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은 개인소비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금년 들어 소비흐름이 약화되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반면 유로경제는 그간의 미약한 성장흐름에서 벗어나 금년중 완만히 개선될 전망인데 그 주요 근거로는 민간소비 회복이 언급되고 있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 향방은 자국 성장뿐 아니라 교역상대국 성장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이므로 본고에서는 두 지역의 최근 소비흐름과 향후 전망을 점검하였다.
2. 미국의 소비는 팬데믹 충격 이후 강력한 정부 지원 등으로 빠르게 회복하여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금년 들어 재화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최근 서비스 소비는 여전히 양호한 반면 재화 소비가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를 중심으로 둔화되었다. 또한 식료품 등 저소득층 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생필품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어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 소비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소비 둔화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데다 초과저축 소진, 취약 가계의 재정상황 악화, 소비심리 약화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에도 미국 소비는 현재의 둔화흐름을 지속하겠으며 노동시장 수급도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내년 이후 장기추세 수준에 점차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고용 둔화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과거 평균10~19년을 하회하는 실업률 수준 등으로 근로소득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점,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고소득층의 양호한 소비여력,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소비가 단기간 내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3. 유로지역 소비는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재화소비는 팬데믹 이후 횡보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과거 장기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부진은 임금협상 방식, 제조업경기 위축 등에 따라 실질소득 개선이 지연된 가운데 러·우전쟁 이후 에너지·식료품 물가 급등, 가계의 예비적 저축동기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유로지역의 소비는 실질구매력 개선 등으로 전환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장기 소비증가율 패턴을 보면 실질소득이 늘어난 시기에 재화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물가둔화에 힘입어 가계 실질소득이 증가 전환한 점을 고려할 때 재화소비 증가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CB의 점진적인 통화긴축 완화 역시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등의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으며, 이처럼 재화를 중심으로 소비부진이 완화될 경우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생산→소득→소비’의 선순환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4.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 전망에 비추어보면, 그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던 우리나라의 對미 소비재 수출은 우리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그간 부진했던 對유로지역 수출은 유로지역 소비와 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