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급측 물가압력이 크게 완화되면서 각각 지난해 7월(6.3%)과 6월(9.1%)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둔화하고 있으며, 유로지역에서도 지난해 10월(10.6%)을 정점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둔화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완만한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의 과거 주요 둔화기에 비해서도 다소 더딘 모습이다.
다음으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건들을 점검해 보면, 우선 올해 국제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석유류가격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당폭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기저효과가 작은 데다 금년 중 유류세 인하폭도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둔화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그간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이 전기·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상대적으로 더딜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가격의 경우 그간 큰 폭으로 높아진 국제식량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주택시장 전세가격 등 임대료 상승률이 미국에 비해 이른 시점에 낮아지면서 소비자물가 내 집세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일찍 둔화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자가주거비가 포함된 미국의 집세는 소비자물가 내 비중이 상당히 커 향후 기조적 물가 흐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물가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앞으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하방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주요국에 비해 석유류가격과 공공요금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둔화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