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년 신년사
(2025. 1. 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여러분, 먼저 신년사를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여객기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오늘은 2025년의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그런 만큼 밝은 내일과 희망의 메시지로 여러분을 만나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 갈등, 불의의 사고 등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서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이를 헤아려 주시고 제 말씀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한 해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 여러분과 통화정책을 이끌어주신 금통위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한국은행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혜와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해서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높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마무리하고 오랜 기간 유지했던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전환하여 기준 금리를 10월부터 인하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7월 6.3%에 달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4년 9월부터 2% 아래로 안정되기 시작했으며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졌습니다. 그러나 안도할 새도 없이 경기 하방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주력 품목의 경쟁 심화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약화되었고, 미 대선 이후 신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12월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며 환율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고, 경제 심리도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정치 갈등의 심화와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금융 외환시장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것처럼 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호황 지속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중국, 유럽 등 우리의 무역 파트너의 글로벌 경제 상황도 크게 좋지 않습니다. 국내 상황은 더 엄중합니다.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흐름은 잠시 안정되었지만 금리인하가 계속된다면 불안 요소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비상한 경각심을 가지고 점검해 나가야 합니다. 정치 상황의 전개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과 중첩되어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증대될 수 있습니다.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서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 변수간 상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의 요인들의 전개 과정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 만으로만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습니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은 금융 외환 시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한국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까지로 확대되었습니다.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 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용등급이란 올라가기는 어려워도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 전반이 정치적 프로세스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는 다르겠지만,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지난 화요일 대외 신뢰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에 조언하면서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문장을 쓰는데 공보관을 통해서 우리 여러 간부들이 그냥 읽고 오시고 절대로 더 애드리브를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읽다 보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최 대행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을 할 때는 최 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비판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정치를 고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는 분도 있지만, 국정의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들은 그런 비판이 해외 투자 해외 신용평가사에 대해서 어떤 함의가 있는지 생각을 한번 고려를 해 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용 평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관이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 건지, 우리 정부가 유지될 건지 그것에 따라서 결정한다는 것을, 우리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단기적으로는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누군가는 왜 통화정책의 목표 간 상충관계가 갈수록 심화되어 통화정책의 손발을 묶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 문제를 예를 들면, 금년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액 기준으로만 보면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수출이 다변화되지 못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주력 상품 위주로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 따라 전체 수출의 부침이 커지는 가운데 주력 산업에서는 후발주자인 중국이 우리를 추격해 왔습니다. 반면 지난 10여 년간 미래 수출을 이끌어야 할 신산업은 개발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매출액 상위 15대 기업을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미국은 7대 기업이 신규로 진입한 반면에 우리는 두 개 기업만이 바뀌었는데, 그 두 개 기업을 살펴보면 그중 신산업을 통해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은 한 개에 불과해 사실상 신규 기업의 진입이 거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슘페터가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으로 강조한 창조적 파괴는 창조만큼이나 파괴에 방점이 있는 말입니다. 혁신 기업의 탄생 과정에는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이 수반됩니다. 우리 경제에 신성장 산업이나 기업이 부족한 것은 창조적 파괴 과정에 수반되는 이 파괴 과정에서의 퇴출이 일으키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려고 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이를 피해 왔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밸류업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존 기업의 배당률을 제거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것은 미국 주식 시장이 매그니피센트 7의 생산성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듯이 우리도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과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주식 시장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부분만큼이라도 혁신을 제한하거나 기득권을 보호해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하루속히 걷어내야 할 것입니다. 밸류업 문제는 최근 높아진 환율 수준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900억 달러 수준의 높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 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상응하는 자금을 외국인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 시장에서 빼 나갔기 때문입니다. 해외 투자 확대는 우리나라를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시켰고, 투자 다변화 효과와 함께 외채 부담으로 인한 부도 위험을 줄여주는 당연히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주식 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외로 자금 유출이 계속되면 국내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신산업 성장의 육성과 규제 완화를 통해서 떠나갔던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해서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밸류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결정에 있어서 왜 가계 부채를 고려하며 좌고우면 하느냐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지난 18년간 가계부채는 부동산 대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다행히도 긴축적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면서 91%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요국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상황입니다. 