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5. 통화지표 구성변화 및 M2 증가율 상품별 기여도
한·미 통화 증가율 비교는 장기적 시계에서 포괄범위의 차이를 감안할 필요
최근 일부에서 국내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M2 증가율이 미국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통계이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의 M2 증가율(8.5%, 개편후 5%대 중반)은 미국(4.5%)에 비해 상당폭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년동기대비 M2 증가율은 단지 지난 1년간의 유동성 증가속도를 의미하는 만큼 긴 시계에서 양국이 처한 금융·경제 상황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통화량이 급증하고 물가상승률이 크게 치솟았으며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전례없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5.25%p)과 양적긴축(QT)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M2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5개월 동안 이례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아직도 이러한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그림 6>.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코로나19 펜데믹(2020.3월) 직전부터로 시계를 넓혀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각각 49.8%, 43.7%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그림 7>. 특히, 미국의 M2에는 수익증권 등이 제외되어 우리나라보다 포괄범위가 상당히 좁다[5]는 점을 감안하여 이를 조정해 보면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M2 증가세는 미국과 대체로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최근 수도권 집값과 환율 상승에는 유동성 이외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이론적으로 보면 유동성 증가는 자산가격과 환율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통화량과 주택가격의 장기적 흐름을 보면, 뚜렷한 선후관계가 있다기보다는 대체로 동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며<그림 8>,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분석[6]된다.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로 가계대출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수도권 집값 상승을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 등으로 특정 지역의 가격상승 기대와 수요 쏠림이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핵심지에서는 주택구입시 대출을 동반하지 않는 현금구매 비중이 상당폭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로 공급된 유동성보다는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의 경우에도 유동성 상황보다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동성 증가는 이론적으로 물가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7]. 그러나 최근 한‧미 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미국이 최근 3%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양국 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점 등을 고려할 때<그림 9>, 최근의 환율 상승에 물가 및 유동성 경로가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8].
반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났는데, 올해 1~10월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과거 10년 평균(1~10월 기준 512억 달러)은 물론 직전 최고치(2024.1~10월 중 71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그림 10>. 이는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폭(896억달러)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이다. 이와 함께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외화로 보유하는 경향[9]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또한 외환수급 불균형을 확대시켰다. 한편, 실증분석 결과, 올해 9~11월 중 원/달러 환율 상승 폭(+65원) 중 대략 2/3 정도가 외환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성 증가와 관련된 일각의 우려는 다소 과도한 해석이며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수 있어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고 이것이 자산가격 상승 및 상대적인 원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그간의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실물경제 상황, 자금흐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다소 과도한 해석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통화지표가 구성 변화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융 여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M2와 같은 특정 통화지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여타 통화지표와 금융상황지수(FCI)[10]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산가격 및 환율 상승의 원인을 단지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국내외 금융시장이 연계되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어려우며, 통화량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현재의 통화정책 체계와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특정 자산시장으로 쏠릴 경우 시장 변동성과 불안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통화지표는 지급결제수단 및 가치저장 기능 등 통화성(moneyness)을 기준으로 구성상품의 포괄범위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M1<M2<Lf<L 순으로 구성상품의 포괄범위가 넓어진다[그림4].
[2] 공급경로별로 보면, 전체 통화공급(25.9월 총신용증가율 6.6% 기준)에서 기업 부문의 기여도가 38%로 가장 높았고 가계부문 16%, 국외부문 16%, 정부부문 9% 등의 순이었다.
[3] 장기평균은 금리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최근 10년(2015년 이후) 간 장기평균은 M2와 Lf 모두 7.3% 수준이다.
[4] 한국은행은 IMF 통화금융통계매뉴얼 개정 등을 반영한 「통화 및 유동성 개편 결과」를 25.12.30일 공표하고 26.1월부터 향후 1년간 개편 M2와 현행 기준의 M2 총액을 병행 공표할 예정이다.
[5] 미국 M2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10만 달러 초과 정기예금과 수익증권, 금전신탁, 금융채 등이 제외되며 MMF도 소매(retail)만 포함하고 있다.
[6] 1990년 1/4분기~2025년 2/4분기 자료를 통해 그랜저 인과관계(Granger Causality) 검정을 실시한 결과, 유동성과 주택가격 간 통계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7] 구매력평가설(Purchasing Power Parity)에 따르면 한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상대 국가보다 높아질 경우 자국통화의 상대적 구매력이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통화가치가 절하된다. 따라서 국내 유동성 확대로 미국과의 인플레이션 격차가 확대될 경우 그 격차만큼 원/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8] 아울러 금리평형이론에 따른 환율 결정요인인 내외금리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반등한 금년 하반기 이후로 보면 한·미 정책금리차는 75bp, 장기 국채금리차는 70~80bp 정도 축소되었다.
[9] 김민·편주현(2025)에 따르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국내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현물환 매도)하기보다는 외화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0] 금융상황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는 전반적인 금융여건의 완화 또는 긴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지수로 한국은행은 6개 변수(단기금리, 실효환율, 주가, 기간스프레드, 리스크프리미엄, 주택가격)를 이용하여 3가지 방식(FCI, FCI-G(1년, 3년))으로 지수를 산출하여 금융상황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5년 3월)의 「참고Ⅰ-3. 새로운 금융상황지수 추정결과」를 참고하기 바란다.