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으나 그간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수준level은 크게 높아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료품‧의류 등 필수소비재의 물가수준이 높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생활비cost of living 부담이 큰 상황이다.
2. 이에 국내 물가수준을 국가별·시기별 비교를 통해 살펴본 결과 3가지 특징stylized facts이 있었다. ➊우리나라의 전체 물가수준은 소득수준을 감안할 경우 주요 선진국중 평균 정도이다. ➋그러나 품목별로는 우리나라가 여타 국가에 비해 가격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은 편이다. 특히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OECD평균보다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다. ➌이러한 식료품·의류, 공공서비스의 주요국 대비 가격격차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확대되었다.
3. 이처럼 가격격차가 지속되는 것은 낮은 생산성 및 개방도(과일 등), 거래비용(농산물, 의류 등), 정책지원(공공요금) 등에 영향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농산물의 경우 좁은 국토면적, 영세한 영농규모 등으로 농업생산성이 낮으며, 수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나 일부 과일·채소의 수입개방(수입비중)이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이에 더해 유통비용의 상승도 농산물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높은 의류가격에는 국내 소비자의 강한 브랜드 선호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비용 유통경로 편중, 높은 재고수준 등에 따른 비용압력도 상방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공공요금은 가계 부담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 높은 인플레이션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물가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5. 우선 과도하게 높은 필수소비재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 등이 긴요하며, 특히 과일·채소의 경우 변동성이 높고 선택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비축역량 확충, 수입선 확보, 소비품종 다양성 제고 등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양 측면에서 탄력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 이 과정에서 농가 손실, 생산기반 약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구조개선의 속도와 범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가운데 고급화 전략, 작물전환 지원 등과 같은 정책적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6. 낮은 공공요금은 가계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러·우전쟁 이후 에너지 충격을 완충smoothing-out시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 공급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단계적인 정상화 노력을 지속하면서, 이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