '1 ,095원/$', 이렇게 적죠? 이것은 미국 돈 1달러의 가격이 원화로 1 ,095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율 표시방법을 자국통화표시법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외화들의 가격을 자국 화폐로 비교하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환율을 이런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좀 어려운 것 같아도 거래 대상이 되는 화폐를 무엇으로 보며 어느 나라 화폐로 그 가격을 표시하는지 이해한다면 환율에 대한 이해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외화의 가격인 환율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감충식 교수 : 환율이 정부나 중앙은행에 의해 미리 정해지는 제도를 고정환율제도라고 하고요. 외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제도를 변동환율제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거나 해외여행 경비나 자녀의 유학자금 송금 또는 해외주식 등에 투자를 하고자 할 때에는 달러를 사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반대로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나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 자금을 들여와서 원화로 환전을 하게 되면 달러의 공급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변동환율제도하에서는 이러한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그때그때의 시장환율이 결정됩니다.
김민정 조사역 : 그런데 환전을 하러 은행에 가보면 달러 환율이 하나가 아니라 매매기준율, 살 때 환율, 팔 때 환율 등 다양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왜 이렇게 하나의 외화에 대해 여러 가지로 표시되어 있는 것인가요?
감충식 교수 : 매매기준율은 외화를 거래할 때 기준이 되는 환율입니다. 은행들은 이 매매기준율에 약간의 환전수수료를 가감하여 현찰 매입·매도율과 전신환 매입·매도율을 산정하여 고시합니다. 환전수수료는 환전을 위해 외화를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외화를 사들일 때는 환전수수료만큼 낮은 환율을 적용하고 외화를 팔 때는 환전수수료 만큼 높은 환율을 적용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1달러를 구입할 때는 은행에 1 ,100원을 지급해야 하는 반면에 1달러를 은행에 팔 때에는 1 ,050원밖에 받지 못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달러나 일본 엔화처럼 그 나라의 경제가 안정적이고 우리나라에서의 거래량이 풍부한 화폐의 경우에는 환전수수료가 낮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전수수료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의 경우 현찰 매매 시 환전수수료율이 1.75%인데 반해 중국 위안화는 5~6%이고 베트남 화폐인 동의 경우에는 무려 12%의 환전수수료율이 적용이 됩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환율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전수수료율이 높은 나라로 여행을 갈 때에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달러로 환전을 했다가 현지에서 달러를 그 나라 통화로 환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해외에서도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시는데 신용카드는 실제 사용한 날짜와 결제대금이 원화로 환전되는 날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예상될 때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시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환전에 필요한 꿀팁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외화라는 상품에 대한 가격이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외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파악한다면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예측해 볼 수 있겠네요?
감충식 교수 : 네 그렇습니다. 이제 조금 전에 궁금해하셨던 환율의 예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외화의 가격인 환율은 그 외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외화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환율의 중장기적인 움직임은 그 나라와 주요국들의 통화 및 재정정책, 국제수지, 물가수준, 생산성 등을 모두 반영합니다. 그 나라의 경제정책이 건실하고, 국제수지가 건전하고 물가가 안정되어 있고 생산성이 높거나 하면 그 나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여 외화가 유입되게 되므로 환율이 내려가게 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그 나라 경제가 안정적이고 건실하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등락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종 뉴스나 외환의 일시적인 수요 공급 불일치,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변동 등에 의해 환율이 시시각각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과 관련한 뉴스가 발표되면 환율이 일시에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김민정 조사역 : 이렇게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파악하면 환율 움직임을 짐작해 볼 수 있겠네요?
감충식 교수 : 맞습니다. 그렇지만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항상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율전망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금리를 올리게 되면 투자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을 내리게 하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로 생산비용이 높아져 주가가 하락하게 되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어 환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옵니다. 이렇게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고 그 요인들의 영향력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환율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김민정 조사역 : 말씀하신 대로 정확한 환율 예측은 어려울지 몰라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잘 파악한다면 환율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파악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기사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만큼은 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겠죠?
감충식 교수 : 그렇습니다. 환율의 변동은 경상수지, 물가, 고용 등 한 나라 경제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선 환율이 오르면 경상수지가 개선이 됩니다. 상품을 수출하여 같은 양의 달러 대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환율상승으로 인하여 환전하여 받을 수 있는 원화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수출의 증가는 국내생산을 증가시킴으로 경제성장과 함께 고용이 늘어나게 되므로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등 수입물품의 원화가격이 올라가서 국내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의 유학자금을 보내시는 분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원화로 환산한 외채상환 부담이 증가하는 등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환율변동의 영향은 수출의 규모가 크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환율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환율정책을 중시하게 됩니다.
김민정 조사역 : 지금까지 국제수지와 환율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특히 환율에 대한 이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를 잘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8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