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새로운 천엔권, 오천엔권, 만엔권 등 3종의 은행권을 2004년 봄부터 유통시키기로 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3종의 은행권은 1984년에 처음 발행된 것으로, 이번 교체는 20년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새로운 은행권의 경우 발행 발표시점부터 발행예정시기까지는 2년이 채 안되는 기간으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은행권의 3년반보다 그 기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화폐위조범으로부터 새로운 화폐의 위조방지요소 등을 보호하면서도 현금자동취급기기의 새로운 화폐적응기간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일본 은행권 교체의 주된 배경은 한층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중시되는 사회적 흐름을 화폐 도안에 반영하려는 의도와 함께 점점 교묘해지고 급격히 증가하는 위조지폐에 대응하기 위함에 있다. 일본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에 발견된 일본의 위조지폐는 총 9,883장으로 지난해 1년간의 총 위조지폐 7,613장을 이미 상회하였으며 특히 천엔권 위조지폐의 경우 지난해 1년간의 1.9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급격하게 증가하는 위조지폐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발권당국은 최첨단 위조방지요소를 첨가한 ´Hitech 은행권´을 새로 제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새 은행권 제조 작업은 현재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높다. ATM업계의 한 전문가는 「기존의 ATM을 새로운 은행권의 식별을 위해 센서나 소프트웨어를 개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총 4백억엔에서 5백억엔 정도의 ´특별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새로운 은행권의 발행은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개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 발행되는 천엔권과 만엔권 은행권의 규격은 현재 사용중인 동일액면 은행권의 크기와 같다. 다만 오천엔권의 크기는 현재 오천엔권보다 1mm확대되었는데 이는 2000년에 발행된 이천엔권과의 구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은행권 도안인물의 경우 일만엔권은 현용 일만엔권에 사용된 게이오 대학 설립자이자 교육자인 ´후꾸자와 유기치(福澤諭吉, 1834∼1901)´의 초상이 그대로 등장한다. 한편 오천엔권 인물은 ´十三夜´ 등의 작품을 남긴 명치시대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口一葉, 1872∼1896)´로, 일본은행권의 주도안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모델이다. 그녀는 20년전에도 현용 5천엔권의 도안인물인 일본자유주의의 아버지 ´니도베 이나조(新度戶稻造, 1862∼1933)´와 함께 최종후보에 오른 인물이었다. 천엔권에는 유년기의 왼손 화상을 극복하고 매독병원체의 순수배양에 성공한 의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1876∼1928)´의 초상이 등장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무늬가 복잡하여 위조가 어려운 수염을 지니고 있기에 위조방지효과도 매우 크다고 한다.
새로운 은행권에 적용되는 위조방지요소에는 ‘진주빛잉크’, ‘형광잉크’, ‘잠상’, ‘미세문자’ 등과 함께 일본 은행권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홀로그램 형태의 ‘시변각장치(OVD)’와 ‘숨은 막대’가 채택되었다.
20년만에 모습을 바꿀 ‘일본 은행권’. 화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이지선/발권정책팀 조사역>
※ 일본은행권은 2004. 11. 1일 발행되어 유통중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