올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조금 미루고 경기 부양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장 경기 둔화의 고통을 줄이고자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외면해 왔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비부동산 가계부채 및 비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대한 미시적 조정은 검토할 수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동산 부분이 아닌 생산적인 부분, 그중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 기업들에게 공급해 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밸류업 프로그램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금 언급한 이런 구조적 문제들은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을 미뤄온 결과 이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까지 낮아졌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2040년 후반기에는 한국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0%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습니다. 이제는 경기 상황을 판단할 때 과거의 높았던 성장률에 대한 기억을 내려놓고 우리 경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하였지만 현실을 볼 때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기는 하지만, 현재 잠재성장률인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구해보면 1.8%이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힘들긴 하지만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잘못 관리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를 밑도는 성장률의 절대 수준만을 과거와 비교하고 어려운 부분의 어려움만 강조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 정책을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로만 사용한다면, 과거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례로 추경을 하더라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도와주더라도 이들의 현상유지를 위한 지원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3%로 미국의 6%, 유럽의 14% 등에 비해서 과도하게 높은 수준입니다. 이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가 은퇴하면 다 알다시피 치킨집, 자영업으로 다 사업을 하지 않습니까. 이런 트렌드를 바꿔 줘서 그런 자영업자로 들어가서 하는 과도한 경쟁을 바꿔 주기 위해서 이 비중이 점차 낮아질 수 있도록 자영업자의 채무 조정, 전직을 하기 위한 교육, 퇴직자의 재취업 기회 제공 등을 통해서 자영업자들이 보다 생산적인 부분으로 진출하고 도와주는 구조조정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은행도 우리 사회가 필요한 구조개혁 방안을 찾아서 실행할 수 있도록 그동안 우리가 여러 연구를 발표했는데, 계속 그런 연구를 지속해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계속 제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화정책 이후에도 올해 한국은행이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금통위원의 3개월 내 기준 금리 전망인 한국형 점도표와 분기 단위 경제 전망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대출 제도의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단기 금융 시장에서의 무위험 지표 금리 활성화, AI 모형 도입, CBDC 관련 활용성 테스트 및 글로벌 프로젝트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될 것입니다. 조직문화의 내부 경영에 있어서도 그 안의 변화가 조직 내부에 보다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업무의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노력합시다. 단순히 많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결과를 제시하려고 노력해 봅시다. 이를 위해 업무방식을 효율화하고, 야근을 줄이고, 보고서의 수보다는 그 파급력을 고려해서 평가하도록 합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험하는 직원들이 격려를 받아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 못지않게, 들어온 직원들이 이렇게 질 높은 보고서를 쓸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향 아래 지난해 도입한 성과평가 시스템이 이런 방향으로 정착되고, 인재육성을 위해 필요한 지원 방안들을 우리 모두 같이 찾아봅시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신 데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역균형 발전과 앰배서더 역할에 힘쓰고 있는 지역 본부와 멀리서 현지 상황을 발 빠르게 전해 주고 있는 국외 사무소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민원응대, 화폐 관리, 안전 관리, 경영 지원 등의 업무를 통해 한국은행이 제 역할을 하는데 기여하고 계신 여러분의 노고도 항상 잊고 있지 않습니다.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해 힘쓰시는 환경 관리원 여러분, 직원 자녀의 편안한 보육 환경을 위해 애쓰시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직원들의 건강을 챙겨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드릴 말씀 없이 한국은행의 정책의 축을 잡아주시는 금통위원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처럼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한국은행에서 75%가 넘는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지난 연말 자유 기부 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따뜻한 마음과 화합을 보여 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해외에서도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 규모를 가진 직원들 중에서 75%가 넘게 자율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전혀 보지 못한 현상이라 정말 우리가 단합을 하면 어디까지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목표 달성을 축하했던 송년 행사에서 잠시나마 업무의 부담을 내려놓고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저는 매우 뜻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75%는 높은 목표였는데, 올해는 80% 괜찮으시겠어요? 80% 한번 가능하지 않을까. 한번 또 노력해 봅시다. 자꾸 올라가죠.
또 저는 요새 직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외부에 발표하는 등 시끄러운 한은으로서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 BOK 마켓브리핑 등 시각화 콘텐츠를 통해 대국민 소통에 힘쓴 결과 유튜브 구독자 수가 8만 명 가깝게 증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커뮤니케이션국 정말 잘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더욱 노력해서 구독자 수를 올해는 수십만 명으로 늘려서 실버 버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좀 이렇게 숫자를 확 늘리도록. 커뮤니케이션 국장 잘 듣고 계시죠? 또 여러분 많이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러한 시끄러운 한은으로의 변화를 사실 일상에서도 느낍니다. 예전에는 제가 가면 승강기에서 다 도망가셨는데 이제는 승강기를 같이 타기를 주저하지 않는 직원들이 이렇게 탑승하는 걸 볼 때, 참 수평적 조직 문화가 이제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근데 이제 한걸음 더 나가서 보면, 아직도 한국은행 직원들이 참 수줍어서요. 타긴 탔는데 승강기 앞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럼 그냥 나가지. 문이 열리면 승강기 앞면에다가 인사를 하고 그냥 나가요. 소심해서 그냥 나가든지. 아니면 돌아가서 인사를 해야 할 텐데. 승강기 앞면에다 인사를 하고 내리는데, 우리 올해에는 돌아서서 제 눈을 바라보고 인사를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우리가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손자병법에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 또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양 격언은 모두 위기는 곧 기회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부터 차분히 실천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다면 지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뚫고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 봅시다. 여러분의 소중한 가정에 올 한 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하고, 올해 신년사가 생각보다 길어진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반영한 걸로 생각해서 한은이 이런 과정에서 정말 국민 경제를 위해서, 국가 경제를 위해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같이 한번 노력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기로 합시다. 다시 한번 여러분 과거의 노력에 감사드리고, 올 한 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